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오랜만에 일본인 작가가 쓴 소설을 읽었다. 이치조 미사키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였는데 사실 일반 로맨스 보다는 청소년 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을 하였.
이치조 미사키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로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응모를 멈추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가미야 도루는 순진하기 이를데 없다.
학교폭력을 막아보려고 나선 것이 인연이 되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소녀 히노 마오리와의 사랑은 서툴게 시작한다.
“너랑 사위어도 되지만 조건이 세 개 있어.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마지막으로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지킬 수 있어?”
이 대목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무엇인가 깔려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집에서 가정일을 도 맡아 하면서 살아가는 소년은 누나가 글을 쓰게 하기 위하여 누나를 집을 떠나게 할 정도이다. 나중에 누나가 최고의 문학상을 받으면서 아버지와 재회를 하게 된다.
그날 하루에 일어난 일만 기억할 수 있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마오리도 순진무구한 수녀로 읽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관계로 생각할 수 있다. 심장이 좋지 않아 세상을 먼저 떠나는 가미야 도루, 그 뒤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열하는 마오리.
마오리는 나중에 좀 나아지면서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지만 결말은 쓸쓸하기 이를데 없다. 작가가 새드 엔딩으로 몰고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순전히 작가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쉬움이 남겨남게 하려는 작가의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일기로 하루의 기록을 남기면서 다음 날이 되면 일기를 읽어보면서 일기속의 내용을 사실화하면서 살아가는 마오리의 모습만으로도 독자들은 마음이 그리 좋지 않다. 거기다가 남자주인공의 죽음을 몰고 와야 했는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새드 엔딩으로 더 많은 감성을 붙잡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마음을 작가들도 모른다. 초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은 수채화처럼 다가온다. 불꽃놀이의 장면은 청순한 아이들의 사랑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