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만 승부하는 진정한 가객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그룹 DJ DOC의 멤버 이하늘(본명 이근배·39)이 SBS ‘인기가요’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린데 이어 록그룹 ‘뜨거운 감자’ 멤버 김C가 같은 방송의 '김정은의 초콜릿(이하 초콜릿)'에 ‘동조불만’을 토로하여 파장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 이하늘이 자신의 트위터에 "SBS `강심장`에 출연하지 않으면 `인기가요` 무대에도 오를 수 없다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면서 시작됐다. 이하늘은 "거지같은 '인기가요'! '강심장'을 안하면 출연 안시켜준다고 한다. 가수들이 이런 공갈압박을 받으며 활동한다니 씁쓸하다. 가수들을 자기 방송의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PD들의 권위의식에 토가 나온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하늘은 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김)창렬과 SBS 본부장이 만났다. 창렬이가 진행하는 라디오와 이번 문제를 별개로 생각해주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패키지 출연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같은 멤버 김창렬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김창렬의 올드 스쿨`을 계속할 수 있게 됐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는 "하지만 날 양치기 중년으로 만든 인기가요 PD와 남CP에게 기름기를 뺀 깔끔한 사과를 부탁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작은 아량과 알량한 선심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고 계속해서 SBS를 비아냥거렸다. 이하늘이 말한 `작은 아량`은 김창열의 라디오 진행이고, `알량한 선심`은 SBS `초콜렛` 출연을 지칭하는 것이다.
또한 이하늘은 "가요 프로 특성상 오랜 관습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 일은 깔끔한 사과와 앞으로 동료 가수 선후배들에게 존중하겠다는 작은 약속 하나면 바랄게 없겠다"고 인기가요 제작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면서 마지막으로 "기사나 블로그를 보면 이하늘 다른 속셈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솔직히 있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대할수 있는 것 그거면 된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이하늘이 SBS를 상대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데 이어 4일 김C가 자신의 트위터에 SBS의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파장을 이어갔다. 김C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간만에 투덜대고 싶네. 월드컵 때문에 출연팀 많다고 2곡만 부르라더니 '빙상의 신'에게는 3곡을 부르라하시네. 대단하시군요. 하하하"라는 꼬일 대로 꼬인 심정을 토로했다.
김C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일 방송된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하 초콜릿)'에 출연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나르샤의 'I'm in love', 아이유의 '기차를 타고', 보아의 '공중정원' 등 3곡을 부른 것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처럼 김C가 이하늘에 동조불만을 표출하는 와중에 정작 사태의 발단이 된 이하늘은 SBS뿐만 아니라, 3일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 녹화및 4일로 예정된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 타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녹화 스케줄까지 연이어 거부함으로써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하늘의 두문불출에 대해 소속사측은 "몸이 안 좋아서 제작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케줄을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하늘이 예능 프로그램의 '패키지 출연' 관행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화제가 된 만큼 앞으로 이하늘이 특별한 해명 없이 예능출연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인 스스로 생각해보면 더 잘 알겠지만 ‘천하무적 야구단’이나 ‘놀러와’같은 연예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솔직히 요즘 이하늘이라는 가수를 누가 기억하겠는가? 그렇다면 강심장에 나와주면 노래 한 곡 부르게 해준다고 했으면 ‘불감청’이라고 감사를 표했어야 할 게 아닌가?
게다가 지난 3일 이하늘 자신이 불참했음에도 '천하무적 야구단'은 아무런 지장없이 촬영됐다고 한다. 물론 야구 경기가 아닌 체력 훈련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먼저 불참을 통보해서 방송국이 대비했다고는 하더라도 이하늘 자신의 부재에 별다른 영향을 입지 않은 것을 볼 때 KBS가 이하늘을 엄청 배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MBC '놀러와'의 경우도 DJ DOC의 동료멤버인 정재용이 자기 대타로 등장해서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니 MBC 또한 이하늘에 대해 엄청 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하늘 역시 이러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BS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MBC와 KBS에 대해서는 애틋한 정을 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긴 우도! 여자친구랑 머리 식히러 왔다. 솔직히 복잡한 문제에서 한발 물러나서 생각해 보고 싶었다. 먼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것을 알면서 약간은 무모한 선택의 길을 가는 나에게 응원과 힘을 준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단 말씀 드린다. 힘든 부탁을 들어준 '놀러와' 식구와 '천하무적야구단'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한다. 돌아가면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하늘이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BS에 대해 재차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배려해준 MBC '놀러와' 측과 KBS '천하무적 야구단' 팀에 감사의 말을 전한 것을 두고 월드컵 이후 SBS를 상대로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KBS-MBC의 편에 서서 SBS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김C 역시 그러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가수로서 김C가 연예프로그램이 가수보다는 인기 스포츠 스타를 우대한 것에 가슴아팠을 것은 인정하지만 요즘 후배가수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이 노래보다는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어 노래를 파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생각한다면 가요 프로그램이 ‘인기가 떨어지는’ 가수보다 인기있는 스타 선수에게 노래를 더 시킨 것을 비난할 입장이 못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C 또한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노래 실력보다는 ‘1박2일’의 이승기라든가 강호동, MC 몽 등의 동반인기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는 비단 김연아 팬클럽인 ‘승냥이’들의 편향된(?) 시각만도 아닐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승냥이과는 아니지만, 김C는 노래로 승부하려는 게 아니고 자신의 트위터에 써 놓은 Sly의 사전적인 뜻처럼 '엉큼하거나 음흉하거나 적어도 익살스러움으로' 승부하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