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발암 위험성, 막걸리 한번에 33병 마셔야 허용치 초과
WHO 허용치 유지 논란 Q&A
김치-피클과 같은 ‘2B군’ 분류… “발암 관련성 입증할 연구 필요”
식약처 “현재 사용기준 유지”
한국인 평균 섭취량, 허용량 0.12%
14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막걸리 병에 적힌 성분표를 살펴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13일(현지 시간)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2B군’ 암 유발 가능성 물질로 구분했다. 같은 날 WHO 산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아스파탐이 위험하다는 뜻일까, 안전하다는 뜻일까? 결론은 “지금 섭취 수준이라면 암 유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IARC의 메리 슈바워베리건 박사는 “발암과 아스파탐 사이 관련성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발암 가능성 관련 증거 역시 제한적”이라며 “상관관계를 입증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14일 아스파탐의 현재 사용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아스파탐은 무엇인가.
“음식에 단맛을 내는 합성 감미료다.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2종류가 결합한 형태다. 아스파탐의 열량 자체는 g당 4Cal로 설탕과 같다. 하지만 단맛이 설탕의 200배에 이르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제로 칼로리’ 음료에 아스파탐이 사용되는 건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은 국내에 판매 중인 식품 86만 건 중 약 0.47%(3995품목)에 들어 있다.”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인가.
“IARC 구분에 따르면 아스파탐은 2B군, 즉 발암 가능 물질이다. IARC는 암 유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체 및 동물 실험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 2B군으로 분류한다.”
―발암 가능성이 있는데 먹어도 될까.
“먹어도 된다.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섭취가 금지되는 음식은 아니다. 김치, 피클과 같은 야채 절임류도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으로 분류된다. 야채 절임 섭취를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 섭씨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뜨거운 튀김, 소·돼지고기 등 붉은 육류는 오히려 아스파탐보다 높은 2A군(발암 추정 물질)이지만 매일같이 먹는다. 술 담배 및 가공육(햄, 베이컨 등)과 같은 ‘확실한 발암 물질’은 1군으로 분류된다.”
―그래도 많이 먹으면 해롭지 않을까.
“일반인이 평소 섭취하는 수준에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ADI)은 체중 kg당 40mg이다. 체중 60kg의 성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2.4g까지는 매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제로 콜라’ 55캔(250mL 기준)이나 막걸리는 33병(750mL)을 한 번에 마셔야 1일 섭취 허용량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먹고 있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1일 섭취 허용량 대비 0.12% 수준이다. 아스파탐 섭취를 선호하는 사람(극단 섭취자)도 일일 권장량의 3.31% 정도 먹고 있었다. 다만 최근 ‘제로 음료’ 열풍이 불면서 조사 당시에 비해선 섭취량이 다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는 아스파탐을 포함한 감미료 전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시 섭취 기준을 재평가할 계획이다.”
이지운 기자, 김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