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내셔널 부커상
오늘 이야기할 책은 불가리아 작가,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라는 사람의
<타임 셸터>라는 소설이란다.
불가리아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인 것 같구나.
어떻게 불가리아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냐면,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읽었단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님이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상이잖니.
그런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었단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이 책이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한 2023년에
아빠도 좋아하는 작가인 천명관 님이 쓴,
아빠도 재미있게 읽은 <고래>라는 작품이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고 하는구나.
천명관 님의 <고래>가 수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이 책은 읽을 기회가 없었겠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불가리아 최초로 인터내셔날 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물론 아빠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이고…
제목 <타임 셸터>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시간 대피소’ 정도로 해석될 것 같구나.
책 제목에 ‘타임’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타임 슬립 장르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
시간 여행하는 소재의 소설은 늘 재미 있었지.
이 책도 어찌 보면 시간 여행을 소재로 했다고 볼 수도 있겠더구나.
하지만 책장이 쉽사리 휙휙 넘어가지는 않았어.
불가리아의 현대사와 유럽의 현대사를 이해하고 있다면
좀더 읽기 수월했을 것 같은데,
아빠는 그런 지식이 부족하여 읽는데 쉽지는 않았단다.
우리가 통영 여행갈 때 가볍게 읽으려고 이 책을 가지고 갔는데,
읽기 쉽지 않아서 여행 중에는 거의 읽지 못했구나.
자, 그럼 이야기를 해보자.
1. 클리닉
소설 내내 주인공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은 것 같아.
일인칭의 ‘나’가 주인공이고 직업은 소설가인 것으로 보아
지은이 자신이 감정이입 되어 썼을 것으로 추측된단다.
소설가 ‘나’는 9월 초 바닷가에서 열린 문학학회에서
가우스틴이라는 사람을 새로 알게 되고,
학회가 끝난 이후에도 교류하면서 지냈어.
‘나’는 학회가 끝나고 뉴욕으로 돌아온 이후로 가우스틴에게 편지를 쓰며 한 동안 연락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이 끊겼단다.
그랬다가 취리히 문학관 초청으로 한달간 취리히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불가리아 이민자를 한 명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이 가우스틴을 알고 있다고 하여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단다.
가우스틴은 새로운 클리닉을 구상하고 있었어.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의 한 시점과 장소를 꾸며서
환자들의 기억을 돕는 클리닉이었어.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기억을 잃어가도
특정 시간대와 특정 장소의 기억을 잘 한다는 것을 이용한 클리닉이었어.
이 일에 ‘나’도 도움을 주었어.
이 클리닉은 점점 잘 되어 유럽 여기저기에 분점이 생기기 시작했단다.
이 클리닉을 보면
어떤 층은 1970년대풍으로 꾸몄고, 어떤 층은 1960년대 풍으로 꾸미는 등
환자 맞춤형으로 꾸며 놓았단다.
책 표지가 그런 것을 의미하는 디자인 것 같았어.
…
그런데 이 클리닉이 성황을 이루면서
알츠하이머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찾아오기 시작했어.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야.
특히 아빠와 같이 중년이나 노년의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 같구나.
그래서 이렇게 과거의 시간을 꾸며지는 타임 셸터는 유럽 여기저기서 성행을 했어.
이것이 유행하면서 일반 거리에서도
옛 복고풍의 옷을 입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었단다.
그리고 아날로그를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었어.
다들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어.
2. 백 투 더…
이런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려는 유행은 점점 퍼져서
이젠 나라 전체가 과거로 돌아가려는 투표도 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몇 년도 돌아갈지 국민투표를 하기도 했어.
유럽의 각국의 국민투표 사례를 들어주었어.
대부분의 나라들이 과거 자신의 국가가 가장 찬란하고 화려했던 그 시절이
많은 표를 얻고,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되었단다.
‘나’의 모국인 불가리아는 사회주의 국가 시절이었던
1970년대가 0.3%의 아주 근소한 차로 승리하였단다.
불가리아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사회주의 시절이 근소하게나마 더 좋았나 보구나.
