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13) - 제주일주 WOLK 기행록(2)
- 자연은 아름답고 역사는 엄숙하다(화순 – 대정 신평 31km)
3월 27일(화), 연일 쾌청하고 약간 더운 날씨다. 오전 6시 50분에 아침식사를 하고 7시 20분에 전용버스에 올라 청소년수련원을 출발하였다. 버스 안에서 강호갑 이사가 걷기스케줄을 소개한 후 세탁과 간식 준비에 수고한 안 씨스터즈와 이장수 씨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박수로 전한다. 김현숙 대원의 가족이 한라봉 3박스를 협찬한 내용과 함께. 여러모로 봉사하는 손길들 모두 감사하다.
출발장소인 화순리 지석묘 입구의 공터에 이르니 오전 8시, 강호갑 이사의 선도로 몸 풀기 체조를 하고 다카하시 부부가 선창하는 ‘GO, GO, Let’s GO’를 연호한 후 힘찬 발걸음으로 둘째 날 걷기에 나섰다.

화순리 지석묘 입구 공터에서 출발준비에 바쁜 앨행
동네 길을 벗어나서 마린 파크 앞을 지나 산방산 기슭의 화순곶자왈생태공원길로 들어선다. 5분여 가파른 오르막길, 초장부터 숨이 차다. 잘 자란 마늘밭이 풍요롭고 소나무 숲이 울창한 산방산 뒤편의 평탄한 길을 한 바퀴 휘돌아 안덕면 사계항에 이르니 오전 10시가 가깝다. 사계항의 마라도잠수함 승선장을 지나노라니 색다른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1991년 양국 최초의 한∙러 정상회담이 중문에서 열렸는데 그때 동반한 고르바초프의 부인이 이곳 사계어촌의 해녀들과 담소하는 조각상이다.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구나.
이어서 걸어가는 사계항의 해안 길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는 지구과학 탐사현장이다. 곳곳의 해안에 널려 있는 현무암들과 함께. 지질트레일 길에서 한국 최남단의 가파도와 마라도가 시야에 잡힌다. 걷는 중간에 안덕면과 대정읍의 경계표시가 있고. 아름다운 경관과 무한의 시공을 넘나드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용머리해안 길 주변의 공식명칭은 마라해안도립공원 송악산지구, 잘 정비된 데크 길을 오르내리느라 힘들다. 올레 길 상당부분이 산과 오름, 구릉지를 오르내리고 정비가 안된 자연 그대로의 좁은 오솔길이어서 위험하기도 하다. 만만히 여겨서는 안 될 듯.

억겁 해안의 데크길을 오른 일행
송악산 용머리 해안 길을 벗어나니 12시가 가깝다. 이어진 넓은 들판, 예상 밖의 낯선 시설이 눈길을 끈다. 알뜨르 비행장, 전날 산길을 지나며 일제 점령기에 지었다는 동굴과 고사포진지들이 의아하였는데 이곳을 지나며 알뜨르 군용비행장과 연계된 것임을 확인한다. 그 옆에는 4∙3 잔혹사를 새긴 돌 판들이 여럿 세워져 있는데 이를 자세히 살필 여유가 없다. 어두운 역사들이 제대로 조명되면 좋으리라.
들판 길 가로 질러 모슬포항에 이르니 오후 1시, 전용버스에 올라 점심이 예약된 식당으로 향하였다. 메뉴는 갈치조림, 모두들 맛있게 든다. 오후 2시 15분, 출발지로 돌아와 다시 걷는다. 30여분 걸으니 마늘 밭이 흐드러진 평원을 지나 경사가 완만한 산길로 들어선다. 일행에게 산 이름을 물으니 주민에게서 모슬산이라는 답을 들었으나 확실한지 모르겠다는 대답, 산자락을 이리 저리 돌아 큰길로 나오니 오후 4시 반이 지났다. 잠시 쉬었다 도착지인 대정읍 신평리까지 막바지 피치를 올린다. 목적지에 이르니 오후 5시 35분, 31km를 걸었다. 공터에서 몸을 풀고 버스에 오르니 10여 분만에 저녁식사가 예약된 식당에 이른다. 저녁메뉴는 불고기백반, 모두들 맥주와 음료로 목을 축이며 느긋한 표정이다. 둘째 날 역시 쉽지 않은 코스, 완보한 일행 여러분 애쓰셨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고 내일도 건강하게 걸읍시다.
첫댓글 갈치조림과 달달한 불고기백반..행복한 마무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