지금은 은퇴한 야구 선수 심수창이 18연패라는 지독한 불운을 끊어냈을 때 위근우 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심수창선수 개인과는 별개로 그 운명을 한낱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칼럼이라 생각돼서 올려요
심수창에게서 인생을 배우다 - 위근우
(앞부분 생략)
실제로 심수창이 겪은 불운에는 그리스 비극의 영웅들을 연상케 하는 면모가 있다. 그들은 신의 사랑을 받은 덕에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지만 또한 신의 장난 혹은 질투 때문에 고난을 겪는다. 만약 심수창이 단순히 잘생기고 못하는 선수였다면 신은 공평하다는 말을 들었겠지만, 그는 리그 내에서 독보적일 정도로 잘생긴 동시에 2006년에는 10승을 거둔 투수이기도 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평균자책점도 4.5 미만의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 신기록인 18연패 기간 동안에는 스스로도 곧잘 무너졌고, 잘 던지다가도 교체된 뒤 불펜이 불을 지르는 걸 허망하게 볼 때도 많았다. 성적이 안 나오자 장점이던 잘생긴 얼굴은 근거 없는 오해를 불렀다. “지거나 못했을 때 논다, 야구에 신경 안 쓴다는 얘기 듣는데 나는 열심히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결과론이고 잘하면 된다”던 그는 억울해하면서도 불운 역시 본인의 몫으로 돌렸다. 비극이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건, 우리 역시 그가 겪는 불행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보며 함부로 좌절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그가 겪는 불운이 나의 그것보다 훨씬 커서만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가 겪은 불운의 크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는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다시 등판해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23과 1/3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93의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이번 시즌처럼 때로 어떤 불운은 정말 운명론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4월 30일 넥센 전에서 올린 감동의 세이브조차 전날 선발 일정이 비 때문에 밀리면서 마무리로 등판하게 됐다는 걸 떠올리면 분명 하늘은 여전히 짓궂다. 그 안에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비극의 주인공과 운명의 대결은 언제나 주인공의 패배로 귀결된다. 지난 기아와의 대결이 그랬다. 하지만 그것을 과거의 일로 두고 다시 공을 던진다면, 불운과의 재대결을 선택한다면, 패배는 유예된다. 지지부진해 보일 수 있지만, 때론 나가떨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수 있다.
그래서 심수창을 응원한다. 또 다시 불펜이 승리를 날릴 수도 있다.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나름 부활의 근거였던 평균자책점을 스스로 올리며 능력 자체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불안함을 뒤로 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비극은 운명의 강대한 힘을 증명하는 장르지만, 또한 그 강대함에 패배할지언정 항복하진 않는 주인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고결함을 증명한다. 연민의 대상이 될지언정 좌절이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심수창의 역투는 그래서 역대 에이스들의 그것 이상으로 가슴에 꽂힌다. 오늘도 야구는 계속되며, 심수창은 오늘도 야구를 한다. 이 평범한 풍경에 삶의 고귀함이 있다.
전문은 링크로: https://m.ize.co.kr/view.html?no=2015050316297240174
첫댓글 쉼창 ㅠㅠㅠㅠㅠㅠㅠ 얼마전에 라스에서 조리돌림 당해서 애잔했는데 응원함
야구 좋아하는 팬들은 그 냉혹한 세계에서 15년 버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 알거임
헐 은퇴했구나..
프로선수가 18연패 있는데도 오래 버티는 이유가 다 있지.. 그래서 나는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음 방송에서 막 저평가 받을? 투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글 정말 따뜻하군
그래 그걸 과거로 두고 가야지
따숩다.... 심수창 해설위원으로의 삶도 응원함 ㅠ
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