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집에서 자고 출근하는 바보의 차를 운전하여 겸백면소재지 선돌마을에 내린다.
호남정맥을 하는 것이라면 무넘이재로 가야하는데 내겐 별 의미가 없다.
8시 반을 지난다. 빈집을 보며 능선으로 올라 포장된 임도를 걷는다.
배낭을 벗고 스틱을 편다.
숲으로 접어들어 느긋한 오르막을 걷는 맛이 좋다.
햇볕은 나무사이로 쏟아져 오지만 손은 차다.
막 피어난 진달래를 보며 지그재그 오른다.
가끔 급경사와 완경사 안내판이 보이는데 난 굳이 급경사를 오른다.
작은 산 앞에서 큰소리치기다.
40분쯤 걸었을까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이 지긋한 남자와 빨간 옷을 감싼 여성들이 서 있다.
주변에 작은 가방과 전기톱 등이 보여 한 어른에게 인사를 하며
무슨 나무 베러 가시느냐 하니 철쭉 정리하러 가는데 차가안 와 기다리신단다.
요즘 산은 나무들을 베어내고 임도를 만든다고 사방에서 톱질소리다.
부드럽고 양지바른 곳에는 까만 태양광집열판들이 폭군처럼 앉아있다.
지그재그로 부지런히 올라가니 작은 공터에 하얀 트럭이 세대 있고
아까 만난 인부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거의 정상께까지 차가 올라온다. 그 어른이 우리보다 늦었네요라며 웃는다.
난 바닥깔린 등로를 힘차게 올라간다.
철쭉이 양쪽으로 가득하다. 꽃망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바위 전 너른 헬기장을 지난다.
사방의 조망이 열린다. 모후산이 가깝고 무등은 덩치를 보이며 흐릿하다.
며칠 전 걸은 방장과 주월산이 앞쪽에 버티고 있고 내가 가야할 존제산은
그 봉우리가 밋밋하다.
서쪽의 제암산 봉우리가 기점이 되고 얼마전 오른 계당산도 알겠는데 호남정맥 줄기의
산들은 다 모르겠다. 무등 아래의 천운산은 자주 올라서인지 잘 보인다.
아랫쪽 철쭉밭에서는 이미 한떼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는지 톱질소리가 들린다.
햇볕에 녹은 검은 흙길이 미끄럽다.
수남삼거리 이정표를 보며 광대코재쪽으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