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존치 방향으로 재검토” 임상준 환경차관 첫 언급
[4대강 감사] 文정부 해체결정 백지화 시사
“국민이익 맞게 적극활용 방안 마련”
대통령실 “감사결과 문제 드러나면
해체 결정 취소 수순으로 갈 것”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대강 보 현안 등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 결정이 내려졌던 4대강 보(洑)를 현 정부가 존치시키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1년 1월 당시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결정에 정치권의 파장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14일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대강 보를 존치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가뭄에 대비해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나왔지만 ‘보 존치’가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감사원 감사 결과 전까지는 보 활용과 보의 존치 여부는 별개 문제”라며 즉답을 피해 왔다.
이날 임 차관은 감사원이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을 감사한 결과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본보 14일자 보도(A1·5면)에 대해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근거가 나온다면 당연히 존치 방향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를 국민의 이익에 맞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이었던 임 차관은 지난달 29일 신임 환경부 차관에 임명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봄부터 ‘가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감사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국가물관리위원회(국가물관리위)의 당시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취소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월 18일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물관리위는 금강과 영산강 유역 5개 보에 대해 2곳 해체(금강 세종보, 영산강 죽산보), 1곳 부분 해체(금강 공주보), 2곳 상시 개방(금강 백제보, 영산강 승촌보)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했으며, 민간위원들이 모두 이 단체 추천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보고 있다. 또 위원회가 보 해체 결정에 유리한 지표를 자의적으로 활용해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해체 또는 부분 해체 결정이 내려졌던 보들은 실제 해체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 완전 개방 또는 부분 개방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임 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해체가 가능했다면 했을 텐데 실제로는 못 했다.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으면 존치시키는 것 외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4대강 보, 감사결과 문제 확인땐 존치 신속결정”
“해체결정에 문제” 결과 내주 발표
시정처분땐, 물관리위 열어 재심의
환경부 “홍수-가뭄 예방에 활용”
野-환경단체, 존치결정땐 반발할 듯
영산강 죽산보
정부가 14일 전임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洑) 해체 결정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그에 따른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보 존치가 확정되면 홍수 및 가뭄 예방에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보 해체를 주장해 온 환경단체들은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결정에 여야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에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환경부에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08년 시작 이후 감사만 5차례
2007년 대통령 선거 기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후보)은 당선 뒤 2008년 12월부터 4대강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정비해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고 수(水)자원을 활용한다는 목적이었다. 총 22조2000억 원이 투입된 끝에 2013년 완공됐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감사원은 2011년 첫 감사를 벌였고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임기 종료 불과 한 달 전인 2013년 1월 발표된 2차 감사 결과에서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감사원은 같은 해 7월에 3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사의 담합을 방조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0월 환경단체들은 이 전 대통령을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보 6곳에 대한 상시개방 및 4차 감사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경제성도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대통령 소속 국가물관리위원회(국가물관리위)는 2021년 1월 18일 5개 보에 대한 해체, 부분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해체가 이뤄지진 않았다. 문 대통령 임기 종료를 앞둔 2021년 12월, 감사원은 ‘4대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한 다섯 번째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 완공 뒤, 그리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찬반 논란이 일었다. “매년 일어나는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치수(治水) 목적으로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환경이 훼손되고 보 때문에 물길이 막힌다”는 반대론이 격돌했다.
● 감사원 처분→환경부 요청→재심의 이어질 듯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다음 주 중 5차 감사 결과가 나오면 후속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주의, 경고, 시정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으니 바로잡으라’는 취지의 시정 처분이 떨어지면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에 ‘보 해체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14일 동아일보 통화에서 “환경부 내부적으로 감사 결과에 따른 각각의 시나리오와 향후 절차에 대한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요청을 하면 국가물관리위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정부 위원장)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물관리위 회의를 열게 된다. 여기서 보 해체 결정을 다시 심의하고 새 결정을 의결하게 된다. ‘보 존치’ 결정이 유력한 가운데 올 하반기(7∼12월) 재의결까지 이뤄진다면 2년 6개월∼3년 만에 해체 결정을 백지화하는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대강 보는 해체 결정만 됐고 실제 물리적으로 해체된 게 아니기 때문에 보를 활용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영산강, 섬진강 유역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던 환경부는 보 존치 결정이 나면 이를 4대강 전 유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보 활용 방안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