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7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의지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시집 『시간의 숙소(宿所)를 더듬어서』, 1964)
[작품해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만상(萬象)이 변모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이 시는 이러한 자연의 섭리(攝理)앞에 선 인간 존재의 양시과 이러한 섭리를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달관의 경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의자’는 새로운 것의 등장(登場)과 낡은 것의 퇴장(退場)으로 반복되는 인간 역사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이 시는 이러한 ‘의자’의 상징성을 통해 인간 생활의 순리적 변모의 당위성을 시화(詩化)하고 있다.
시인은 점층과 반복으로 시적 중량감과 여운을 담고 있으며, 생활과 역사성에 대한 경건함과 진지함을 경어체로 표현하여 주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또한 각 연의 종결 어미를 ‘드리지요’ ⤑ ‘드리겠어요’ ⤑ ‘드리겠습니다’로 변조(變調)하여 세대교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점차 증폭시켜 나간다. 화자는, ‘먼 옛날 어느 분이 / 내게 물려주듯이’ 물려받은 의자를 이제는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에게 물려줄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화자의 자세는 인간 존재의 변화 과정을 결코 절망적인 것이 아닌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기대감의 표현이요, 생의 긍정적 인식에서 나온 시인의 깊은 지성적 윤리 의식의 반영인 것이다.
[작가소개]
조병화(趙炳華)
편운(片雲)
1921년 경기도 안성 출생
일본 동경고등사범 이과 졸업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간하며 등단
1959년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
1960년 아시아 자유문학상 수상
1974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81년 서울시문화상 수상
1984년 인하대학교에서 정년퇴임
1985년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1995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2003년 사망
시집 : 『버리고 싶은 유산』(1949), 『하루만의 위안』(1950) 외 1999년까지 80여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