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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예전 나의 오스트리아 인스브르크 여행에서 만난 산악열차 노르트케텐반(Nordkettenbahn).
케이블카의 훈거브르그 기차역을 설계 건축한 사람이다.
스테인리스를 이용한 나선형의 디자인으로 한 눈에도 그의 디자인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다.
가끔 이렇게 퍼즐이 맞춰질 때 난 엄청난 쾌감을 느낀다.
어쨌거나 DDP 안에서 별사고 없이 신나게 놀고 점심까지 먹고 놀았다.
나오는 길에 잔디공원에서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둘레길갤러리 전시장도 둘러보며 보냈다.
예식장에서 돌아온 며느리 손에 하얀 꽃다발 한 아름과 함께 나온 결혼답례품, 순금으로 만들어진 금수저 한 세트. 놀랍다.
요즘 결혼은 저렇게도 답례하는가 싶으니 왠지 씁쓸하다.
저녁은 집에서 먹을까 하다가 아들이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예약이 됐단다.(바로가기 클릭)
예약도 매우 어려운 유명한 곳 '콘테'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집 근처 무계원 주변이다.
분위기 좋고 음식 맛도 좋은 곳이라 두 손자도 아주 점잖게 식사한다.
내일 병원 검진만 없다면 아들과 와인 한잔을 했을텐데 아쉽다.
식사를 마치고 무계원 위쪽으로 현진건 생가터가 있으나 문이 잠겨있어 산책하고 돌아왔다.
2024년 3월 25일 월요일, 서울대병원 검사 일정과 학전블루(바로가기 클릭), 그리고 파주 여행(바로가기 클릭)
10:30분에 진료 받으려면 두 시간 전에 채혈을 해야하고, 12시간 금식해야 한다.
같은 종로구이니 병원까지 거리상 가깝긴 하지만 아들 집에서 다른 때보다 일찍 나서야 한다.
아들은 두 아기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출근이라 내가 혼자 알아서 갈 수 있는데 카카오택시를 불러준다.
아침 8시, 혜화동 병원에 도착하여 채혈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 사이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안의 [학전블루]를 찾아 나선다.
지난 2024/03/15일 폐관을 앞두고 마지막 공연한 장소다.
일부러 찾아오지 못할망정 이곳까지 자연스레 왔으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내가 대학 학창 시절 소극장이 마악 생겨나기 시작한 때다.
블랙코미디, 안티고네, 김자경 오페라 공연 등 한 달에 한 편씩 전시회나 소극장, 연주회에 다니는 것을 낙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대학졸업 이후에도 한참이 지나 [학전블루]는 1991년 개막했으니 난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는 곳이다.
이후 33년간 유지해 오다가 경영난과 김민기님의 암투병으로 폐관을 선언한 상태로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모스크바의 '빅토로 최' 벽을 찾아 나선 기분으로 학전블루의 '김광석의 벽'을 찾았다.
폐가 마냥 김광석의 벽 앞에는 폐가의 잔재들이 수북하고 부서진 집기들로 제대로 된 사진 찍기도 어려웠다.
학전블루를 둘러보고 나니 약속된 검진 시간(10:30분)이 다 되었다.
병원으로 돌아와 혈압 재고 잠시 대기 후 의사 검진을 받았다.
결과에 대해선 그다지 염려되는 바 없지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단 한 번도 얼굴을 살피지 않는다.
아무리 피곤하고 바쁘고 형식적인 절차라 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모니터로만 보는 것으로 다 한다.
의대교수나 전문의들이 파업한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매번 느낀 것은 담당의가 피곤에 찌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전 진료를 마치고 오후부터는 현재 의료사태로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한다.
나는 참 건강하다고 주문을 외며 내가 오늘 검진받을 팔자라 긍정한다.
6개월 후 다음 검진날을 잡고, 처방전대로 약국에 가서 6개월분의 약을 받고 점심을 먹었다.
