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빨치산
오늘 이야기할 책은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공존의 히트를 친
정지아 작가의 30여년 전 작품인<빨치산의 딸> 1권의 이야기란다.
이 책은 총 2권으로 되어 있고
오늘은 1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1990년에는
아직 반공의 시대를 살고 있던 시절이라
이 책은 금서로 지정되었고,
출판사 사장은 실형까지 선고 받았고
정지아 작가는 지명수배까지 당했다고 하는구나.
그 이야기는 정지아 작가의 에세이에서도 읽은 적이 있단다.
아빠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정지아 님의 팬이 되었고,
이후 정지아 님의 책들을 하나 둘 찾아 읽고 있단다.
이번에 읽은 것도 그의 연장선상이란다.
<빨치산의 딸>은 정지아 작가의 초기작이지만
그 때부터 필력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었단다.
처음 출간된 것은 1990년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출간되자 금서 처리가 되었고,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5년에 새로 출간되었단다.
아빠가 읽은 것은 2005년도판인데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히트를 친 후
2023년에 다시 한번 개정판이 나왔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빨치산이 지리산 근처 어디쯤 있는 산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 너희들에게도 함 물어봤더니,
아직 빨치산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빨치산은 비정규 게릴라 부대를 말하는데
이것은 영어 partisan 을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다가 변형된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조선인민유격대를 보통 빨치산이라고 한단다.
그래서 반공의 시대에 빨치산은 거의 금기어나 마찬가지였고,
빨치산들이 체포되어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 전향하지 않으면
계속 감옥에 있어야 한단다.
그런 사람들이 오랫동안 감옥에 있어서 장기수(長期囚)라고 했는데,
아빠가 어렸을 때 그런 장기수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간혹 나왔던 기억도 있구나.
정지아 작가님은 <아버지의 해방일지>나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듯이
부모님들이 빨치산 경력이 있던 분들이었어.
이 소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정지아 작가님의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단다.
총 2권으로 되어 있고,
책의 구성은 아주 긴 프롤로그가 있고, 1부와 2부가 있단다.
프롤로그에서는 정지아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고,
1부에서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고,
2부에서는 정지아 작가의 어머니를 모델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해 줄 <빨치산의 딸> 1권의 이야기는
프롤로그와 1부 대부분의 내용까지란다.
1부의 나머지 부분과 2부의 이야기는 <빨치산의 딸> 2권에서 이야기해줄게.
1. 딸의 이야기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여러 나라에서 사회주의를 받아들였지만,
100년도 안 되어 그 실험을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인단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 나라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한 때 그런 사회주의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해주겠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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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래전에 쓴 글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다시 한번 역사라는 것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목숨까지 걸게 했던 ‘사회주의’는 이미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지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쿠바 정도가 사회주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주의를 현실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하니 ‘사회주의’란 소련이나 중국으로 대표되는 어떤 제도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사회주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무엇’을 가리키는 추상명사였다. 그렇다면 사회주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은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은 무엇을 추구하는 동물이므로, 사회주의가 사멸했다고 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더 나은 어떤 세상,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던 옛 사람들의 기록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위안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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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초등학생이었던 지아.
당시 아버지는 감옥에 있었고,
친구들로부터 빨갱이의 딸이라고 놀리며 따돌림을 받아야 했어.
결국 어머니는 그런 이력을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서울로 이사하기로 하고 은평구 갈현동으로 이사 왔단다.
음.. 은평구 갈현동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동네로구나.
지아가 중학생이 되고 글솜씨가 좋다는 것을 인정 받으면서
학교에서도 인정 받는 학생이 되었단다.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중학교 때 처음으로 어머니도 빨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대.
그래서 늘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
사춘기였던 지아는 이런 부모님의 이력에 불만이 많았고,
엄마와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대.
왜 빨갱이를 해서 이렇게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냐면서 말이야.
하지만 어머니는 그럴수록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당당하셨다고 했어.
…
1979년 8월 특사로 아버지가 8년만에 출소하셨어.
