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은 그 이름만으로도 버거운 의미를 갖습니다.
국사 시간에 배웠던 농민 봉기 운동의 자주적 외침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신식군대앞에 낫과 호미를 들고 맞섰던 그 소박한 정의로움은 차마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알아야할 역사적 사건임에도 차마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합니다.
어린이 동화에서 동학을 다루고자 했던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이윤희의 '내가 하늘이다'가 그렇지요.
김성범의 '숨쉬는 책, 무익조'는 역사적 사건으로써의 동학을 현재의 삶으로 끌어옵니다.
할아버지께서 지으셨다는 한자 투성이 책의 입을 빌어 그 시대를 살았던 아이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접주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 속 깊은 곳으로 어린 나는 피난을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날개가 없는 무익조라는 새를 보게 됩니다.
평화로운 흰색 무익조를 갈색 무익조가 해치지만, 그 갈색 무익조 역시 더 강한 것의 먹이가 됩니다.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는 날개 없는 무익조의 탄생에 마음아파하면서 또 그들이 빚어내는 삶의 사슬에는 덤덤합니다. 어느 한쪽 편에 선 어린 내 마음이 아픈 것이지요.
'동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김성범이란 작가는 무겁지 않게,
그리고 그 것이 현재 우리 삶에 이어지는 고리까지도 잘 만들어 냈습니다.
새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날개를 갖지 못한 무익조를 통해, 당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들을 공격한 갈색 무익조는 또 다시 다른 것의 먹이가 되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지금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기발한 발상과 더불어 상징적으로 보여준, 더불어 재미까지 듬뿍 더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동학이라는 배경에서 당시 백성이 담당해야 했던 삶의 모습을 살짝 비껴간 것입니다. 접주였던 아버지를 따라 피난을 왔듯이 작가 역시 동학의 무거움을 살짝 회피한 듯한 것이지요.
그러나, 여타의 무거운 책에 비해 훨씬 가볍게 또 웅장한 역사 속의 동학이 아닌,
현재도 살아 숨쉬는 동학으로써 빼어난 세계를 보여준 작품이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네, 님 말씀대로 아쉬움도 있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읽어도 느낌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지요.........저도 아주 감동을 느끼면서 보았던 책입니다
그래요. 이 책을 읽고 저도 동학이 이토록 평범한 일상이었나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동학이라면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의 특별한 사상인 줄로, 그렇게 멀게만 느꼈는데 이 동화 읽고나서는 그 생각이 달라 졌어요. 훌륭한 동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