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이 감각적인 첫 문장 하나가 마음에 콕 박혀 한참을 반짝였던 소설
'젊은 느티나무'
고교 때, 국어선생님이 읽어주신 강신재님의 소설이다
나중에 찾아 읽고 또 읽었던 소설
친구는 이 문장에서 언급된 비누가
다이알 비누일것 같다며
마치 그비누냄새라도 느껴지는듯
눈을 살며시 감곤 했다
그 당시 한참 유행했던 세숫비누인데
광고도 엄청 많이했던 비누다
"당신의 비누 다이알~~"
하는 CM송도 기억난다
박완서님의 나목을 찾다가
내가 좋아했던 강석경님의 숲속의 방,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등의 소개글도 있어
무작정 집어들은 책이다
그 속에 강신재님의 글 평도 있어
갑자기 또 가슴이 뛴다
작가의 문학적 소양, 집안배경,사회적 현상 등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방대한 자료들과 함께 작품평을 곁들인 책인데
그 속에 발견한 젊은 느티나무가
문학소녀 시절로 되돌아가게 했다
강신재님의 글은 참 세련된
도시여인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제사 조용히 고백하는데
현역시절 전교생 대상 가정통신문을 기획해 보낼일이 있었다
맨 끝에 학교장 이름이 들어가는데
하필
새로 부임해오신 교장샘 성함이
강신삼이었다
너무나 익숙한듯한 이름
가정통신문 결재를 받아 인쇄까지 끝냈는데
교장선생님도 본인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으셨나보다
내용만 살펴보시고는 도장 꾸욱!
학교장 이름이야 어련히 잘 썼을까 하셨을게다
동학년 교실 먼저 배부를 해놓고
다른 학년 교실로 배부하기 전
눈썰미있으신 학년부장님이 급하게 교실로 쫓아오셨다
떠억하니
'학교장 강신재' 라고 씌여있는 통신문을 들고.
부끄럽고 황당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당시 통신문은 누런 신문용지를 사용해 단가는 그리 비싸지 않다
그나마 변명이라고 학교재정에 크게 손해를 끼친건 아니라는 걸 얘기하는거다
이름을 수정해서 1장을 출력한다음
윤전기로 돌리면 되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수습과정후
무사히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수습하느라 뛰어다니는 동안
그놈의 다이알비누 냄새가
왜 그리 진하게 쫓아다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