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계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주식을 대량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이번 매각은
1조3000억원대의 매머드급 규모인 데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경영 승계 구도와도 맞물려 있어 금융시장은 물론 재계에서도
초미(焦眉)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추진된 '글로비스 매각'은 시장에 알려진 지
한나절도 안 된 13일 아침 8시쯤 '매각 무산'으로 결론났다. 정 회장 부자(父子)가 매각하려 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규모는
전체의 13.4%인 502여만주. 매각 단가는 전일 종가보다 7.5~12% 할인된 주당 26만4000~27만7500원이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매각 물량이 방대한 데다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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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2일(현지 시각) 미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한‘2015 북아메리카 국제오토쇼’(일명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도 "최종적으로 시장에 내놓은 502만주 중 60% 정도만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간혹
희망 수량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매각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정 회장 측은 '딜 중단'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매각
무산 후 열린 이날 증시에서는 강한 여진(餘震)이 이어졌다. 글로비스 주가가 개장 직후 하한가로 떨어지자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는 어떤 경우에도 글로비스 최대 주주 지위를 지킬 것"이라며 진정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매각 자금을 활용해 사들일 것으로 예상됐던 모비스는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11%나 폭등했다. 증시와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에 대한 속내가 일부 드러난 만큼, 향후 경영
승계와 관련된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각 무산의 후폭풍을 감안해 정 회장 부자 측이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겠지만, 머지않아 다른 형식으로 지배 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시장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 기준(대주주 지분 30% 이상) 이하로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결국 글로비스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째는 글로비스와 모비스 합병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글로비스의
대주주(약 32%)인 정의선 부회장은 단번에 현대차·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글로비스의 시장 가치를 높여 모비스와 합병을 시키는 방안에 무게가 더 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 사례 등을 볼 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블록딜(block deal)
많은 수량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묶어서 한꺼번에 파는 기법으로 보통 기관투자자나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팔 때 사용한다. 주가(株價)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장 전후에 시간외(外) 거래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