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표팀의 평가전 5경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로써 Team USA는 연승행진을 38연승까지로 늘렸네요.(2006 세계선수권 3,4위전+지역예선 10경기+08년 평가전 5경기+베이징 올림픽 8경기+세계선수권 9경기+12년 평가전 5경기)
어째 이번 대표팀 경기 내내 대표팀 얘기보다는 드림팀과의 비교가 더 많이 언급된 것 같긴 합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08년 대표팀에 비해 런던 대표팀은 약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워드와 바쉬가 빠진 골밑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스몰포워드 라인은 역대급으로 강한 데다가 이 스몰포워드들이 모두 4번까지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골밑에서 큰 구멍을 양산하지는 않았죠. 스페인이든 아르헨티나든 인사이드는 미국보다 강할 지 몰라도 나머지 라인업에서 미국에게 크게 밀리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도 별다른 이변은 없어 보입니다. 윙맨이나 가드 라인이 너무 강하다보니 미국이 아무리 골밑 라인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다른 팀들이 미국의 골밑을 공략한다고 해서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의 대표팀에게 부정적 여론을 심어준 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였네요. 이들의 공통점은 발이 빠르면서도 몸빵이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브라질의 경우는 빅맨들이 모두 가로수비가 좋죠. 네네는 아시다시피 스틸능력이 센터 중에선 수위급에 속하고 바레장 역시 블락보다는 리커버리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며 스플리터는 높으면서도 가로 스텝이 느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셋 다 거친 수비에 능합니다. 그러다보니 미국 입장에서 공간을 내기 쉽지가 않았죠.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노시오니같은 블루워커들이 신경을 긁어대는 바람에 중반에 페이스가 꼬인 점도 있고요. 게다가 이 두 경기에선 슛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는데 그 원인을 돌아보면 피지컬한 경기로 인한 체력 저하의 문제가 큽니다. 몸이 평소 경기보다 더 피로해지기 때문에 슛 정확성이 떨어지는 거죠. 이런 경기에선 상대가 거칠게 나오고도 이겼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 두 경기 때문에 '스페인이랑 대결하면 질 거다'라는 얘기까지 봤습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봤고 오늘 경기에서 그걸 증명했습니다. 스페인이 미국을 이기려면 높이가 우세함을 살리는 동시에 백코트가 터져야 합니다. 저번 베이징 올림픽 결승 때처럼 루디가 펄펄 날아야죠. 아니면 대표팀 에이스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 나바로가 터져야 하고요. 그렇지 못하면 스페인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없습니다.
오늘 경기만 해도 그 점들이 드러났죠. 나바로가 안 풀리자 공격에서 동맥경화가 발생했습니다. 나바로가 코비에게 락다운당하면서 외곽 득점 지원이 끊어졌고 칼데론에게 압박이 강하게 가해지면서 스페인이 리듬을 완전히 잃었고 가솔과 이바카가 결국 고립됐죠. 나바로의 경우 오늘 경기를 보니 부상 여파도 보였지만 노쇠화 기미가 보였고 세르히오 율이나 산 에메테리오는 미국을 상대로 뭔가 해볼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세르히오 로드리게스가 출장했다고 해도 외곽에서 별 변수가 있을 것 같진 않고 문제는 가솔 형제가 동시에 출장했을 때인데 제 생각으로는 파우의 발이 느려진 이상 미국을 상대로 완전히 골밑을 잠글 수는 없습니다. 마크가 부담스럽다면 챈들러 붙여버리면 그만이고요.
항상 그래왔지만 미국대표팀의 컨셉은 기동력입니다. 1선에서의 강하고 빠른 압박으로 상대의 흐름을 끊어버리고 재빨리 속공을 펼쳐서 이지 바스켓을 만드는게 미국대표팀의 전통적인 컬러입니다. 그게 말도 안되게 강했던 게 92년 드림팀이었죠. 패스를 뿌리는 게 매직이요, 최전방에서 달리는 게 바클리이며, 그 뒤를 따라오는게 MJ입니다. NBA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속공을 펼치는 라인업이죠. 그야말로 '넣으면 본전, 앤드원은 필수'인데 막는게 이상하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코비가 정말 1대100을 각오한 떡밥을 던지긴 했지만 사실 내뱉은 코비가 더 잘 알겠죠. 저 드림팀은 그냥 사기팀이라는 걸.
이번 대표팀의 핵심은 르브론-듀란트-멜로-이궈달라가 맡은 스몰포워드 라인입니다. 아마 3번 슬롯만 비교하자면 미국 역대 대표팀 중에서는 가장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중 르브론과 듀란트는 사실상 3-4-5번을 무차별적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 두 놈은 골밑도 막아야 하지만 속공 때 가장 빨리 튀어나가야 합니다. 근데 말이 안 되는 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죠. 원래대로면 속공 시 먼저 튀어나가는 쪽은 윙인데 미국의 경기를 보면 윙과 골밑에서 속공이 동시에 튀어나갑니다. 그래서 상대가 커버를 못하고 다리 풀리는 거죠. 이 3번들이 포지션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것이 코치 K가 말한 '포지션 파괴 농구'입니다. 스위치고 뭐고 발빠르게 잡아먹겠다는 거죠. 물론 이 중 가장 심한 놈은 L자로 시작하는 '파워스몰포인트센터슈팅포워드'입니다만...
