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 동쪽으로는 순천만 건너에 여수반도가 뻗어 있고 서쪽에는 보성만을 끼고 보성군,
장흥군, 완 도군을 마주보고 있다. 고흥반도와 그 주변에 널린 수많은 섬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족히 6시간을
달려야 고흥읍내에 닿을 수 있는 먼 거리다. 순천-벌교-고흥을 잇는 길은 4차선으로 늘어나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멀어서 가는 내내 한하운 시인의 ‘소록도 가는 길’
이라는 시를 읊조리게 한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고흥은 서럽게만 느껴지는 한센병 환자의 집단지인 소록도가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 소록도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곳에 산재해 있는 명소가 눈 시린 늦가을
정취를 자아낸다. 우선 고흥읍내를 비껴 유자마을(풍양면 한동리)을 찾는다. 11월달이면
노랗게 익어 향내를 풍기는 유자공원이 녹동항 가는 27번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다.
국도변에 유자공원이라는 팻말이 크게 붙여 있고 도로변을 사이에 두고 특산물 전시장과
유자밭이 나뉘어져 있다. 우선 유자공원이라는 팻말을 따라 유자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사방팔방 펼쳐지는 유자밭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