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시동불량의 원인은 연료
혹한기 경유차 시동불량의 원인은 연료에 있습니다. 경유는 엔진 내 윤활을 위해 파라핀 성분이 포함돼 있죠.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파라핀이 서로 엉켜 큰 입자를 만들고, 부유하던 파라핀이 연료필터 또는 인젝터를 막게 됩니다. 강추위가 올 때마다 경유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 공급되는 동절기용 경유는 연료필터 막힘점(CFPP)이 정해져 있습니다. 지난 11월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석유제품의 품질기준과 검사방법 및 검사수수료에 관한 고시'에는 혹한기(11월15일부터 이듬해 2월28일)에 공급되는 경유는 필터막힘점이 영하 18도로 규정돼 있는데, 다시 말해 정유사가 공급하는 경유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도 필터가 막히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일부 지역(강원도 철원)의 기온이 영하 19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고, 내륙 산간 지방은 이보다 더 낮은 기온으로 떨어져 필터막힘 현상이 나타나 논란이 됐었죠.
물론 해결은 간단합니다. 경유의 필터막힘점 온도를 더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온도를 내리기 위해선 와피(wafi)라고 하는 첨가 물질 외에 여러 추가적인 화학제품이 더해져 비용 상승이 수반되죠. 이런 이유로 현재 국내 대부분 정유사들은 혹한기 경유의 필터막힘점 기준 온도를 내리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GS칼텍스가 자체적으로 영하 24도까지 견뎌낼 수 있는 경유를 공급할 뿐 SK 등은 지식경제부 고시 기준인 18도 이하에 맞춰 공급한다고 전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기준 온도인 영하 18도는 국내에서 별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날씨의 경우 예측 불가이고, 그나마 지난해 문제가 제기돼 올해 기준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도 "기온이 18도 이하로 내려가 필터막힘 현상이 발생하면 이는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죠. 게다가 일부에선 필터막힘을 연료 문제로만 몰고 갈 수 없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는데, 자동업계도 동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현재 자동차회사가 연료필터 내 코일 열선을 넣어 혹한기 연료 온도를 일부 상승시키고 있다"며 "그렇다고 커먼레일 시스템 전체에 열선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하더군요. 자동차업계로서도 코일 열선을 추가할 경우 그만한 비용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어 해결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