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구상 20여 년, 지혜 모아 다시금 추진하자
울릉도·독도 생태환경을 국가전략으로 관리해야
울릉도·독도 생태·지질·해양자원 체계적 보전 필요
울릉공항 개항 앞두고 보전과 지역경제 조화가 과제
DJ정부 말기인 2000년대 초였다. 국회에서 독도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린 것을 계기로 환경 분야 전문가들과 독도의 자연환경과 관리 방안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게 됐다.
당시 주로 환경영향평가와 환경생태학을 연구하던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현 한국환경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논의 과정에서 하나의 구상이 제기됐다.
“울릉도와 독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자연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과학조사와 국가관리를 통해 울릉도·독도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자”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국립공원을 하나 더 지정하자는 의미가 아니었다. 당시 구상의 핵심은 환경·생태·해양·관광·국가관리를 하나의 틀로 묶는 것이었다.
울릉도·독도, 하나의 생태환경권으로
울릉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고립된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형성하고 있다. 독도 역시 규모는 작지만 육상 생태계와 주변 해양생태계가 결합한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를 육지만 따로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주변 해역의 생태계와 수산자원, 해양경관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지질학적 가치도 중요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섬으로 독특한 지질구조와 해안 경관을 갖고 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지질·경관 자원까지 함께 보존하는 것이 필요했다.
관광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관광객이 증가하면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섬에서는 교통·숙박·폐기물·하수·경관 훼손 등 환경부하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관광개발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수용 능력을 고려한 관광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검토된 방안은 울릉도 약 72.6㎢, 독도 약 0.19㎢와 주변 해역 등을 포함해 약 300㎢ 규모의 해상국립공원으로 묶는 구상이었다.
즉, 독도만 별도로 국립공원화하는 것이 아니라 울릉도·독도·주변 해역을 하나의 생태·환경권으로 관리하는 ‘동해 해상국립공원’ 개념이었다.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진행된 국립공원 연구
환경부는 당시 일부 예산을 배정해 울릉도·독도의 국립공원 지정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연구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이 문제가 불필요하게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연구가 진행됐다.
생태학자, 지리학자, 환경영향평가 전문가, 토양 전문가, 전문언론인 등 10여 명이 현지를 직접 답사했다.
당초 일정은 5박 6일이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출항하지 못했다. 결국 일행은 울릉도에 발이 묶였고, 애초 예정했던 기간보다 훨씬 긴 10여 일을 섬에서 보내야 했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풍랑이 계속되면서 항구에는 거센 파도만 몰아쳤고, 울릉도의 명물인 오징어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급기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마른 산나물 등을 먹으며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그때 체감한 것은 섬의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섬은 육지와 달리 식량·교통·물류·에너지 등 생활 기반 자체가 외부와 연결돼 있으며, 기상악화가 발생하면 그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이었다.
식물학의 보고, 울릉도
울릉도의 생태적 가치는 무엇보다 식물상에서 잘 드러난다.
울릉도에는 명이나물, 부지갱이, 두메부추 등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해안과 산림에는 울릉도 특유의 식생이 형성돼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식물학자들이 울릉도의 식물을 조사하고 표본을 수집했다. 특히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은 울릉도 식물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상당수 식물 종을 기록했다. 해방 후에는 정태현 박사 등을 비롯한 국내 식물학자들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울릉도 식물상에 대한 국내 연구가 축적됐다.
섬피나무, 섬노린재나무, 섬시호 등은 울릉도의 식물학적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식물들이다.
울릉도 식물에 관한 연구는 단순한 종 목록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어떻게 식물이 분화하고 적응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진화·생물지리학적 연구의 현장이기도 하다.
