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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섭 기자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공존(Coexistence)’은 이번 키아프 서울의 올해 주제다. 공존에 담긴 의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의 감각과 창의성을 다시 바라보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Kiaf Seou)은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내 127곳, 해외 48곳이다.
단골을 자청하는 갤러리현대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등 국내 주요 화랑과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 독일 코른펠트 갤러리 등이 변함없이 부스를 꾸린다. 해외 15곳과 국내 5곳 등 20여 갤러리가 올해 처음 키아프 서울에 참가한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Kiaf Seou)은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내 127곳, 해외 48곳이다.
이번 키아프가 중요한 이유
2026 키아프 서울은 9월 2일과 6일에, 프리즈 서울은 9월 2일과 5일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동시에 열린다. 올해 5회째 열리는 프리즈 서울은 이미 30개국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출석 체크를 마쳤다.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50개 이상의 참가 갤러리가 서울에 상설 공간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우리는 50이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숫자가 갖는 의미는 해외 갤러리들이 단순히 1년에 한 번 작품을 팔러 서울에 오는 단계를 넘어 서울에 거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해외갤러리들이 공격적으로 한국 미술시장을 공략해 오고 있지만 우리의 미술시장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국내 미술시장은 약 6,151억원의 작품 거래금액을 찍으며, 국내 미술시장이 살아나는 듯 보였으나 채 1년을 넘어서지 못하고 2025년 매출이 감소했다. 미술인 1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4%가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만 경매시장은 2024년 약 1,127억원에서 2025년 약 1,436억원으로 27.4% 반등하면서 회복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내미술시장이 침체가 끝난 강세장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거치며 바닥을 다지는 단계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몇 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감히 키아프의 성공 조건을 이야기 한다면 총 6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키아프는 프리즈와 경쟁하지 말고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키아프가 세계적인 페어 프리즈 서울 옆에 붙어 있는 국내 페어”라는 인식이 굳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프리즈가 이번에도 데이비드 즈워너, 가고시안급 글로벌 갤러리를 다시 보여주는 것은 키아프의 경쟁력이 아니다. 키아프에 가야만 한국의 30~50대 중견작가, 아직 해외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신진작가, 한국 근현대미술의 숨은 작가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키아프가 결국 해야 하는 일은 Korean Art Discovery Platform이 되는 것이다. 2026년 키아프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와 ‘Coexistence’를 내세우며 큐레이토리얼 방향과 관람 경험을 강화하려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두번째는 ‘몇 명 왔느냐’보다 ‘누가 샀느냐’를 봐야 한다. 20만 명이 방문해도 해외 미술관·재단·핵심 컬렉터가 한국 작가 작품을 사지 않는다면 국제 아트페어로서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KPI는 방문객 수보다 해외 컬렉터 구매율, 한국 작가 해외 판매 비중, 해외 미술관 컬렉션 편입, 해외 갤러리 전속 계약으로 이어진 작가 수가 되어야 한다.
세번째는 키아프에서 ‘이우환·김환기’를 이어갈 다음 세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6가지 성공 조건 중 가장 중요하다. 이미 유명한 작품을 비싼 가격에 거래하는 곳이라면 경매와 큰 차이가 없다. 미술시장이 키아프에 기대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 작가는 아직 2,000만원인데 10년 뒤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발견이 반복돼야 컬렉터들이 매년 키아프를 찾는다.
네 번째는 한국 갤러리 자체가 국제화돼야 한다. 작가만 좋아서는 안된다. 해외 미술관 큐레이터와 관계를 만들고, 영문 비평자료와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해외 페어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작품을 기관 컬렉션에 넣는 작업을 갤러리가 해야 한다. 한국 작가의 약점이라기보다 지금까지는 한국 작가를 장기간 국제시장에서 관리하고 브랜드화하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다섯 번째는 컬렉터층을 넓혀야 한다. 한국 미술시장은 아직 소수 고액 컬렉터의 구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최근 조사에서는 50대와 40대가 여전히 중심이면서도 50세 미만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변화도 확인된다. 젊은 컬렉터들은 단순히 ‘오를 그림’보다 개념적 맥락과 작가의 서사가 분명한 작품을 찾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일회성 투자자로 만들지 않고 10년, 20년 구매하는 컬렉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 번째로 키아프가 ‘코엑스에서 닷새짜리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여기서는 프리즈가 오히려 좋은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도 을지로·한남·청담·삼청을 연결하는 Neighborhood Nights를 운영한다. 결국 세계적인 아트위크는 페어 한 개가 아니라 갤러리+미술관+작가 작업실+경매+호텔+패션+음식+관광이 결합되어 도시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자! 이제 한국 미술의 미래를 살펴보자. <미술여행 신문>은 한국미술의 미래가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와 다른 것은 이미 문화적 브랜드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K-pop이나 영화 때문에 미술품이 자동으로 팔린다는 뜻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이제 “한국에서 어떤 문화가 나오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 미술에서는 이 관심을 작품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이우환·김환기·박서보·정상화·하종현 등의 단색화 세대에서 국제적 검증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후 서도호·양혜규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주요 해외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미술을 바라보는 층이 넓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한국 작가들의 해외 주요 기관 전시 확대를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한국 미술이 ‘단색화 다음’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이다.
향후 10년을 결정할 질문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단색화는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계속 1970~80년대 작가들만 팔아서는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가 될 수 없다. 20대·30대·40대 작가 가운데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세계인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와 시각언어를 가진 작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술여행 신문>이 앞서 소개한 진킴 같은 작가다.
진킴은 달토끼라는 한국적 문화기억을 사용하지만 단순히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고독·관계·연결 같은 보편적인 감정으로 전환한다. 한국 미술이 해외에서 성공할 때도 비슷한 구조가 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작가보다, 한국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가여야 한다. 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2026년 8월에 바라보는 한국 미술시장의 침체가 결코 나쁜것은 아니다. 2021~2022년 미술시장 호황에는 분명 투기적 요소도 있었다.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누구 작품이 오른다더라”는 식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강했다. 시장 조정 이후 작품 가격과 거래량이 내려가자 오히려 작가의 미술사적 위치, 전시 경력, 기관 소장, 갤러리 관리능력, 작품 희소성을 따지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 한국 미술시장에 대해서 젊은 컬렉터들이 단순한 시장 인기보다 개념적 기반과 문화적 서사가 명확한 작가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국 미술의 가장 큰 기회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거래 중심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즈가 서울에 왔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세계적인 갤러리가 들어오고 → 해외 컬렉터가 오고 → 한국 작가를 발견하고 → 해외 갤러리가 그 작가를 데려가고 → 해외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 기관 컬렉션에 작품이 들어가고 → 다시 국제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까지 가야 진짜 시장이다. 그래서 향후 5~10년을 놓고 보면 키아프의 성공 여부보다 ‘키아프를 통해 몇 명의 한국 작가가 국제작가가 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키아프가 프리즈보다 커질 필요도 없다.
프리즈 서울이 세계 미술을 한국에 보여주는 창이라면, 키아프 서울은 한국 미술을 세계로 내보내는 창이 되어야 한다. 그 역할 분담에 성공한다면 프리즈와 키아프의 동시 개최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서울이 홍콩·도쿄와 다른 성격의 아시아 미술 허브로 자리 잡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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