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파티 (시공주니어/재클린 윌슨)
몇 년 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여자 조카가 제 방이라며
아파트 거실에 텐트를 쳐 놓았던 일이 생각난다.
어린 남동생과 방을 같이 쓰고 있었던 여자 아이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제 방을 무척 갖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남동생이 그걸 들어줄리 없었다.
평소에는 안방에서 엄마 아빠랑 잘 지내다가도 누나 친구들이 놀러라도 오면 굳이 누나랑 함께 있겠다고 생떼를 부리곤 했다.
비밀도 많고 끼리끼리 속삭임도 많을 시기에 얼마나 속상했을지 불을 보듯 훤하다.
잠옷 파티(친구들과 함께 잠을 자면서 노는 일)를 하고 싶어도 남동생이 문제였다.
그때 조카애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거실 캠핑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데이지 잠옷파티에서 얻은 힌트였다.
실제로 생일날 친구들을 불러 ‘텐트 속 잠옷파티’ 를 하기도 했다.
차를 마시고 비디오도 보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눈을 빛내던 조카애의 얼굴이 생각난다.
생각해 보니 그 애 손에는 작은 곰돌이 인형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때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했었다.
책을 읽고 조카애랑 얘기를 나누었더라면 더 실감났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 애는 벌써 중학생이 되었는데 나는 이제서 야 비로소 ‘잠옷 파티’를 만나게 되었다. 딸과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싶어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역시나 작가는 나와 딸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단짝 친구를 갖고 싶었던 마음. 세 명이 함께 어울려 놀다가도 둘이 손을 잡아버리면 나 혼자 외톨이가 된 듯 외로웠던 마음. 유난히 나를 미워하고 마음을 못되게 쓰던 한 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그 시절이 오래된 필름처럼 떠올랐다.
이 책은 그만큼 나라와 시대를 넘나드는 마력이 있었다.
또, 간결한 대화를 통해 각각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화자인 데이지의 마음이 대화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데이지의 언니는 장애인이다.
데이지는 언니 때문에 잠옷 파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할 수 있기는 한 건지 그게 걱정이었다.
드디어 데이지의 잠옷파티 날, 아빠는 언니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데이지는 속으로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데이지의 기대와는 달리 언니는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타난다. 소리까지 지르면서......
데이지의 눈에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는 언니가 어떻게 느껴졌을까. 그 마음이 짐작되고도 남았다.
재클린 윌슨의 또다른 책 ‘로지 입은 지퍼입’ 도 재미있었다.
문득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이 모두 궁금해졌다.
이 여름에 딸과 함께 재클린의 입담속으로 푹 빠져보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첫댓글 재클린 윌슨 작품은 여자 아이들이 유독 좋아하지요. 저도 즐겨보는 작품이고요. 저는 '고민의 방'이 제일 좋았던 거 같아요. (가장 최근에 읽어서 그런가?) 저도 어렸을 때부터 제 방을 갖는 게 소원이었어요. 이제껏 제 방을 한 번도 가져본 일이 없거든요. 엄마는 이상하게 방이 생기면 저보다 동생에게 먼저 방을 주곤 하셨어요. 마당에 텐트를 치고 제 이름을 써놓았던 기억도 나네요. 그러고 보면, 가진 게 많을수록 얻는 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방'을 갖는다는 것.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가져본 사람은 모를테니까요.
마당 있는 집에 살면 그런 즐거움도 있겠어요. 아이들 다 커버리기 전에 마당있는 집에 살아봐야 할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고민의 방은 집에 있는데도 안 읽어봤거든요. 열심히~
저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 친구 집에 가서 자고 오는 일은 생각도 못하는 지라 작년에 책놀이터에서 한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올해도 또 하면 어떨까요? 진짜 했으면 좋겠당.
아이들은 올해도 계획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부럽당!) 그렇다면 올해는 특이하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진행하고, 나중에 엄마들과 하룻밤을 프로그램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주말로 날 잡아서. 아이들 델고 오는 엄마는 입장금지 시키고......우리끼리 비빔밥도 만들어 나누어 먹고, 봉숭아 물도 들이고,,, 맘껏 수다도 떨고... 진짜 그랬음 좋겠다. 장기자랑도 하고...그런 프로그램 혹시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