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을 다녀왔다.
처참했다.
어제부터 가야 하는데 생각 뿐
가지 못함은 상처받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 수록 상처가 두렵다.
오늘은 더욱 불안했다.
뭔가를 기록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용산에 갈 일이 있었다.
숭례문에 가까이 있었다.
그냥 돌아올 수가 없었다.
그래 파괴도 무참한 역사의 한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숭례문으로 갔다.
파괴의 현장은 말을 잊게 했다.
1시간 가까이 사진을 담고 나오는데
한 사람이 물었다.
"사람이 국보요, 건물이 국보요."
"어렵네요." 내가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했다.
"아, 저 건물 지으면 얼마들겠소. 그깟거 지으면 그만 아니요. 사람이 최고 아니요."
뭐 이딴 게 다 있나 싶었다. 국보급 사람이 국보를 불태우냐 싶어 그 사람을 다시 보았다.
가슴이 꽉 메어오며 뭐라 말 할 수가 없었다.
아,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으니 국보가 방화에 불에 타 없어지는구나 싶었다.
역사성이니, 돈으로 환산이 안된다는니,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느니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한 마디 확 쏘아 붙였다.
"지금 그 사람 이곳에 있으면 죽이고 싶은 심정이니 그만 하시고, 당신하고 이런 논쟁하고
싶지 않다." 고 휙 돌아서 나왔다.
잠시 뒤 돌아보니
남 염장 지르는데 재미들인 그 사람은 딴 먹이를 찾아 똑같은 질문을 해대고 있었다.
"사람이 국보요, 건물이 국보요."
사람과 건물이 모두 국보다.
국보를 불태운 사람이 사람이라서 보호하라는 말이냐.
그 사람은 국보를 태운 죄값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도 역사에 큰 죄를 지은 사람인 것이다.
그 죄는 우리가 사람이기에 한 세대를 같이 살았기에
우리도 자손들에게 면목이 없는 것이다.
사진을 담는 내내 가슴이 아파왔고
마지막으로 사람에게 까지 상처를 받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겁게 한 하루였다.
눈이 벌게져서 저깟거 금방 지으면 그만이요.
라고 하는
내 나라, 내 국민이
내뱉는 말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