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개요
주왕산은 기암과 더불어 가을에 더욱 아름다운 산이다.
낙동을 하면서 처음 맞이하는 국립공원인 주왕산! 꼭 가을에 이 길을 가고싶었다.
시작할 때부터 이미 계획했었지만 단풍이 절정인 날에 꼭지와 함께
마루금을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대간할 때는 오대산과 설악산구간에서 가을을 맞았다.
하지만 능선의 마루금만 걷다보니 계곡에서 펼쳐지는 단풍의 향연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해서 아쉬운점도 있었는데 이번 주왕산구간은 큰골을 날머리로,
절골은 들머리로 정해 낙동에 포함시켰다. 거기다 보너스로 가메봉까지..
아마 오늘이 낙동 최고의 구간이 아니었나 싶다.
06:17 아침 안개속의 황장재
차를 날머리인 대전사 주차장에 세워두고
예약한 택시를 타고 지난번에 하산했던 황장재로 향한다.
이미 황장재휴게소 식당에는 불이 켜져있다.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아주머니다.
안개 때문인지 황장재의 날씨가 생각보다 포근하다.
벼르고 별렀던 가을날의 낙동길..
능선에는 얼마만큼 단풍이 들었을까?
기대와 설레임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해뜨기 전이지만 날은 밝다.
통나무가 듬성듬성하게 박힌 가파른 계단을 치고 오르니 군 참호가 나타난다.
이길? 저길? 조금은 헷갈리지만 능선을 향한 길로 올라선다. 단풍이 곱게 물든
잡목사이로 조금씩 시야가 트이더니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진보방향이다. 단풍이 물든 산등성이너머로
우유빛의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육지속의 하얀바다 몽실몽실한 섬들이 고개를 내민다.
크고작은 산봉우리에 물든 단풍과 운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제발 조망아 트여라 하며 걷는다.
참나무류가 주종이지만 모두들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싸리나무와 생강나무잎이 유난히 노랗다. 잎이 넓은 떡갈나무는 황금색이다.
단풍나무는 붉은색 대신 대부분 노란색이다. 해충이 많으면 단풍이 붉은색으로 변한다는데
올해는 해충이 없는가 보다. 온 산이 노란 황금물결이다.
밤새 약간의 이슬이 내려서 산길이 촉촉한 것이 걷기가 좋다
둔덕을 넘어서니 우측으로 기대하던 조망이 트인다.
지난번에 걸어온 시루봉이 오똑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4거리 안부인 <갈평재>
황금색으로 물든 떡갈나무 숲을 지나면
산림청에서 세운 이정표는 끝이나고..
눈부신 햇살이 낙엽위에 내려앉아 톡톡 뛰어다닌다. 우리가 훼방꾼이 되어버렸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국립공원표지판>
2008. 3. 1. 부터 10년간 출입금지란다. 낙동하면서 처음 만나는 국립공원
'출입금지'라는 무서움보다 친근하고 반갑게 느껴짐은 왜일까?
대간하면서 우리는 참 친했었다. 속리산, 오대산, 설악산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동지였는데 그 웬수(?)를 오늘 여기서 또 만났으니 기쁘지 아니할까.
국립공원 내에 들어서니 단풍도 품위가 있는 것 같다.
낙엽이 덮혀 희미한 길 위로 꼭지가 앞서서 걷는다. 부부란 늘 함께할 수는 없지만
함께 산행할 때가 나는 좋다. 그렇다고 붙어서 걷는 것도 아니고
걸음이 달라서 늘 멀찌기 떨어져서 걷지만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솟는다. 나이가 들어가는 때문일까..