자본주의 무한경쟁에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좋은데,
스마트폰, SNS 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논란이 되기도 했단다.
그 시절에 스마트폰과 SNS이 없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때는 그 나라가 몇 년대로 회귀했는지 꼭 알고 가야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다고 했어.
과거 낭만을 찾다가 더 복잡해진 세상이 된 것 같기도…
…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어.
2024년 사라예보에서는 1914년 과거에 있었던 암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어.
1914년 사라예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워서 알 수도 있으니 이건 퀴즈…^^
….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1939년도로 돌아가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거야…..
1939년.. 그 무시무시한 세계2차대전이 벌어진 날이잖니.
국경 지역에 군대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소설은 그 뒷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 건지,
‘내일은 9월 1일이었다.’라는 문장과 함께 소설은 끝이 났단다.
그 일이 반복된다면
이건 타임 셸터가 아니고 타임 홀로코스트가 아닐까? 싶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이 책을 어렵게 읽고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서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그냥 아빠 식대로 해석을 해보았단다.
….
이 책은 이런 스토리 이외에
중간중간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하는 문장들이 여럿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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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70)
인생(과 시간)이란 얼마나 도둑 같은가, 어? 얼마나 강도 같은가….. 평화로운 카라반을 매복 공격하는 악랄한 노상강도보다 더 악랄하다. 그런 노상강도들은 돈 가방과 숨겨둔 황금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은 당신이 유순하여 실랑이 없이 재물을 내놓으면 다른 것-목숨, 기억, 심장, 생기-은 빼앗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이나 시간이라는 이 강도는 어느덧 다가와 모든 것-기억, 심장, 청력, 생기-을 앗아간다. 심지어 고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손에 넣는다. 그걸로도 모자라는지 그 와중에 당신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가슴을 축 늘어지게 하고, 엉덩이엔 뼈만 남게 하고, 허리를 굽게 하고, 머리칼을 성긴 백발로 변하게 하고, 귀에서 털이 자라게 하고, 온몸에 점을 뿌려놓고, 손과 얼굴에 검버섯을 돋게 하고, 앞뒤 안 맞는 말을 지껄이지 않으면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게 하고, 모든 말을 빼앗아 아둔하고 망령 든 사람이 되게 한다. 그 개자식은-인생, 시간, 노년 다 똑같다, 똑 같은 쓰레기, 똑 같은 깡패다. 그 개자식은 처음에는 적어도 공손해지려는 노력이라도 한다. 솜씨 좋은 소매치기처럼 일정한 한계 안에서만 도둑질하는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작은 것들을 훔쳐간다-단추 한 개, 양말 한 짝, 가슴 왼쪽 윗부분의 미세하게 찌릿한 통증, 몇 밀리미터쯤 두꺼워진 안경, 앨범 속 사진 세 장, 얼굴들, 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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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츠하이머에 대한 생각도…
어느날 아침 일어났는데,
중간의 기억은 다 까먹고 40년 전의 기억만 생생하다고 생각해봐.
나의 기억으로는 하룻밤을 잔 것인데,
40년이 지나 있다고 생각해 보렴.
아, 얼마나 끔찍하겠니.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뇌운동을 해야겠구나.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고 그래야겠다.
…
이 책이 천명관의 <고래>를 밀어내고 인터내셔날 부커상을 탔다고 하는데,
아빠는 천명관 님의 <고래>가 훨씬 재미있었단다.
<타임 셸터>의 유럽적 감성과 지성이 가미되어 있어서
수상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채식주의자> 이후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들이
인터내셔날 부커상이 후보작에 간간히 올랐다고 하던데,
올해는 다시 한번 우리나라 작품이 수상했으면 좋겠구나.
…
자,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언젠가 사람들은 시간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지구가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계산하려고 했다.
책의 끝 문장: 내일은 9월 1일이었다.
책제목 : 타임 셸터
지은이 :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옮긴이 : 민은영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460 page
책무게 : 598 g
펴낸날 : 2024년 11월 29일
책정가 : 17,800원
읽은날 : 2025.01.20~2025.01.23
글쓴날 :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