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an athlete
지난 주말을 정말 건전하게 보냈습니다. 어떻게 지내면 건전하냐구요. 모든 약속을 다 취소하고 산책하고 채식하고 서서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좋은 생각만 하였습니다. 갑자기 웬 수도승 같은 생활을 시작하였느냐 구요?
저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데 지난 3월13일이 그날이었습니다. 확인해보니 2013년에도 우연의 일치로 3월13일 건강검진을 받았더군요. 건강검진을 매년 받고 있고 그때마다 몇몇 분야의 수치가 좋지 않아 의사로 부터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사실 오십대 중반이 되면 누구나 체중을 빼고 운동하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듣고 그 이야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기 먹는 양도 줄이고 헬스클럽도 등록하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세대는 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으실 것 입니다.
지난 2013년3월13일 건강검진을 받고 1년간 살아온 저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현미식을 하겠다고 요란을 떨어 현미 도시락을 싸들고 몇 달간 불편하게 살기도 하였고 채식 위주로만 먹겠다고 음식점에 가서 까탈을 떨기도 하였습니다. 운동도 짐마일로라는 헬스클럽을 장기로 끊고 처음에는 매일 다니다가 점점 줄어 이제는 일주일에 1번 내지 2번 정도 가서 그것도 유산소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겨우 근력 운동만 하고 오지요. 단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사실 환자가 된 것도 아닌데 1년365일을 현미에 채식만 하고 매일 운동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가 의지력이 박약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완벽하게 채식을 하거나 매일 운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 의지력에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건강하게 산다고 저러고 살아야 하나 하는 반감이 슬며시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찌합니까? 운동하여야 한다니 시늉이라도 내는 수밖에. 사실 금년 1월8일부터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의 목표를 ‘매일 1시간 걷기’로 정하고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는 꼭 ‘마’가 낀다고 사흘 째인 1월10일 왼쪽 발목을 삐는 바람에 매일 1시간 걷기가 정말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계절도 겨울이라 운동이 부족한 데다가 마음까지 풀어져 식사도 최근에는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고 고기도 막 먹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것입니다.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에 걸쳐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 받았습니다. 무슨 통보를 이틀에 걸쳐 받았냐구요. 건강검진 한 김에 좀 걱정이 되는 장기는 다 전문의들의 외래 진료를 받았습니다. 종합적으로 건강검진 결과 통보를 받은 다음 소화기내과(위), 소화기내과(간), 내분비내과, 비뇨기과, 수면클리닉까지 추가로 5개과에서 별도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무슨 종합병원을 차린 것 같습니다. 제가 이를 솔직히 공개하는 이유는 다른 분들도 자세히 건강상태를 살펴보면 그리 다를 바 없을 것 같아 위안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딱히 어떤 중병이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수치상 여러가지 부문에서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체중이 전년에 비해 5킬로 그램 늘어 복부비만이 더 늘었습니다. 위에는 위염과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간수치는 지방간 때문에 약간 올라가 있었습니다. 혈당수치는 당뇨는 아니지만 점점 높아지고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거의 한계치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경동맥도 일정부분 협착이 시작되고 있었고 코골이 때문에 수면의 질도 나쁜 상태였습니다.
6분의 의사 선생님의 공통된 말씀은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늘 듣던 말이지만 그래 봄도 되었으니 운동 좀 해서 체중을 줄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안이한 생각은 내분비내과 이문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확 깨었습니다.
“이 상태로 몇 년을 사시면 중풍이 올 수도 있습니다.”
“중풍”이라니 아마도 이 선생님은 저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강도 높게 말씀하신 것이지만 저의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남성은 50세가 되면 이상하게 신체 지수들이 모두 현격하게 나빠집니다. 여자들이 폐경을 거치면 나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50대를 잘 지내야만 60대 70대에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건강관리 하셔야 합니다.”
저는 삼성병원을 나와 마침 점심시간이라 양재천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1시간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하여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심리상태에서 주말을 보낸 것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매일 1시간 반씩 야산을 등산하였습니다. 식사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대로 철저하게 채식만 하고 탄수화물의 섭취는 극히 제한적으로 하였습니다. 이러는 저를 보고 아내는 “이렇게 갑자기 많이 걸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니 천천히 운동하세요.”라고 조언해 줍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마라톤 선수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친구와 5월1일부터 6일까지 자전거로 부산까지 가보자고 계획은 세워 놓고 아무런 연습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건강검진 결과가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과연 자전거 타기를 해낼 수 있을까? 아니 시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때 작년 봄에 들은 건강강좌가 머리에 떠 올랐습니다. 그때 그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오십세가 넘어서면 운동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운동을 하시면 부족합니다. 운동선수처럼 하셔야 합니다. 운동선수처럼 매일 많은 양의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운동을 하라가 아니라 오십이 넘으면 운동선수가 되라고 말입니다. ‘Be an athlete’”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운동을 좀 하시나요. 의사 선생님은 운동선수가 되라고 하십니다. 오십을 넘은 독자들께서는 운동선수처럼 살 준비가 되셨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4.3.24. 조근호 드림
(방송 안내)
작년 4월15일부터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극동방송(AM 1188 또는 FM 106.9)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에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코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월요편지 중에서 일부를 골라 청취자 분들에게 제 육성으로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대략 10:20경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들어 주세요. 새로운 감흥이 있으실 것입니다. 라디오 듣기가 불편하신 분은 스마트 폰에 극동방송 앱을 다운 받으시면 그 시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저는 주말마다 특별한일이 없으면
등산을 계획합니다.이번주말도 친구들과 가볍게 산행을하고,각자 가져온
반찬이 한정식 뷔페처럼 맛있었슴다
쌈채소랑 봄나물들이 강추~!!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