<대둔산 갈림길>
전면 동해방향으로 노란 리본이 작게 보인다. 마을로 하산하는 길 같지만
정맥방향이고 뒤쪽이 대둔산이다(3분거리). 알바를 많이 하는곳이다. 이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대둔산에 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대둔산에서 능선을 고집하여 계속 직진하면
엉뚱한데로 빠지게 되니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대둔산 905m>
특별한 조망은 없지만 주왕산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옛날 난리가 날 때마다 난을 피해온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하여 주왕산을
대둔산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대둔산을 내려와 먹구등 가는 능선에도 단풍이 절정이다
특히 생강나무와 참나무류가 많다. 예년에는 주 능선의 단풍이 대부분
말라서 떨어지는게 보통인데 올해는 단풍이 곱게 물든 것 같다.
자연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다.
'낙동 통천문?'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다.
먹구등이 가까워지니 동해방향으로 조망이 트인다.
5부능선까지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가을..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서는 느낌이다.
<먹구등 직전의 안부>
만추!
가을빛이 낙엽이 되어 소복히 쌓였다.
<먹구등 864m>
아무런 표시기도 없으나 길은 선명하다. 산악회의 안내표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우측으로 가면 금은광이-장군봉으로 향하는 능선이고 정맥은 좌측길이다.
<느지미재 안부 해발650m>
어느 산님이 나뭇가지에 달아놓은 팻말이 이곳이 '느지미재'임을 말해준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우측 계곡으로 내려서면 큰골이다.
느지미재에서 왕거암 오름길은
고도를 250m정도 끌어올려야 하는곳이라 꼭지가 무척 힘들어한다.
생강나무와 떡갈나무, 철쭉나무의 단풍터널이 힘내라며 위안을 준다.
하지만 낙엽이 미끄러워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동해방향>
등로에서 좌측으로 약간 비켜난 절벽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동해바다의 출렁거리는 파도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영덕 해안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도 보이고, 좌측 끝으로는 희미하지만
맹동산 풍력발전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낙엽이 소복하게 쌓인 길..
노란 생강나무와 철쭉의 황금색 단풍이 마치 햇살에 녹아내리는 것 같다.
<왕거암 갈림길>
이곳역시 아무런 표식도 없는 곳이다. 정맥은 직진이고 왕거암은 우측 길이다
<왕거암 907m>
왕거암? 주왕산의 봉우리는 특이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갈림길에서 10분여 올라서면 삼각점이 있는 <왕거암>정상을 만난다.
여기저기 길 흔적이 있지만 길은 하나, 리본이 없는 곳은 길이 사라지는 곳이다.
J3 리본따라 직진하면 가메봉가는 능선이 이어진다.
왕거암 아래 묘지에서 바라본 가메봉
<가메봉3거리>
급경사 구간에 나무계단을 설치하려는지 공사자재가 흩어져 있어
어수선한데도 등산객들이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둘어앉아 식사를 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 가메봉까지는 200m거리인데 큰골로
하산하려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가메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낙동마루금>
좌측의 먹구등과 그 뒤로 멀리 맹동산 풍력발전단지
뒤돌아본 왕거암 방향
눈길 가는 곳, 선경이 아닌곳이 없다.
가메봉에 올라보지 않고서는 주왕산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다음에 이어가야할 마루금이 부드럽다
가메봉에는 단풍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바위 한 귀퉁이에 가지를 늘어뜨린 노송.. 모두가 가메봉의 주연들이다.
절골너머로 장대한 낙동마루금이 날개짓을 하고
주왕산의 비경이 숨겨진 절골은 어서오라며 손짓 한다.
ㅡ 2부에서 계속 ㅡ
첫댓글 산거북이님 까페 요즘 사진 대박 입니다요~산사랑방님과 사모님의 동행이 늘 아름답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이 실물보다 못합니다. 아직 사진공부가 미천하여 고운색과 빛이 실물에 맞게 잘 나오지 않네요.
제가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운해에 잠긴 단풍산을 직접 본 기억이 ....... 지리산 빼고는 없네요. '단풍산을 보면 나는 미칠것만 같다!' 누군가 이런 시는 왜 쓰질 않았을까요?^^
아우님이 한 편 쓰세요. 언젠가 아우님에게서 그런 시가 탄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황장재구간에서 아우님이 직접 운해를 보았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