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야음
김호연재(金浩然齋)
달빛에 잠긴 온 산은 고요한데
샘에 비친 몇 개의 별빛이 맑다
댓잎에 스치는 바람 안개를 씻어 내고
매화에 비이슬 맺히네
삶은 석자 칼날 위에 있고
마음은 내걸린 하나의 등불
서러워라 올 한 해도 저물어 가니
흰 머리만 해마다 느는구나
야음(夜吟)
月沈千嶂靜(월침천장정) 泉影數星澄(천영수성징)
竹葉風煙拂(죽엽풍연불) 梅花雨露凝(매화우로응)
生涯三尺劍(생애삼척검) 心事一懸燈(심사일현등)
惆悵年光暮(추창연광모) 衰毛歲又增(쇠모세우증)
[어휘풀이]
-惆悵(추창) : 몹시 슬픔
[역사이야기]
김호연재(金浩然齋:1681~1722)는 조선 후기의 여성 시인이며 호는 호연재(浩然齊)이다. 부친 김성달과 모친 연안 이씨도 시를 잘 지어서 일상적으로 가족의 시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그의 『자경편(自警篇)』과 시집은 언해되어 관련 가문들의 여성 사이에 필사되어 읽혔다고 한다. 작품 수준도 뛰어나 허난설헌(許蘭雪軒)과 비교되어 평가되었다. 저서로 『오두추도(鼇頭追到)』, 『호연재유고(浩然齋遺稿)』 등이 있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