식물 수집과 분류 연구는 그동안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진행됐다. 국립수목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립, 국립생태원 등 생태 전문기관의 확대와 함께 국내 생물종 조사와 분류학 연구도 점차 체계화되고 부족한 식물분류전문가의 양성이 학문적 과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SNS와 시민 과학을 통한 식물조사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현장에서 촬영한 식물 사진과 위치정보를 공유하면서 전문가 중심이었던 생물종 조사에 시민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환경부 출신으로 식물과 자연생태에 관심을 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우리 고유 식물의 모습을 기록해 온 박대문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의 활동도 이러한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
국립공원 지정은 일본보다 큰 벽은 ‘주민 동의’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것은 국립공원 지정의 환경적 타당성과 지역사회의 현실적 우려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자연환경 보전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정 지역에서는 건축과 토지이용, 시설 설치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지역주민으로서는 관광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당시 연구가 던진 가장 현실적인 결론은 분명했다.
보전 가치는 높지만, 지역주민의 동의와 개발·보전의 조정 없이는 국립공원 지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국립공원 지정은 유보됐다.
그러나 당시 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울릉도·독도는 현재 국가지질공원이라는 별도의 보호·관광 체계를 활용하면서 지질·경관 자원을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관리되고 있다.
20여 년 후, 달라진 관광환경의 변화 울릉도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울릉공항 개항을 계기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 관광객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향후 관광용 헬기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될 때 관광 패턴 역시 달라질 수 있다.
2025년 발표된 관련 연구에서는 울릉도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 수준에 이르면 독도 방문객도 연간 약 20만 명 규모까지 증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광객 증가는 지역경제 측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독도와 울릉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수용 능력(carrying capacity)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독도는 섬 자체의 면적이 매우 작고, 기상 조건에 따라 접근성이 크게 달라진다. 방문객 증가가 곧바로 자연환경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방문객 동선과 체류시간, 선박 접안, 폐기물, 오수, 해양환경, 안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울릉공항 개항 이후에는 단순히 ‘관광객을 얼마나 더 유치할 것인가’보다 얼마나 지속할 수 있게 수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전 대 개발’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현재 울릉도·독도를 다시 바라본다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국립공원 지정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핵심 질문은 “울릉도·독도를 개발할 것인가, 보전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울릉도·독도의 자연환경과 지질·생태적 가치를 국가가 어떻게 보전하면서 관광과 주민 경제, 해양산업을 지속이 가능하게 발전시킬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공원이라는 지정 방식 자체만을 놓고 논쟁하기보다 기존의 국가지질공원, 해양보호구역, 생태·경관 관리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국립공원 지정까지 포함한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울릉공항 개항과 관광객 증가가 현실화하면 △관광객 총량 및 시간대별 관리 △독도 방문객 사전 예약·분산 관리 △친환경 선박과 해양환경 관리 △물, 하수·폐기물 처리 △생태계 모니터링 △희귀·특산식물 보전 △주민소득과 연계된 생태관광 등의 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국립공원 지정의 성패 역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편익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보전으로 인해 주민의 생활이 불편해지는 구조가 아니라, 보전 자체가 주민소득과 지역 일자리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시작해야 할 울릉도·독도 생태환경 국가전략
돌이켜보면 당시 구상했던 것은 단순히 국립공원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었다.
울릉도와 독도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과학적 조사와 학술연구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며, 이를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리고, 관광과 지역경제를 생태적으로 관리하는 장기적인 국가관리 전략이었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울릉도와 독도를 연계한 국립공원 지정이라는 구상은 아직 뚜렷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이 다시 논의할 시점일 수 있다.
과거에는 ‘보전과 개발의 충돌’이 국립공원 지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면, 이제는 관광객 증가와 접근성 개선에 따른 환경수용능력과 지속이 가능한 관리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랑 속에서 10여 일을 울릉도에 갇혀 지내며 섬의 취약성과 자연의 힘을 몸으로 경험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울릉도와 독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생물종과 지질·경관자원, 해양생태계가 존재하며, 오랜 시간 축적된 조사와 연구의 가치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발과 보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전이 곧 지역의 발전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울릉도·독도 관리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20여 년 전 유보됐던 국립공원 구상이 오늘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다시 구체화하고, 무엇보다 울릉도민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돌려주는 미래형 국가전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