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산으로 자기 홍보하는 의원들… 여론조사에 치적 끼워넣어
정책 개발 지원위한 세금으로
본인 추진 사업 관련 질문하거나
당 선거전략 마련 여론조사도
국회 ‘개인 홍보 금지’ 규정 어겨
#1.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은 국회 예산으로 지난해 9월 진행한 ‘의정활동 정책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이 추진 중이거나 시행한 지역 사업 중 어느 사업이 대덕구 주민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냈다. 답변 예시로 박 의원이 진행 중인 사업을 제시했다.
#2.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국회 예산으로 2021년 12월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에서 각각 ‘정책현안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문항에는 임 의원이 상주시와 문경시 사업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유치한 특별교부금 20억, 21억 원을 적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입법과 정책 개발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을 국회 지침을 어기고 본인 성과 홍보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가 ‘여론조사 수행 과정에서 의정활동 홍보성 문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일부 의원이 이를 무시한 채 본인 홍보에 국회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 정치권에선 “의원들의 입법정책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조성된 예산이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입법에 사용” 세금으로 자기 홍보하는 의원들
13일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소규모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국회의원들이 연구정책개발비를 집행해 진행한 지역 현안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정책 성과를 홍보한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갑)은 2020년 12월 진행한 지역현안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이 추진한 사업 중 어떤 사업이 지역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며 성서산업단지 활성화, 와룡산 자락길 조성 등 6개의 문항을 질문으로 냈다. 여론조사에 답한 지역민 1002명에게 사실상 정책 홍보를 한 셈이다.
본인의 이름은 뺐지만 우회적으로 정책 성과를 홍보한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충남 천안병)은 2021년 12월 천안시 현안 여론조사에서 ‘국도 1호선 삼룡∼목천 구간에 639억 예산 투입’ 사실을 알렸는데 해당 사업은 이 의원의 21대 총선 후보자 시절 지역 공약이었다.
이 같은 예산 집행은 국회 규정에 어긋난 것이다. 국회의원은 1회 500만 원 이하로 여론 수렴 등의 소규모 용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의 ‘입법 및 정책개발 지원예산 집행지침’에 따르면 ‘국회의원 개인의 홍보성 활동’에는 연구정책개발비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구체적 집행 불가 사례로 국회의원 개인의 의정활동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등이 제시돼 있다.
● 입법 예산으로 당 선거전략 마련하기도
당 선거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이재정, 박주민, 김용민 의원은 공동으로 2021년 4월 ‘보궐선거 패배 원인분석 국민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패배했던 원인을 찾기 위한 여론조사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정당 선거전략을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한건 예산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은 지난해 1월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전북 익산시 정책 현안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펴냈다. 조사 배경으로 ‘2022년 전북도지사 지방선거 홍보 전략에 필요한 정책 공약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라고 기재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에 출마했다 탈락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홍보성 여론조사는 하면 안 된다고 의원들에게 강조해 당부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에는 집행했던 예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