그리고 얼마 후 1979년 10월에는 반공의 상징이자 독재정권의 심장인 박정희가 암살당했단다.
새로운 세상이 오는가 싶었지만,
두 달 뒤에 너희들과 함께 본 영화 <서울의 봄>의 실제 배경인 1212 군사쿠데타가 일어났어.
1980년 지아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늘 소설만 읽었어.
그러자 성적이 계속 떨어졌지.
아버지는 시골에 내려가서 살자고 했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고향 구례로 내려오게 되었어.
지아는 순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단다.
부모님은 고향인 반내골에 정착을 하셨고,
두 분은 평생 해본 적이 없는 농사를 처음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처음 하는 농사이다 보니 서툴고 돈벌이도 제대로 안되었단다.
구례에 내려와도 가난은 벗어나기 어려웠지.
지아는 재수를 해서 원하는 학과에 진학을 했고,
대학에 들어가서야 제대로 된 지식과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어.
그러면서 부모님의 행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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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6)
역사란 세계사 책 속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걷는 이 길, 내가 사는 이 반내골에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다는 게 신비로웠다. 구름 위로 솟은 지리산을 볼 때면 가슴이 뛰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비로소 구체적인 형상을 띠고 다가왔다. 할머니의 말대로 공산당이 모두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면, 설령 두 분 때문에 연좌제 정도가 아니라 목숨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반쪽짜리 역사였거나 어쩌면 완전히 잘못된 역사인 것만은 분명했다.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은 배웠지만,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적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학교에서는 내 혼란의 일부분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왜 세상에는 차별이 있는지, 왜 나는 공산당의 딸로 태어나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지, 할머니를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할머니는 책에 씌어진 역사와는 다른, 보통사람들의 역사가 있다는 것, 내 부모는 그 역사의 와중에서 그것이 옳든 그르든, 없는 사람들의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신념으로 목숨까지 내던졌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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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도 바뀌어서 부모님은 옛 동지들을 만나서 회포도 풀고 그랬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빨치산의 딸은 가난과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했단다.
긴 프롤로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을 빌려서 들려주었단다.
아참, 지은이 정지아의 이름은 부모님이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지리산의 ‘지’와 백아산의 ‘아’를 따서 지어주신 것이라고 하는구나.
2. 아버지의 이야기
1부의 제목은 ‘조국이 부르다’란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이야기란다.
때는 1945년 4월 정운창은 구례역 철도원으로 취직을 했단다.
1945년 4월이면 2차세계대전의 막바지이고
일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던 시기로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끌려가던 시기였단다.
철도원이라는 직업은 다행히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대.
얼마 안 있어 해방이 되고 친일파들을 처치할 수 있어 기뻐했는데,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친일파들이 다시 고용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
일제시대 후반기부터 새로운 사상인 사회주의가
지식인들과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퍼져 있었단다.
당시는 이것이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친일파가 다시 극성을 부르고,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1946년 9월 전국적인 총파업이 시작되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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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러던 9월 전국적인 총파업이 시작됐다. 그가 소속해 있는 철도에서의 파업이 총파업이 불씨였다. 애당초 철도파업이 내건 요구사항은 쌀을 달라는 대부분 인민들의 요구와 별다른 바 없었다. 일급제 반대, 기본급료 인상, 가족수당 일인당 육백 원 지불, 물가수당 인상, 식량을 본인에게 네 홉, 가족에게 세 홉씩 지급할 것, 운수부 직원도 동등하게 대우할 것 등이 노조의 요구조건이었다. 당시 모든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엄청난 물가상승으로 일제시대의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철도국장 맥크라인은 철도노조가 제출한 요구조건에 대하여 “인도 사람은 굶고 있는데 조선 사람은 강냉이를 먹고 있으니 행복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군정청의 회답이 없자 철도노조는 24일 오전 9시를 기해 사만여 노조원들이 일제파업에 돌입했고, 26일에는 서울지역 출판부문 노동자들이 동조파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26일 ‘경성지방 총파업 출판노동조합 투쟁위원회’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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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화가 아닌 무력 진압을 선택하였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남한 정부에 실망한 이들 중에 북으로 가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남북한 이동이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 다시 내려오기도 했대.
