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9. (보령의 하늘을 날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자연스럽게 높아진 가을하늘을 한번쯤은 올려다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하늘한 번 날아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해봄직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더욱 더 그러한 체험을 갈망할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이틀 동안 숙박을 예정한 보령에서 페러글라이딩을 계획하였다. 물론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의 선택에 묻어가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더 기대하고 설레고 있었다. 사실은 내 아이들을 낳아 키울 때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놀이들을 손주들이 생기면서 덕을 보는 셈이니 아이들과 동행하여 놀아줄 수 있을 때가 언제 또 오겠던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 듯하여 페러글라이딩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추석 전에 미리 예약해두었던 보령 옥마산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으로 향했다. 뿐만 아니라 활공장까지 올라오는 동안 전문 조종사들의 일상을 함께 읽을 수가 있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을 체험과 즐김보다는 직업으로 하는 그들의 모습은 높은 산악 지형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내려오는 짜릿한 모험 못지않게 강한 체력이 필요할 듯하였다. 일직선에 가깝게 특수 제작된 3~4kg 무게의 낙하산을 지고 등산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각자의 삶의 무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신청하면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여 시내에서 옥마산 활공장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패러글라이딩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오니 보령 시내를 한눈에 내려 볼 수 있었다. 또한 활공장까지 트럭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비포장도로라서 오프로드 체험까지 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멋진 파일럿 복장으로 환복을 하고 안전모를 쓰고 제법 근사한 모습으로 준비 완료, 이제는 전문가와 함께 힘껏 하늘을 나는 것이다. 산 정상의 뷰는 아슬하고 아름다웠다. 내 아이들은 풍경을 내려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걱정과 염려보다 어린아이들의 과감한 도전에 뿌듯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각자 전문가를 배정 받아 옥마산 정상에서 우리는 아래를 향해 출발을 하였다. 하늘 끝은 아니라도 충남에서 제법 높고 이중에 보령 시내 바로 뒷 편에 있는 옥마산은 보령 시내와 바다까지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뷰맛집이었다. 옥마산은 특히 뷰 뿐만 아니라 패러글라이딩을 타면서 보령 시내, 바다, 그리고 멀리 섬까지 볼 수 있는 이색적이였다. 활공은 그야말로 인간이 새처럼 창공을 나는 뜻 깊은 일이며 기류에 내 육신을 맞기고 내려 보는 세상은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잠시 잠깐이면 착지인데 이토록 경이로운 감정 또한 잠시 잠깐이라 생각하면 사는 이치가 다 그러하지 않겠던가. 띄엄띄엄 섬 자락이 보이고 보령시내의 전경 안에는 이 높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일상들이 모두가 거기서 거기인 것을 이 순간이라도 욕심 없이 멀리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아름다움을 잊은 채 아득바득 살아온 내 모습이 비로소 보이는 듯하였다. 이런 저런 생각과 감상으로 내려올 때 높은 곳에서 체험하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도전적이고 불안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와 자신감을 더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토록 짧은 순간 가장 꿀잼인 착륙할 때가 되었다. 빙글빙글 돌면서 엄청난 스릴과 함께 안정적으로 그러나 어이 없이 착지에 도착해 있었다. 너무나 선명한 기억과 아찔한 스릴과 그리고 신선한 체험으로 재미를 느꼈던 패러글라이딩, 그렇게 우리는 이색 비행체험을 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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