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골에서 엄마가 올라오셨습니다.
하지만,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엄마 얼굴을 제대로 볼 시간도 없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깨실까봐 조심조심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낮에 병원에 다녀 오신다고 하셨죠.
엄마가 혼자 가실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안되어서,
엄마 가방에 용돈을 슬쩍 넣어 드리는데,
손수건에 곱게 싸여 있는 신용카드 한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손 때만 가득할 뿐, 한번도 쓰지 않은듯 빳빳했어요.
얼마전, 한번도 신용카드를 가져 보지 못한 엄마에게
선물로 드렸던 것이었죠.
“엄마, 이거 물건 살 때도 쓸 수 있고, 급할 때 현금도 꺼내 쓸 수 있어.”
그런데, 카드를 드리면서 문득
‘엄마가 이 카드를 막 긁고 다니면 뒷수습을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법을 잘 모르는 엄마가
마치 카드가 마술을 부려 돈이 나오는 걸로 생각하시면
곤란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농사일에 손은 험해지고, 얼굴은 검게 타
재산이라고는 갑자기 늘어 버린 나이 뿐인 엄마는
그저 딸에게 손해라도 끼칠까봐
카드를 가방에 고이고이 넣고만 다니셨다는 것을요.
그리고 곧잘 그 카드를 꺼내
동네 분들에게 내 딸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자랑하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엄마에게 카드는 급할 때 쓰는 것이 아니라,
당신 삶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딸자랑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던 거죠.
오늘 따라, 잠든 엄마의 얼굴에 묻어 나는 세월이
가슴 깊이 새겨졌습니다.
자료:새독수리님
(김용신의 FM 매거진)
MyMemory(piano ver.) 겨울연가
테그 출 : ncolumn.daum.net/ej1060 에서 펌.
첫댓글 아..저도 들었어요 아침 출근길에 일부러 채널을 맞춰서 듣곤 하지요 오늘 아침에 비오는날 느낀 아버지의 체온도 잔잔하고 참 따뜻했어요...다시 보니 더 반갑구요 희망나기님 잘 계시죠?
감동을 주네요. 어머니께서 일다니시는데, 어떤 한 주는 거의 못 보는 수가 많아요. 밤낮 일을 하다보니,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에그..... 눈물나네..쩝.....
우리 어머님들 같은 마음을 보네요..참, 사량도 예전에 비주류님이 추천하셨지요?
고등학교다닐때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않을거라 말하곤 해서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보니 엄마처럼 살기도 쉽지 않더라구요~, 가슴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