병원과 약국 근처의 '고궁의 아침'에서 아점을 먹고 계획된 파주로 향한다.
잠시 파주의 숙소에 들러 습관처럼 오수를 즐겼다.
숙소 앞 금촌 둘레길이 있는 학령산 숲길 산책을 한 시간 십여분 했다.
파릇파릇 연두연두한 숲속 산책 중 봄맞이 개나리와 진달래, 풀꽃인 현호색, 왜제비꽃을 만났다.
산책 후 마트에 들러 장보기를 하여 집에 들어 저녁 식사를 생선회와 대구탕으로 먹었다.
가까운 거리의 운정 들녘에 있다는 논에 만들어진 독일식 카페 'Munster dam' 을 향한다.
비닐하우스와 실내에 60년 이상된 동백숲이 있다는 곳이다.
마침 가랑비가 내려 로맨틱한 불빛과 호수에 반사된 은파가 운치를 더한다.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출근길 막힌 도로에서 KTX하행
청천벽력이 이런 것일까? 맑은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다.
항상 찌꺼기처럼 머리에 남았던 현실이 예상대로 다가선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이며 이런 방법일까?
여생이 송두리째 날아간 날이다.
글로 쓰지도 못하고 소리내어 말하지도 못한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도 말고 기댈 곳을 찾지도 말자며 되내이는 말, 결국은 혼자다.
그래 누구도 니 인생을 대신 해 줄 수는 없으니 니 뜻이 그렇다면 후회없이 살다가자.
처염상정(處染常淨)하듯 영혼이 맑은 나로 살고 싶다.
이 날벼락이 흐미해지지 않도록 뚜렷하게 기억하고 싶어 몇 자 새겨둔다.
광주 집에 도착하자마자 죽은 듯이 잠에 빠졌다.
해거름 참에 뜻밖의 전화벨이 울린다.
현직때 친하게 지낸 직장 선배로 정&강1, 그리고 강2. 잊혀질 법도 한데 가끔 불러댄다.
지금 내 상황이 전혀 움직이고 싶지 않은데 이들의 부름에는 모른척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내 집앞까지 와서 나를 챙겨 당신들이 즐겨 찾던 식당으로 간다.
난 그 동네를 한 번도 가본적도 없는 곳이라 머문 곳이 어딘줄도 모른다.
날 불러준 감사의 의미로 아구찜의 식사와 술값을 내가 냈다.
난 입만 적신 정도지만 셋이서 자그마치 술병이 12개나 쌓인 걸 보니 아직 정정하시다.
연세도 자그마치 86세, 73~74세라는 걸 이제야 정확하게 알았다.
다행히 초저녁에 술상을 물리고 대리운전을 불러 당신들의 시골집으로 향한다.
난 동서남북을 몰라 골목길을 헤매다 어찌어찌 큰길까지 나왔다.
눈에 익은 도로에서 집앞까지 오는 17번 버스가 오는 걸 타고 집으로 더덕더덕 왔다.
오늘은 이런 날이나 보다.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아침 9시 정각. 엿새만에 도서관 자리에 앉았다.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1월에 깜빡 잊고 내지 못한 자동차세와 남은 1년의 자동차 보험을 들었다.
이런 건 내게 매우 머리 무거운 일들인데 해결했다는 안도감, 아직 남은 거 또 하나가 있다.
난 정말 일상하는 일 외의 것은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다.
지금 골치 아픈 남은 일 중 하나가 2년 마다 있는 자동차 검사일이 촉박해 있다.
내게도 이런 일을 대신해 줄 사람 돌쇠든, 마당쇠든 우렁각시든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은 혼자서도 알아서도 잘 해결해내는 내가 신기하다.
정신이든 육체든 그럴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을 뿐 아니라 '사치'란 참 내가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그동안 밀린 숙제하듯 조각난 기억들을 모아 기록정리해 본다.
우린 매번 같은 날들인 거 같지만 조금씩 다른 하루들을 산다.
2024년 3월 27일
거문고선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