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전만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었는데…. 시장이 너무 갑자기 얼어붙었어요.”
16일 오후 2시 경기도 분당 신도시 백궁정자지구 내 파크뷰 앞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썰렁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요즘 하도 답답해 혹시 규제완화책이 나오나 인터넷만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투기억제책의 ‘무풍지대’로 꼽혀온 분당의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대부분 평형에서 한두 달 전보다 줄잡아 평당 1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지난 4월 말 분당 신도시에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제 영향에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된 탓이다. 대형 평형 전셋값은 ‘죽전 쇼크’ 영향으로 많게는 1억5000만 원이나 내려앉았다.
◇파크뷰도 뒤늦게 급락 장세=분당 신도시 아파트의 ‘대장주’로 불리는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1829가구). 지난 6월 말부터 시작된 입주 지정일이 이달 초로 끝나 매물이 부쩍 늘면서 값이 많이 빠졌다.
이곳의 테크노 공인( 031-785-2002) 박윤재 사장은 “지난 4월 26일 분당에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되면서 기존 분당 신도시 아파트값은 조정기에 접어들었지만 파크뷰는 분양권 상태이기 때문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크뷰 33평형의 경우 실거래가가 아닌 분양가(2억7000만원)의 5.8%에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사이익까지 점쳤었다. 한 중개업자는 ”강남구 도곡동 주상복합 타워팰리스와 비교한 뒤 값이 싸다며 분양권을 매입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33평형의 웃돈은 4억2000만원까지 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웃돈이 3억7000만원에도 팔겠다는 사람이 나오지만 매수세가 없다.
파크뷰 54평형의 웃돈도 한 두 달 전 6억원에서 지금은 5억6000만원, 48평형도 5억5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불과 한 두 달 전만 해도 집주인이 내놓은 호가보다 더 높게 거래되곤 했지만 지금은 영 딴판이라고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한 중개업자는 “손님만 붙여달라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제법 걸려온다”며 “입주초기 때 팔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71평형 이상의 초대형은 여전히 매물이 귀하고 호가 하락폭도 거의 없는 셈이다. 현지 중개업계에선 실입주 목적의 여유 층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파크뷰 대형 평형엔 전직 방송인 P씨 부부, 트로트 인기가수 N씨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0∼60평형대 호가가 빠지고 있어 이들 평형도 영향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본다.
파크뷰의 호가가 급락하면서 인근의 주상복합아파트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아이파크 71평형은 한 두 달 전 11억 5000만원에도 매물이 없었으나 지금은 1억원 떨어진 10억 5000만원에 나와도 입질이 없다.
금곡동 이레공인(031-719-9000) 한성곤 사장은 “이곳도 두산위브를 비롯한 주상복합 아파트들도 두달전보다 5∼1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소형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 싼 매물이 나온다. 한 중개업자는 “오피스텔을 투자목적으로 5∼10개씩 산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 사람들이 현금확보를 이유로 매물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도 곤두박질=파크뷰 전셋값은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33평형은 한 두 달전 3억5000만에 호가했지만 지금은 2억2000만∼2억3000만원 수준이다. 54평형은 3억원 수준으로 입주초기보다 1억5000만원이나 떨어졌다.
한 중개업자는 “국민주택 규모인 33평형의 입주 초기 전셋값은 압구정동이나 대치동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거품이 심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제값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분당 신도시와 거의 붙어 있는 죽전지구 입주가 비수기에 몰려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이곳 전세 시장을 강타했다.
한 중개업자는 “죽전 34평형 아파트 전세가 6500만원에 거래된다는 소식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경쟁적으로 낮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물론 경기침체로 이사수요가 많이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입주율은 현재 63%정도로 낮아 잔금을 치르기 위해 내놓는 매물이 더 늘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본다.
◇전망도 밝지 않아=나 홀로 강세를 유지해온 파크뷰의 호가가 급락함에 따라 중개업소들도 긴장하고 있다.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지금 나오는 파크뷰 매물은 등기를 하기 전의 분양권 매물”이라며 “등기를 한 매물의 경우 일반 아파트처럼 취득비용이 높아지는 데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거품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강남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전해져야만 이곳 아파트시장도 살아날 것 같다“며 ”올해안엔 장이 서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꺾여 거래침체 속에 약보합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실수요자들도 매수시기를 늦추라고 중개업자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