코비는 저번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는 줄어든 롤을 소화 중입니다. 일단 몸도 몸이거니와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봐야 겠죠. 이지샷이 안된다 싶으면 상대를 벙찌게 만드는 변태샷을 쏘는 것, 자기랑 매치업되는 놈은 걸리면 어떻게든 늪에 빠뜨리는 게 코비의 대표팀 미션입니다. 어차피 4강이나 결승에 가까워질수록 코비의 출장시간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롤 자체를 한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컨디션 조절이 수월하도록 하는 듯 합니다.
이번 대표팀에서 의외로 선전하는게 앤써니 데이비스입니다. 저는 되려 그리핀을 쓰는 것보다 데이비스를 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슈팅도 데이비스가 더 안정적으로 보이고 수비나 공수전환에서 그리핀에게 딱히 밀릴 게 없어보입니다. 적어도 대표팀에서는요. 세로수비가 확실한데다가 속공 가담능력이 좋은 빅맨이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는 그리핀보다 쓰임새가 더 많아 보입니다. 지금 러브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세로수비 부족인데 데이비스는 세로수비는 확실하다보니 선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데이비스 활용 시간을 늘리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미국을 이기려면
1. 높이에서 확실하게 우세해야 한다.
2. 미국 스윙맨들의 침투를 저지해야 한다.
3. 공격에서 미국의 뒷공간을 쳐야 한다.
4. 백코트에서 일대일 능력이 좋아야 한다.
이 네가지인데 이 4가지를 다 할 수 있는 팀은 없습니다. 적어도 저 4가지 중 3가지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저 3가지를 다 충족시키는 팀도 없는 듯 하군요.
첫댓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듀란트 멜로 르브론은 대표팀에서 마저 30+를 올릴 수 있는 선수들이란 것 과 현 스포들이 4번까지 볼수있는 포지션 파괴의 대표팀이기도 하네요.
눈이 호강합니다 역대급 스포들의 각기 다른 공격스타일
르브론은 역시 파워포인트가드였음
파워스몰포인트센터슈팅포워드 전무후무한 포지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스페인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줬네요... 특히 포지션 파괴의 주범인 SF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공감합니다!
좋은글입니다.
확실히 미국 국대는 포워드진이 핵심입니다.
오늘도 전반에 엔써니의 크레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경기를 내줄지도 모르는 분위기였습니다..
르브론이 후반전에 터져준것도 그렇고..
올리시는글항상잘읽고있습니다~~이번글도정말공감이가네요~~(^_^)
르브론.. 득점, 리바, 어시 1위네요.
르브론은 들어가는팀마다 저리되네요 ㅋㅋ 사실 욕심의 절정은 르브론일지도 ㅋㅋ
스윙맨들의 침투를 저지하는 것이 일단 불가능하죠.. 게다가 백코트에서 일대일도 코비-르브론-폴 앞에서는 =_=; 현재 타국 대표팀 스킬로는 힘들다고 봅니다.(지노블리는 어느정도 가능할 수도...)
잘 읽었습니다!
심히공감합니다~!!잘읽었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추천!
토니파커-마누-델피노-스콜라-가솔.....요 라인이면 어떻게 해볼만할 것 같은데요.
올림픽 비미국 올스타를 만들자면...
파커-지노빌리-뎅-네네-가솔 라인업이 현 최강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미국한테 질 것 같네요;;;
파워스몰포인트센터슈팅포워드ㅋㅋㅋㅋㅋㅋ 정말 딱 어울리는 포지션이에요.ㅋㅋㅋ
문제의 L모 선수
이번올림픽 코비의 역할은 옛날 고대의 이지승 역할..
미국을 이기려면 4가지 이유를 드셨는데, 4가지 이유는 필요없습니다. 저건 그 어떤 팀도 할수 없는거거든요.
애초에 올림픽에서 드림팀을 두번 이길 수 있는 팀은 없습니다. 한번 정도는 기적으로 이길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적이란게 뭔지 아실겁니다.
상대팀이 전력의 120% 이상 발휘하는 경기가 있고, 드림팀이 경기력의 80%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이런 경우에 이변이 일어납니다.
실제로 드림팀이 가지고 노는게 정상인데 박빙의 승부로 가고, 진땀승하고, 패배한 이유가 다 농구가 단체경기이기 때문이죠. 이제 올림픽에서도 한번쯤 드림팀이 패배할수 있을만큼 전력차가 많이 줄었죠
어차피 공은 둥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