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원미동 | 최초 작성일 : 2004 11 17 | 최종 수정일 : 2006 1 26
때는 퇴근시간이 한창인 7 시 무렵.. 이미 마감시간 땡하자마자 튀어나왔을 것 같은 사람들로 가게안은 시끌벅적 했습니다. 2 층으로 가라는 주인장의 말에 올라가보니 달랑 한테이블만 남아 어수선하고 시장같은 분위기의 속으로 우리 일행은 묻혀지게 되었습죠.
봅시다 무얼 먹을까... 고민도 하기 전에 아주머니의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모든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모듬불고기를 시켜 버렸습니다. 곧바로 숯불이 내어오고 씨언하고고 씁쓸한 콩나물국과 상추, 쌈장, 김치로 기본 무장 끝. 이어서 대접시 한 가득 뻘건 고추양념장에 축축하게 젖은 쭈꾸미와 가이바시 등이 나왔습니다. 그 뻘건 양념장의 색으로 벌써부터 입안은 침이 고이고, 머리는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드실 것만 석쇠에 하나씩 얹어서 드세요.. 하는 말에 그게 맞을 것이 센불에 잔뜩 얹었다가는 죄다 먹기도 전에 시커멓게 숯을 만들 기세라 초보자들인 우덜은 하라는 대로 하나씩 얹어가기 시작했습죠. 이윽고 양념이 마르고 쭈꾸미의 말린 다리가 꼬이기 시작하자 그래 요 매운 불덩이야 함 먹어보자는 기대감 잔뜩 싸서 쭈꾸미를 입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헐... 이것은 웬 가슴 속에 허탈한 궁전이 두어 개가 무너지는 느낌일까요...?
말캉말캉 쭈꾸미와 쫄깃쫄깃 키조개(가이바시)의 씹히는 맛은 그럭저럭 좋았으나, 시각적 촉각적 공감각적인 기대감을 만빵 불러일으킨 그 시뻘건 양념의 맛은 별다른 특별한 맛을 주지 못했습니다. 앗... 역시 소문난 잔치집에는 먹을 것이 허당이라는 말을 이 집에서 확인하는 갑다... 우리는 그랬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내린 저 빗속을 실망감에 휩싸여 셋이서 말없이 걸어갈 수 만은 없는 노릇... 우리가 먹는 방법을 몰르는 갑다... 이리 돌려보고, 대가리를 까집어 보구, 쌈장을 발라 쌈싸먹기도 하고, 그냥 온리로 먹어보기도 하구, 다이렉트로 쌈장을 발라 쳐먹기도하구, 옆 사람들은 어떻게 먹나 관찰을 해보기두 하고 했는데도... 우덜은 결국 무교동의 맵기로 소문난 그야말로 열혈낙지의 맛과는 비교가 안되겠다. 그리 결심하였답니다.
워낙에 유명한 집이라 유명세를 타는구나. 벽마다 걸려있는 방송국의 사진들과 매스컴 액자들.. 사람들은 그 속에서 그 유명세를 나름대로 즐기는 듯 했습니다. 계속해서 쉬지도 않고 좁은 테이블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아주머니들, 있는 힘껏 외쳐야 대화가 될 듯한 소란스러움, 추가주문을 빨리 더 시켜야 자리를 안 뻇길 것 같은 압박감... 대략 허당감과 낭패감이 교차해서 아이스맨으로 변하려는 순간,
머 더 안시키실래요?
드뎌 올 것이 왔던 것입니다. 우리는 낭패감에 젖어 있으면서도 잘도 쳐 먹고 있었던 겁니다. 접시가 바닥이나고 석쇠 위에도 쭈구미 다리가 몇 안 남았던 게죠. 이미 모듬을 한 접시 먹고 실망을 한 차라 오로지 남은 메뉴는 하나 쭈꾸미 볶음밥을 먹어보기로 했답니다.
그래... 허기라도 면하고나 가자. 우덜의 결심은 단호했답니다. 볶음밥 되죠? 2 인분만 주세요. 우덜이 단호하거나 말거나 아주머니는 테이블을 후떡후떡 치우시더니 바로 된장찌개와 갓김치, 콩나물의 기본 반찬과 스테인레스 불판에 색깔도 이쁘게 볶은 쭈구미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고소한 참깨와 다져진 갖은 야채를 함께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진 볶음밥은 참 맛있게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메인 메뉴에 실망을 느낀 터 면피용으로 시킨음식이라 그리 큰 기대는 없었읍죠.
하지만 쭈꾸미 볶음밥은 오히려 뜻하지 않은 맛을 주었습니다. 분식집에서 맛보는 그저 달고 매운 질퍽한 해물 볶음밥류와는 다른 깔끔한 맛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차라리 볶음밥이 낫네...' 했습니다.
간편하게 모듬불고기와 볶음밥 2 인분, 소주 한 병을 마신 우덜은 말없이 가자니 우울 할 것 같아 2 차를 모의했습니다. 먼가 다른 색다른 2 차를 모의한 우덜은 가비압게 자리를 훌훌털고 일어섰습니다. 우덜이 일어서기 전에도 사람들은 계속 들나고 있었고, 우덜의 자리가 비워지기가 무섭게 또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집입니다.
모 가게가 대단하거나 말거나 기대했던 바만큼 맛을 느껴보지 못한 기자로서는 계산을 하면서 주인장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집만의 먼가 다른 게 있습니까? 아주머니는.. 당연히 있지요. 우리집만의 양념비결이 있지요.. 하시더구만요. 그래요? 근데 별로 맵지도 않고 특별한 맛을 못느끼겠는 걸요. 하고 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매우면 손님들이 잘 못드세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안 맵게 하는 거에요. 맵게 드실라면 주문전에 맵게 해달라고 말씀을 해주시면 맵게 해드려요.
아.. 그랬던 것이었군요. 일부러 안맵게 했던 것이었군요. 하지만 그래도 일행중 부천사는 사람이 온식구 데려다가 먹을 만큼 맛있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려부렀습니다. 상계동에 사는 한 일행도 어머니를 모셔다가 같이 외식할 만큼 맛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구산동 사는 저 역시도 비스므리하게 동감했습니다만 볶음밥만큼은 집사람과 근처 사는 처제를 데려다가 먹을 만 하다고 속으로 주인 아주머니에게 외쳤답니다.
그럼 하던 썰을 마치고 우덜이 먹은 내역을 볼까요? 모듬불고기 26,000 원, 소주 3,000 원, 볶음밥 2 인분 8,000 원 합이 37,000 원. 흠... 대개는 그리 시켜먹는 듯 했습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불고기를 몇 접시 시켜먹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입니다. 가장 싼 쭈구미 불고기 14,000 원(2 인분 기준), 가이바시 불고기 18,000 원, 낙지 불고기 15,000 원, 모듬 26,000 원, 쭈구미야채 볶음밥 4,000 원 이상이 쭈꾸미 불고기 집의 차림상의 전부입니다.
오늘의 맛집 총평!
기대하고 가면 대략 허당. 식사시간에 볶음밥, 빠르게 1 차 먹고 후딱 2 차갈 분 완츄!!! 안매운 쭈꾸미 불고기 먹고 싶은 분들, 유명한 집 좋아하는 분들, 사람들 틈에서 분주함과 부산스러움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안말림.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타 건너편 농협 옆 대도약국 골목 20 미터. 신용카드 가능. 현금 결제시 빳빳한 썌빠시 돈으로 잔돈 거실러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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