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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국제영화제 페막일을 계기로 그는 그날부터 하루아침새에 아시아권에서 갑자기 유명해지고 뉴스인물이 되고 스타가 되고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대상이 되였다. 그가 바로 제12회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아시아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장편독립영화 《궤도》의 감독인 연변텔레비죤방송국 김광호이다.
영화 《궤도》로 아시아영화계의 새별로 금시 떠오른 김광호감독, 쟁쟁한 신세대감독들속에 40대중반의 그가 새별로 떠오르기까지는 22년간의 카메라인생을 수행해온 고행의 궤도가 이어져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그는 한필의 준수한 흑색말마냥 영화인들의 이슈의 대상이 되였고 그의 《궤도》는 관객들의 강렬한 반향을 자아냈다. 부산국제영화제기간 4차 상영된 《궤도》는 관람권이 매진되는 호황을 이루었는데 김광호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운데서 가장 큰 반향이 바로 《강렬하다》, 풍격이 독특하고 《끌어당긴다》는 평이였다. 전문가들은 김광호는 간결하고 절제된 소박한 스타일을 내내 유지하면서 남주인공의 시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끌고가고있다,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고 평가하였다. 또 적지 않은 관객들이 남주역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운데 어떻게 섭외했냐, 다른 영화에는 꼭 있는 그런 부분들이 왜 《궤도》에는 없느냐… 등등의 질문을 해왔다.
유명감독이나 쟁쟁한 감독의 영화에 길들여진 관람객들한테 중국 변강지구의 한 자그마한 시골도시에서 무일푼의 무명감독이 만들고 그것도 소외된 한 장애인의 독특한 삶을 그린 영화가 그들에게는 당연히 이색적일수밖에 없고 다른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화면들이 아닐수 없다. 어쩌면 관객들이 리해할수 없었던 그런 부분들이 우리의 삶 그 자체였을수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이색적인것이였을수도 있다.
영화 《궤도》의 모체는 지난 2006년 음력설을 즈음하여 연변TV에서 방송된, 김광호감독이 찍은 다큐멘터리 《금호의 삶의 이야기》이다. 금호는 안도현 석문진에 살고있는 두팔을 잃은 지체장애인이다. 일상생활에서 정상인이 두손으로 하는 모든 행위를 금호는 두발로 대신한다. 발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 발로 밥을 먹고 술잔을 들며 발로 담배를 피운다. 연변의 한 기자의 귀띔으로 김광호감독이 금호를 찾아간것은 2005년 5월 30일, 금호의 일상생활 모습이 마냥 안쓰럽기만 했고 같이 식사할 때 밥상에서 금호의 발이 오락가락하니 처음에는 거부감도 없지 않았다. 그로부터 장장 일년동안 김광호감독과 스탭들은 금호와 함께 밥먹고 잠자면서 친구처럼, 친형제처럼 춘하추동을 보냈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는 그의 일상을, 아픔을 딛고 일어선 그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탄생한것이 바로 8집(한집 25분)으로 된 다큐멘터리 《금호의 삶의 이야기》이다. 일년 365일 금호의 삶을 투시하면서 김광호감독은 때때로 금호의 눈에 비친 아픔과 돌아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알수 없는 눈빛의 반짝임을 발견하였고 그의 삶을 모델로 영화화할 마음을 굳히게 되였다.
언젠가는 영화를 꼭 한번 만들고싶다. 이는 어쩌면 김광호감독이 오기때문에 굳힌 마음이였을지도 모른다. 일찍 2003년 장편드라마를 찍기 위해 인민페 10만원을 투자해 적지 않은 로고를 치렀지만 여러가지 원인으로 드라마가 끝내 해빛을 보지 못하게 된 아픔이 김광호감독에게 준 충격은 컸다. 그후 일년 남짓한 동안 고민하고 반성하고 때론 자신의 능력을 의심도 하면서 갈등을 겪었던 김감독은 마침 지체장애인 최금호를 만나게 되였고 이들의 만남은 결국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어진것이다.
작년 10월 김광호감독은 완성된 씨나리오 《궤도》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 해당측을 찾아갔다. 금년 3월 뜻밖에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였고 그때로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 안도현에 세트집을 짓고 김감독을 비롯해 30여명 스탭이 5월 20일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한달간의 전반기촬영을 마친《궤도》는 한국에서 100여일간의 후반기제작과 편집을 거쳐 영화제개막 2일을 앞두고 완성되였다. 촬영을 끝마치기까지 한여름날 화장실도, 목욕탕도 없는 렬악한 시골의 영화세트장에서 30여명 스탭이 겪은 초인간적인 인내와 고생인들 말해 뭣하랴. 하여 이들 30여명 스탭이 없었다면, 이들의 로고가 없었다면《궤도》도 없다고 김감독은 말한다.
영화의 남주역에는 장본인인 최금호가 직접 출연했고 상대 녀주역은 한국배우 장소연이 맡은 영화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무팔장애인 최철수와 벙어리처녀 장향숙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그들의 인격적완성의 과정을 통하여 인간의 삶과 사랑의 병행궤도를 대사 없이 순수 자연의 소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벙어리 그녀와는 수화로 대화해야 하는데 그는 손이 없고 손이 없는 그와는 말로 대화해야 하는데 그녀는 또한 말을 못하는 벙어리, 오직 눈빛으로만 대화할수밖에 없는 극한상황, 일년간의 다큐멘터리촬영에서 카메라가 익숙해진 최금호는 배우가 아니였음에도 카메라앞에서는 그렇게 자연스레 모든것을 소화해냈던것이다. 전반 영화에서는 출연배우의 대사가 딱 세마디밖에 없다고 한다. 영화는 시종 남주인공의 시각에서 잔잔하게 이어졌지만 관객에게 서서히 다가간 반응은 강렬하였다.
《작품을 떠나서 영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우지 못한 우리같은 사람도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것을 보여준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하는 김광호감독은 수상작이라지만 미흡한곳이 맘에 걸려 이대로는 관중앞에 그냥 못내놓겠다며 영화제 페막후에도 끊임없는 편집에 달라붙었다. 그의 차기작품은 이미 씨나리오로 완성된것으로, 한 이중인격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될것이다.
연변일보/ 강정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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