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전례기간에는 사제가 입는 제의색도 회개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바뀌고 특별한 축일을 제외하고는 ‘대영광송’도 하지 않습니다. 이는 로마 전례가 갈리아 전례로부터 영향을 받은 탓입니다.
대림시기를 정하는 방법은 특별히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11월 30일과 가장 가까운 주일로 대림 제1주일을 정합니다.
그래서 12월 16일까지는 종말에 오시는 그리스도의 미래적 성격을 강조하는 기도문과 독서, 복음으로 구성하고,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는 주님의 성탄을 기념하는 성격의 전례가 이어집니다.
이제 대림시기의 주일에 대한 특별한 명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레바비 주일
과거에는 대림 제1주일을 라틴어 ‘레바비 주일’(Levavi, 들어 올리다)라는 명칭으로 불렀습니다. 그 이유는 이날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 입당송 구절이 “Ad te levavi animam meam.”(주님 당신께 제 영혼을 들어 올립니다)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이 대림 제1주일을 “성탄 단식 주일”이라고 불렀습니다. 지난 회에 말씀 드렸듯이, 성탄을 준비하면서 ‘성 마르티노 축일’인 11월 11일부터 단식과 고행을 시작하던 관습에서 비롯되었고, 대림 제1주일이 그 첫날이기 때문입니다.
가우데테 주일
12월 11일부터 17일 사이의 주일에 거행하는 대림 제3주일은 ‘가우데테 주일’이라고 불렀습니다. 대림 제1주일을 ‘레바비 주일’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이날 부르게 되는 입당송의 첫 구절이 라틴어 ‘가우데테’(Gaudete, 기뻐하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입당송은 필리피서의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Gaudete in Domino semper).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중략)...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후략)”(필리피 4, 4-6)에서 인용했습니다. 그래서 이 대림 제3주일을 ‘기쁨주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쁨주일’에는 보통 대림시기에 입는 보라색 제의 대신 장미색 제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장미주일’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장미색이 교회에서는 ‘기쁨’을 상징하기 때문인데, 이는 목전에 둔 성탄을 기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공회나 동방 정교회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이 예식을 지키고 있지만, 가톨릭교회에서는 1917년 교회법이 개정되면서 각국 주교회의에서 결정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수도회와 신심단체를 제외하고 이 예식을 거행하지 않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사순 제4주일도 ‘기쁨주일’이라 불렀습니다. 이날도 보라색 제의 대신 장미색 제의를 입습니다. 다가올 부활을 기뻐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로라테 미사
이 로라테(Rorate)미사는 성탄 전 9일 동안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봉헌되었습니다. 이 미사의 특징은 대림시기의 다른 미사와는 달리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신심미사’라는 점입니다.
이 미사를 “로라테 미사”라고 부르는 것은 앞서 설명했던 “레바비 주일” “가우데테 주일”과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즉 이 미사의 그레고리안 성가 입당송이 “로라테 첼리 데 수페르”(Rorate Coeli de super..., 하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리소서)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로라테”는 “이슬비를 내리소서”라는 뜻입니다.
대림절의 전례
대림 제1주일
대림 제1주일의 전례는 종말에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종말론적 성격을 부각시킵니다. 다시 말해서 ‘주님이 영광과 권능을 가지고 재림하신다’는 내용이 전례의 핵심입니다. 또한 그런 재림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있으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재림에 대한 준비와 경각심’에 대한 예수의 말씀에 비추어 대림 제2주간과 제3주간 동안 주님을 맞을 준비를 충실히 할 것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결국 심판의 두려움보다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림 제2주일
대림 제2주일 전례는 ‘약속, 경고 그리고 기쁜 기다림’이 주제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구세주께서 오실 것을 예고하고, 속죄를 권유합니다. 이날 제2독서는 그리스도께서 구원의 전달자로서, 정의가 깃드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끌어 내실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대림 제3주일
앞서 설명드렸듯이, ‘기뻐하십시오’라는 입당송으로 시작하는 ‘기쁨주일’인 대림 제3주일은 독서와 복음, 모든 기도문이 구세주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과거에 사제는 대림 제3주일을 맞아 그리스도의 탄생을 준비하는 기쁨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보라색 제의를 벗고 장미색 제의를 입었습니다. 메시아를 믿고 기다리는 기쁨이 어떠한지 깨달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합니다.
대림 제4주일
대림 제4주일은 주님의 첫 번째 오심에 전례를 집중시켜 아기 예수 탄생을 준비하는 마리아의 기쁨과 역할을 부각시킵니다. 구원사업의 협조자이며, 신앙인의 모델인 마리아가 어떻게 주님의 강생과 구원의 신비에 협조했는지에 대해 전례의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