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우리집에 왜왔니 ?
- 이 향 미 -
어둠을 파고 사궁쥐 눈깔 같은 봉숭아 씨앗을 심을래요. 모르는 집 창문에 애절히 피워나 모르는 그들을 울게 할래요. 봉숭앗빛 뺨을 가진 어린 손톱에 고운 핏물을 묻히래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서둘러야 해요 나를 통과해 가는 그대의 눈을 볼래요 너무 오래 견딘 상처는 아물지 않아요 몹시 처량해진 나는 모르는 집 창문 밑에서 울 거예요 당신을 부르며 울 때 사람들은 어두워져요 문이 닫혀요 이렇게 부질없는 이야기는 처음 해봐요 나는 늘 술래이고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해요 가위바위보가 문제에요 나는 주먹만 쥐고 있거든요 아무도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요 당신도 곧잘 숨는다는 걸 알아요 이제는 내가 숨을래요 꽃 피지 않은 계절에 오래도록 갇혀있을 거예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봉숭아꽃이 만발했어요 보세요 정말 내가 모르는 집이에요 창문밑에 피어난 저 붉은 봉숭아 ! 무슨 꽃은 봉숭아꽃이어야 해요 당신은 봉숭아꽃을 찾으러 온 거예요 나는, 나는 꽃 피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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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지용신인문학상 '왜 그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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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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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
당선일 / |
2007-05-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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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나요?' 길바닥에 누워버린 들꽃처럼 바람에 지쳐버린 나무처럼 짐도 없지. 짐도 없지. 그 저 그저 살아온 거지.
버릴 것도 없고 이룰 것도 없고 배 따뜻하면 만족하지. 더 딘 더딘 아이처럼 발끝마다 가시가 솟아나도 울면 그만이지. 울면 그만이지.
얼음 속에 눈 녹아 들어가듯 추운 마음 익숙하여 울 수도 없었지. 그저 흉내 낸 거겠지.
시계바늘 돌아가듯 익숙한 하루태엽들 버젓이 내게 감기며 하루하루 노래하며 지내는 베짱이 신세였지.
그래 그게 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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