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에는 일반적인 달력과 달리, 전례력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이는 전례주년이라고도 하지요. 교회가 거행하고 기념하는 구세사적 신비를 주기에 따라 나누고, 그 주기에 맞춰서 전례를 편성한 것을 전례력 또는 전례주년이라고 합니다.
전례력에 따르면, 1년의 마지막 주간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시작하는 연중 제34주간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1년의 시작은 대림시기, 즉 대림 제1주일입니다.
이번 [교회상식 속풀이]에서는 곧 다가올 대림시기에 맞춰, 대림절의 의미와 유래, 그리고 대림절의 역사에 대해 말씀드리고, 다음 편에서는 대림절 전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대림이라는 말 뜻은?
대림(待臨)은 한자 그대로 “임하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본래 그리스어 ‘에피파네이아’(ἐπιφάνεια, 나타남) 또는 ‘파루시아’(Παρουσία, 나타남, 도착)에서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 나타남, 도착)로 번역된 이 대림은
우리에게 오시기로 하신 분이 나타나시기를, 도착하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이제 ‘대림’의 뿌리인 세 용어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에피파네이아 : 먼저 ‘에피파네이아’는 신약성서에서 5번 사용되고 있는데, 주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해 언급할 때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동쪽에서 친 번개가 서쪽까지 비추듯 사람의 아들의 재림도 그러할 것이다”(마태 24,27)가 그러합니다.
그리고 이 ‘에피파네이아’라는 말을 우리 전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예수 공현 대축일”을 서양에서는 ‘epiphany'라고 부르지요.
파루시아 : 두 번째 어원인 ‘파루시아’는 본래 행정적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독일의 파피루스 학자인 아돌프 다이스만 (Adolf Deissmann, 1866-1937)은 신약성서에 영향을 미친 그리스-로마 시대의 문화를 연구한 저서 <고대 동방으로부터 온 빛>(Light from the Ancient East, 1908)에서 이미 기원전 3세기경에 ‘파루시아’가 “황제의 지방 순시”를 의미하는 단어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교회로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파루시아’는 ‘에피파네이아’에 비해 신약성서에서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신약성서는 이 ‘파루시아’를 24차례 사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17차례는 예수님의 재림과 관련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그때 하늘에 사람의 아들의 표징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세상 모든 민족들이 가슴을 치면서,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마태 24,30)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6차례는 개인과 관련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나는 스테파나스와 포르투나투스와 아카이코스가 와 주어서 기쁩니다”(1코린 16,17)라는 구절에서 살펴볼수 있고, 마지막으로 한 차례는 무법자의 도래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 무법자가 오는 것은 사탄의 작용으로, 그는 온갖 힘을 가지고 거짓 표징과 이적을 일으키며...”(2테살, 2,9).
아드벤투스 : 그리스어 ‘에피파네이아’와 ‘파루시아’의 라틴어 번역인 ‘아드벤투스’ 역시 ‘파루시아’처럼 황제가 즉위한 후 지역을 처음으로 ‘공식방문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345년 <로마 연대기>에 따르면,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즉위일을 ‘아드벤투스 디비’(adventus Divi, 신의 오심)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용어가 그리스도교로 들어오면서 ‘하느님께서 연례적으로 성전을 방문하심’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2. 대림절의 유래는?
대림절을 지내게 된 정확한 시기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문헌에서 그 시작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옥스퍼드 사전> (The Oxford Dictionary of the Christian Church)에 따르면, 초기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갈리아(Galia, 현 프랑스)지방 전례는 3세기경부터 “주님 공현대축일”인 1월6일을 성탄으로 지냈는데, 6세기 중반부터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6주간을 대림절로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마지역 전례에서는 고유전승에 따라 3세기부터 로마의 태양신 축일인 12월25일을 성탄으로 지내다가 점차 성탄을 준비하는 ‘준비기간’을 정했다고 합니다.
4세기 후반, 성 힐라리오(+367)가 썼다고 전해진 <직무서>(Liber Officium)에는 성탄 전 일정시기를 “성탄의 재의시기” 즉 “성탄 준비를 위한 사순절”처럼 지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과 시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고 있 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4세기부터 신자들 사이에서는 성탄 직전에 사순 시기와 같이 며칠 동안 단식이 엄격하게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380년 스페인 사라고사(Zaragoza) 공의회는 신도들이 12월 17일부터 주님공현 대축일까지 교회에 열심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시기에 고행, 기도 등이 성탄을 준비하기 위한 우선적인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5세기 중후반, 투르의 주교 그레고리우스(+490)는 “성탄의 재의시기”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규정했습니다. 즉 몇몇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던 “투르의 성 마르티노 단식”을 공식화 한 것입니다.
“투르의 성 마르티노 단식”은 성 마르티노 축일인 11월 11일부터 성탄 전까지 사순시기처럼 40일 동안 단식과 고행을 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 마르티노의 사순”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로마전례에서 대림절이 교회력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때는 대 그레고리오 교황(재위 590-604)시대부터입니다. 즉 이때부터 대림시기의 4주일 미사가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대림시기에 대영광송을 부르지 않고 자색 제의를 갖춰 입는 풍습은 12세기에 정착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갈리아 전례가 로마 전례로 편입되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중세에는 재림을 “하느님의 의노(義怒)의 날”로 여겨 공포와 전율 속에 맞이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후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근대에 이르러 기쁨 속에 기다리는 종말론적인 기다림의 모습을 되찾았고, 현대에 와서는 미래지향적인 성격이 강화되어 초대교회의 대림절을 특징짓는 기쁨의 성격이 부각되었습니다.
그래서 1917년 이후 교회법에서는 대림절 동안의 단식 또는 금육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