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가는 길-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길을 나서면 제일 먼저 미륵골 논두렁을 돌아 미륵 앞에 당도하면. 미륵께 정성스레 비손하고 길을 재촉하는 어머니 문지고개 넘나드는 중생들을 바라보듯 천 년을 한결같이 연화리를 지켜왔건만 누가 미륵불입상 이곳에 세웠는지 알 수가 없네! 미륵 앞을 지날 때 예를 갖추지 않는 자는 화를 면할 길 없어, 미륵 앞에 다다르면 말에서 내려 예를 갖췄다는 안개 같은 전설이 전해오네
기시미재 꼭대기 서낭당에는 돌무지가 왕릉만 한데, 서낭신 떡갈나무 길손들의 무사태평 기원하며 오갈 때 던져준 고수레 돌 밥만 먹고 사네
시원한 갯바람 맞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팔봉산, 젓가락봉에 걸린 구름은 신선이 타고 놀던 비단 구름처럼 두둥실 흘러가고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 평온함이 그윽하네
산새 소리 뒤로 하고 방천개울 건너서 산허리를 끼고 돌아 솔감 앞에서 창개 갯고랑 건널 준비를 하는데, 썰물은 왜 저리도 더디게 빠지는지? 장벌 가에 핀 구절초처럼 곱게 늙으신 외할머니, 빨리 보고 싶어 허벅지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잘박 잘박 소리 내며 갯골을 건너네
상홍리 황톳길 걸을 때쯤 집 떠나온 지 한나절 넘어버렸네, 건너편 백화산 언제 보아도 외할머니 쪽찐 머리처럼 하얗게 하얗게 피어 환이 웃고 있네
구불구불 논두렁 밭두렁 고개 넘고 내월들 지나 아름드리 소나무 숲 즐비한 산등성이 아래 양지바른 곳, 청주한씨 집성촌, 외할머니 계시는 외갓집, 기와집 안마당에 소 외양간 돼지우리가 있고 뒤뜰에 왕대나 무밭 언덕에 앵두나무 호두나무 감나무, 누다락에 간직했던 홍시를 꺼내어 주시던 외할머니 지금 어디 계시는가 쪽찐 머리하고 환하게 웃으시던…….
첫댓글 어릴적 외할머니집에 다시금 다녀온 듯.. 저 또한 추억속에 머물게 하시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외가집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는 추억의 공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