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 위에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다. 원래는 천사였지만 변덕스러운 신에 의해 소녀가 되어 산으로 내려온 에델바이스는 얼음집 안에서 혼자 놀기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 안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고 있던 에델바이스는 빙빙 돌다가 우뚝 멈춰 섰다. 얼음집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한 손에 피켈을 쥐고 있었다. 에델바이스도 놀랐지만, 그 남자는 에델바이스보다 몇배나 더 놀랐다.
"아니, 너 같은 아이가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단 말이냐?" 그 남자는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유명한 등산가였다.
얼음집이 있는 곳은 알프스 산에서도 제일 높고 험한 장소로 오랫동안 힘든 훈련을 해온 등산가들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위험한 곳이었다. "이 곳을 너 혼자서 올라왔니?" 남자는 얇은 옷 한 장에 맨발인 에델바이스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에델바이스는 대답대신 방긋 웃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어디서 왔니? 이름은?" "에델바이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에델바이스는 문을 닫아버렸다.
알프스 산 위에 참으로 사랑스러운 소녀가 있다. 얼음집 안에 숨어서 혼자 살고 있다. 산을 내려온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수많은 남자들이 얼음집과 아름다운 소녀를 보기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도중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목숨을 건 등반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다.
"올라오길 잘했어." 그들은 에델바이스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산을 내려간 순간 다시 그곳에 오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델바이스는 산에 올라온 남자들에게 미소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에델바이스는 상당히 많은 등산가들이 자신을 보러 올라오다가 도중에서 죽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비한 소녀를 만날 것을 꿈꾸며 산에 도전한 젊은이들 대부분이 눈보라로 길을 잃거나 빙벽에서 떨어져 행방불명이 되었던 것이다. 산기슭의 마을에서는 매일같이 장례식이 이어졌다. "제발 저를 멀리 데려 가 주세요. 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에델바이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하였다. "돌아오너라, 에델바이스. 나의 사랑스런 천사야." 신이 보낸 한 줄기 빛은 에델바이스에게 천사의 모습을 되찾아 주었다. 흰 날개를 펴고 에델바이스는 곧바로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자 얼음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산 위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다. 높고 험한 산을 오른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청아한 이 꽃을 사람들은 "에델바이스"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알프스에서 만난 소녀의 기억처럼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라고 한다.
솜다리는 초롱꽃목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0∼20cm에 정도로 작은 편에 속하며, 식물 전체에 흰색의 부드러운 털이 듬뿍 나 있고 특히 잎 뒷면에 털이 많다. 줄기에서 부터 꽃까지 흰색의 작은 솜털이 빽빽이 나 있어 솜처럼 보인다고 솜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흔히 솜다리를 보고는 에델바이스라고도 하지만 솜다리와 에델바이스는 조금 차이가 난다. 우선 학명에서 솜다리의 학명은 레온토포디움 코리아눔(Leontopodium coreanum)이고 알프스 지방에서 자생하는 에델바이스의 학명은 레온토포디움 알피눔(Leontopodium alpinum)이다. 학명 coreanum에서 알 수 있듯이 솜다리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한라산 정상부근에서 자라는 한라솜다리와 설악산 높은 곳에서 자생하는 산솜다리가 있다. 이에 반하여 에델바이스는 유럽 알프스 지방이 원산지이고 꽃잎의 폭이 솜다리보다 좁고 더 길다.
솜다리는 생명력이 강해서인지 눈보라치는 설악산의 높은 지대와 같은 기후가 그리 좋지 않은 고산지대의 바위틈에서 가냘픈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운다. 에델바이스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인해 더욱 인기를 얻은 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하였을 때 사람들은 오스트리아 국화인 에델바이스에 관한 노래를 불러 저항을 하게 된다. 특히 조국에서의 ‘깊은 추억’을 안은 채 알프스의 산을 넘어 가야하는 트랩 대령일가의 노래 소리는 지금도 산골짜기를 감싸 흐르는 듯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애절하게 남아 있다. 솜다리는 꽃이 여름을 전후하여 피지만 눈 속에 꽃대 줄기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겨울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꽃이 필 때나 말라서 드라이플라워처럼 되어 있을 때에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듬직한 꽃이다. 즉, 눈 속에서도 잘 살피면 시들어 말라버렸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가 흐트러지지 않은 솜다리를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