운창은 남로당에 가입을 하고 본격적인 사회주의 활동을 했단다.
대부분의 좌익 활동하던 이들이 가명을 쓰고 활동을 했는데,
운창은 유혁운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어.
하지만 체포되어 감옥에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어.
동지들의 이름을 끝내 불지 않아서 더 심한 고문을 받았지.
다시 풀려나서는 1948년 여수순천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때 저항군에 합류하여 계엄군과 맞서 싸웠어.
전세가 불리해지자 산으로 대피했어.
운창의 아버지는 골수 우익이라서 피해를 입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엄군에게 그만 총살당하시고 말았어.
…
산에 들어간 이후에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게릴라 작전을 펼쳤단다.
곡성, 화순, 광주, 구례로 이동하면서 게릴라 작전을 펼쳤지만,
토벌대의 대대적인 공격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었어.
유격대는 절멸의 위기가 있었어.
그런데 그 때 전쟁이 일어났어.
북쪽에서 많은 동지들이 밀고 내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안되어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다는 거야.
그들이 있던 곳은 모두 북한 인민군의 점령지가 되어서
산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은 모두 산에서 내려와
인민해방군으로 각 지방을 관리하게 되었단다.
금방 승리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낙동강에서 한동한 소강 상태로 이어졌고,
얼마 후에는 인천을 빼앗겼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지.
얼마 후 남한은 서울도 수복하면서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어
국군은 북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었어.
그러자 산에서 내려왔던 빨치산들은 다시 쫓기는 몸이 되어 산으로 들어갔단다.
다시 유격 게릴라군이 되어 활동하게 되었어.
그들의 임무는 후방에서 국군을 공격하여
전방에 있는 국군 세력을 남쪽으로 유인하는 것이었어.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방에서는 휴전 협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이것은 후방의 빨치산들에게는 청천벽력의 소리였단다.
왜냐하면 전방에 있는 국군들이 후방으로 대거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야.
예상은 현실이 되어 전방의 국군들은 빨치산쪽으로 이동하였어.
지리산, 백운산, 백아산에서 빨치산들은 대규모 국군들에 맞서야 했어.
지원이 끊긴 그들의 싸움을 쉽지 않았지.
많은 동지들이 죽어나갔어.
그런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 의지하는 힘은 강해지고
그러면서 사랑도 하게 되었단다.
유혁운은 김춘옥이라는 동지와 사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둘 모두 사랑보다는 혁명이 먼저라고 생각했단다.
외롭게 싸워가든 그들에게 드디어 지원군이 나타났어.
북에서 보낸 남부군이 그들이야.
남부군과 합세하여 국군에 대항했어.
하지만 국군은 미군과 연합하여 총공세를 했는데,
세균전과 화학전까지 이용했어.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재귀열이라는 병에 걸려 죽고
네이팜 탐에 죽고 말았단다.
그들의 전력이 엄청나게 열세였지만,
그들은 혁명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항전하게 된단다.
…
여기까지가 <빨치산의 딸> 1권의 이야기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은이의 필력이 좋으셔서 금방금방 책장이 넘어간단다.
그리고 마치 그곳에 있는 것만 같았어.
그렇게 어려움에 빠지고 옆에 있던 동지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계속 항쟁할 수 있는 신념이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빠라면 그렇게 못했을 텐데 말이야.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조만 간에 <빨치산의 딸> 2권도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내 인생 최초의 싸움은 아버지 때문에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이제 밀알이 되는 것, 땅에 뿌려져 더 많은 밀로 태어날 그날을 위해 자신을 죽이는 것, 그것이 남은 그들의 자리였다.
책제목 : 빨치산의 딸 1
지은이 : 정지아
펴낸곳 : 필맥
페이지 : 384 page
책무게 : 499 g
펴낸날 : 2005년 05월 30일
책정가 : 9,500원
읽은날 : 2025.01.27~2025.01.29
글쓴날 : 202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