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피해 초등학교 복구를 위한 아름다운동행과 아라우부대, 파윙초등학교 합의각서 체결모습. 사진은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스님과 로레타 글라리자 파윙초등학교장 모습. |
지난해 11월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서 긴급구호를 실시하며 슬픔을 어루만졌던 종단이 필리핀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보시행을 펼쳤다.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은 오늘(3월28일) 오전9시 필리핀 팔로 인근에 위치한 파윙초등학교에서 합동지원단 아라우부대, 파윙초등학교와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톨로사와 기안 지역에서 긴급구호를 펼친 지 130일 만에 다시 필리핀을 찾아 자비행을 실천한 것이다. 합의각서 체결을 계기로 앞으로 아름다운동행은 아라우부대와 함께 초등학교 9곳을 복구한다.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부락초등학교. |
아름다운동행이 2차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은 필리핀 태풍피해 기금 모금에 동참한 전국 사찰과 불자들, 일반인들의 정성이 모인 결과다. 각계각층에서 필리핀을 돕기 위한 정성이 모여 약 5억원이 모금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아름다운동행은 1차 지원에서 사용한 2억4000여 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금을 교육시설 복구에 사용할 방침이다. 학교별로 약 3000만원이 투입돼 2억6000여만원을 지원한다.
필리핀 긴급구호 당시 2억4000여만원 지원한 것을 합하면 5억원 가량을 필리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지원한 셈이다. 동행이 지원하는 초등학교는 타나완과 톨로사, 팔로 내 9곳. 오는 5월 파윙초등학교 복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초등학교 복구가 이뤄지며, 오는 9월경 초등학교 9곳 공사를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합의각서 체결이 이뤄진 파윙초등학교는 들뜬 분위기였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학교복구를 위해 먼 길을 달려 온 아름다운동행과 아라우부대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전했다. 로레타 글라리자 파윙초등학교장은 “태풍발생 이후 지난 4개월간 학생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태풍으로 부모님과 집을 잃고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임시 학교로 전학가는 학생들도 많다”며 “도움을 주신 대한민국 정부와 아름다운동행에 감사드린다. 하루빨리 학교가 복구돼 학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칸목세이초등학교 교실 모습. 교과서가 물에 젖어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이철원 아라우부대장은 “합의각서 체결은 학교와 아름다운동행, 아라우부대의 역할분담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앞으로 필리핀 공병과 아라우부대가 협력해 학교를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태풍피해가 극심했던 필리핀 중부 레이테 섬에서의 긴급구호는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다. 대부분의 구호단체들은 긴급구호를 마치고 필리핀을 떠났으며, 이제는 긴급구호에 이어 피해복구에 재건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복구 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이 타클로반 시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에 쌓여 있던 태풍 잔해와 쓰레기들은 상당수 사라졌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학교와 집들은 복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름다운동행이 타나완과 톨로사 지역 초등학교 복구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곳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지원 대상을 초등학교 교육시설 복구에 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교육지원 사업은 아름다운동행 출범 이후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국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의 책가방을 지원하는 선재의 선물 사업과 청소년들을 위한 나의문화유산만들기 사업을 비롯해 아이티 교육지원 사업과 아프리카 탄자니아 농업기술고등학교 건립 등 아름다운동행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교육사업에 매진해왔다.
이번 필리핀 초등학교 9곳 지원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종단에서 지속적으로 필리핀 태풍 피해 지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태풍 피해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파윙초등학교에서 합의각서 체결에서 이어 가진 기념촬영. |
아라우부대와 연계해 교육시설 복구 사업의 공신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라우부대는 필리핀 팔로, 타나완, 톨로사 3개 지역에서 도시기능 정상화, 공공시설 및 교육시설 복구, 태풍 잔해물 제거, 급수지원 등을 맡고 있다.
현지 주민들과 언론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3월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 재난대응 사후 검토회의에서는 아라우부대의 복구사업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름다운동행이 아라우부대와 함께 초등학교 복구에 나서며 필리핀 국민들에게 아름다운동행과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이미지 제고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스님은 “필리핀에서 복구를 지원하고 있는 아라우부대를 통해 초등학교를 지원하게 돼 다행스럽다”며 “이번 합의각서 체결을 통해 아름다운동행이 세계로 나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제구호활동 뿐만 아니라 동행을 통해 자비나눔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말라기카 초등학교 복구 중인 아라우부대 장병들. |
합의각서 체결에 앞서 지난 27일 아름다운동행은 복구가 이뤄질 초등학교를 둘러봤다. 톨로사 내 초등학교의 모습은 열악했다. 학교 지붕은 태풍에 상처를 입고 위태롭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마나 온전한 지붕에는 도움을 호소하는 ‘S.O.S’, ‘Help us’ 등 문구가 적혀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름다운동행의 지원으로 학교가 복구된다는 기쁨도 감추지 않았다. 칸목사이초등학교에서 만난 에드윈 군(10세)은 “태풍으로 학교 지붕이 날아가고 교과서도 물에 젖어 공부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슬프다”며 “하루빨리 우리학교가 공사를 마치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하고 싶다. 도움을 주신 아름다운동행과 아라우부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락초등학교 교사 레나토 데세나(53세) 씨도 “필리핀 정부가 잠자고 있을 동안 우리를 도와준 이들은 종교계와 NGO들이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조계종에서 톨로사 마을을 위해 쌀과 라면, 물 등 구호품을 전달해 준 것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며 “한국 불교계에서 잊지 않고 톨로사를 다시 찾아 우리학교를 도와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를 도와주는 곳이 없었는데 우리가 큰 행운을 얻게 됐다”고 한국 불교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아름다운동행은 지난 27일 아라우부대에서 부대 활동현황을 보고 받은 뒤, 필리핀 복구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장병들을 위한 간식비로 3000달러를 전달했으며, 부대 불자 장병과 간부들을 위해 합장주 500개를 지원했다.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스님이 이철원 아라우부대장에게 장병 간식비 3000달러를 전달하는 모습. |
■ 아름다운동행 지원대상 초등학교
톨로사 부락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
타나와 - 칸바리사라초등학교, 코곤초등학교, 림부한초등학교, 피캐스초등학교, 톨로사 - 부락초등학교, 카팡이한초등학교, 칸목사이초등학교, 캔터리위초등학교, 팔로 - 파윙초등학교(이상 총 9곳)
■ 아라우부대는…
필리핀 합동지원단 아라우부대 전경. |
필리핀 합동지원단 아라우부대(부대장 이철원 대령)는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정부의 요청에 따라 파견됐다. 아라우(Araw)는 필리핀어로 ‘태양’, ‘희망’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9일 창설됐으며, 2013년 12월28일부터 2014년 12월까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아라우 엔젤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에서 280여명이 파견돼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아라우 엔젤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국인 필리핀을 돕기 위해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를 모토로 필리핀 공병부대와 연합해 필리핀 팔로, 타나완, 톨로사 3개 지역에서 도시기능 정상화, 공공시설 및 교육시설 복구, 태풍 잔해물 제거, 급수지원 등을 맡고 있다. 아라우부대는 오는 연말까지 교육시설 50여 곳 복구를 포함해 60여 곳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동행과 합의각서 체결을 통해 아라우부대는 앞으로 톨로사 내 부락초등학교, 타나완 내 림부한초등학교, 팔로 내 파윙초등학교 등 9곳을 오는 9월까지 복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