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 6 / 김용택
너는 언제나 홀로 서 있다
캄캄한 여름밤이나
뙤약볕 내려쬐는 여름 한낮이나
너는 이제 홀로 아득히 서 있다
네 그늘 아래 들어 논물을 보며
쉴 사람들은 없고
매미를 잡으러 너를 오를 아이들은 한 명도 없다
서너 동네 사람들이
네 그늘이 미어터지게 가득 모여들어
못밥을 먹곤 했었다
저 작은 들판 모내기가 다 끝나고
김매기가 다 끝나고
벼베기가 다 끝날 때까지
농부들은 네 그늘 아래 모여 쉬며 밥 먹고
네 그늘 아래 누워 낮잠 자고
밤이슬을 피하며 삽자루를 베고 누워
논물을 지키곤 했다
이 논 저 논 논물을 대며 싸우며 함께 늙어가던
사람들은 떠나고 죽어가고
남은 사람들도 이제 쓸쓸한 네 그늘 아래
들르지 않고 지나만 간다
네 그늘 가득
못밥을 먹는 모습들이
그 사람들이 지금도 네 그늘 아래 살아날 것만 같다
김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쌀 반 보리 반 반식기 고봉밥에
푸른 가닥김치, 생갈치 지진 것, 콩자반, 하지감자국
무엇이든 배가 터지게 먹고
네 그늘 아래 드러누워 보던 너의 그 푸른 이파리와
소낙비처럼 울어대던 매미소리와
달디달고 짧은 잠에서 깨어나던 그 여름 한낮의
눈부시던 들판의 햇빛
아, 꿈결처럼 들리던 모내던 소리도 이제 사라졌다
무엇이 남았느냐
이제 너는 언제나 홀로 서서
들판에 묻힌 옛 이야기를 쓸쓸히 더듬는다
너의 그 수많은 가지와 이파리로 *
첫댓글 세상은 많이 변했지요
모내기하며 먹던 들밥 이제는 보기지 않지요
고운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