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사주이야기-운명학에 대하여
미래는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법이며, 화복(禍福)은 피하려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살아본 사람은 다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 하고, 덩달아 재앙은 피하고 싶고, 행운은 받고 싶어 한다. 살다보면 누구든지 자기 삶의 근원으로 돌아가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도무지 자신의 의지와 머리로는 불가해(不可解)하고, 도저히 그 연원을 알 수 없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릴 때 사람들은 천지사방으로 해답을 구하려 방황하게 마련. 심산유곡의 사찰(寺刹)도 그럴 때 필요하고, 고루대청(高樓大廳) 교회나 성당도 그럴 때 절실해 지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순간에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들은 나쁜 일들이 대부분이며, 우리 삶에서 행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든 리빙스턴(Gordon Livingston)이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책에서 실토한 말이다.
뜻하지 않은 실패와 좌절, 예기치 못한 사랑과 이별, 느닷없는 병고와 죽음 등에서 어느 인생도 자유로울 수 없음에 우리는 늘 불안하고 전율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면 찾고 싶은 위인들이 있으니 예언의 은사를 받은 신의 종이며, 역술가, 무속인 등속들이다.
대학입시를 앞두고서 전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이 시험을 잘 봐 좋은 대학에 붙을 수 있도록 교회, 성당, 절을 찾아 헌금을 하고, 등(燈)을 달며, 기도에 매달린다는 것을 아마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그런 풍조는 유난스럽기는 하지만 한 시대의 풍조로 자리 잡아 굳어 있기도 하다. 대입수능일이 되면 백일기도에 들어간 어머니들도 기도를 끝내고 바야흐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가슴을 졸이는 시간을 가졌을 터이다. 자기 자식이 높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야 어느 부모인들 다르지 않을 거며, 그것을 굳이 타매(唾罵)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백일기도를 하고 정성을 다해 빈다고 해서 성취되는 일이란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당사자라면 또 모를까 부모가 대신 기도를 한다고 해서 자식이 영험을 얻을 수는 더더구나 없는 일이다. 인생사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그런 얄팍한 술수로 짜여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적어도 그런 프로그램을 이해하려면 순수한 열정과, 가없는 정성과, 지극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티끌만큼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신비의 영역에 속하는 과제다. 인간의 운명은 그만큼 난해하고 야릇하며 불가사의하여, 우리의 인식의 범위를 초월해 있음을 절감할 때가 많다. 다만 인간이 지혜와 땀으로 궁구하여 유추해낸 작으나마 축적된 성과가 있어 그 결과로 정립된 술수와 방편으로 간혹 사람들은 미래사와 궁금증을 해소하며 조심스럽게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세상을 헤쳐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운명이 무엇인가’를 알고자 네이버의 사전을 열어 보았다.
이렇게 적혀있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一切)가 지배를 받는 것이라 생각할 때 그 지배하는 필연적이고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 힘에 의하여 신상에 닥치는 길흉화복』
사람의 운명은 무엇으로 알아볼 수 있을까?
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주팔자를 운위하고 탐색하고 신봉해 온 것으로 믿어진다. 운명을 알아보는 여러 방술(주역, 사주, 관상, 손금, 기문둔갑 등) 가운데의 하나인 명리학을, 나는 굉장한 흥미와 더불어 호기심, 나아가서는 경이로운 현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면이 적지 않다는 데서 은근히 신뢰를 보내는 편이다. 그래서 누가 물으면 나는 이처럼 사주팔자를 솔직히 믿고 인정한다고 대답한다.
십여 년 전 일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내정자 신분이었을 때 세간에 떠돌아다닌 재미있는 얘기꺼리가 보도 되어 호사가들의 안주감으로 회자된 적이 있다. 세상이 많이도 바뀌어 요즘은 고위 공직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은 국회의 청문회를 통하여 인사검증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법을 잘 지키며 살아왔는지, 직무를 감당할 능력은 있는지, 부정축재 등은 없었는지 등.
한데 그는 주민등록부상 부부가 동거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겠다. 웬 불륜이라도 있는지, 부동산투기를 하기 위한 편법이 아닌지 등을 조사해 봤는데, 부부는 실제 한 공간 안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 온 것이 사실임에도 희한하게 주민등록이 함께 등재 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별거상태였음이 밝혀졌었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를 위한 편법이 아닌가 의혹을 받았는데, 변명을 들어보니 그 이유며 사연이라는 것이 생뚱맞게도, ‘부인이 친정을 떠나면 친정이 망한다’는 한 무속인의 충고 때문에 부인의 주민등록을 친정에 그대로 올려놓고 있었다는 해프닝을 두고 많은 식자층은 황당해 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듯 은근히 미소 짓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는 후일담이다.
미신이라면 미신일 터이나 꼭이 미신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역술적 근거 내지 「국민의 정서」도 없지 않은즉 함부로 손가락질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 알 만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음이 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종교나 과학, 미신이나 사술(邪術)의 범주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애정이나 자세의 문제로 봄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 어떤 고답적인 철학의 논리보다도 우선은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바람이자 염원일 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어떠한 역경에 처하여도 고귀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신봉하며 묵묵히 인내와 용기로 극복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핏만 하면 점쟁이를 찾거나 철학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음을 우리는 주변에서 수다히 볼 수 있다.
용기 있는 사람이라 하여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운명이 무엇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극복의 의지에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에 모든 것이 유족하여 남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이 너무도 쉽게 점쟁이를 찾는 경향에 대하여 나는 기이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종교에 쉽게 빠져들고 심취하는 경향까지도 포함한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걸핏하면 〈우주의 기운〉 운운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유에 경도된 것이 아닐까를 내 나름으로 의심해 보기도 한다. 대개의 종교가 속살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영달이나 성공을 빌어주는 기복신앙으로 타락한 현상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운명의 희롱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 이로서도 증명된다. 최고의 대학을 나왔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적 영광을 얻었다고 보아지며, 거기에 더하여 검찰총장이라는 고위의 직위를 누리더라도, 운명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약해지게 마련인 모양이다. 이럴 때 지성은 사치가 되고 학벌이며 사회적 지위가 결코 인간의 행복을 보증해주는 부적일 수 없음은 자명해진다.
운명을 짚어보는 사주팔자(四柱八字)란?
인간의 탄생은 부정(父精)과 모혈(母血)이 교합함으로서 비롯되는바, 한 인명(人命)이 잉태되면 불가사의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사지오체(四肢五體)와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부모의 유전자를 전승함은 물론 전생의 업과(業果)에 따라 복덕과 흉액(凶厄), 현우(賢愚)와 미추(美醜), 부귀빈천과 더불어 건강과 질병에 따른 요수(壽夭) 등, 이 모든 것을 인명은 출생과 더불어 〈사주팔자(四柱八字)〉라는 운명암호공식에 함축시켜 은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선악(善惡)의 품수(稟受), 재능과 소질, 지성과 감성, 용모와 성격, 장부(臟腑)의 허실(虛實), 인연(因緣)의 양부(良否), 출세와 은둔(隱遁), 흥망과 성쇠 등 실로 사주팔자는 인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다.
사주팔자(四柱八字)란, 이처럼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동양적 사유(思惟)의 산물인 간지(干支)라는 역학적(易學的) 기호(記號)로 나타낸 운명 암호공식에 다름 아니다. 주민등록번호와 하등 다를 바 없는데, 따지고 들어가 보면 거기에는 오랜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축적된 선현들의 지혜와 체험적 삶에서 간취된 심오한 생활철학이 함축되어 있으며, 순정(純正)한 마음으로 운명암호 공식을 풀라치면 인명(人命)의 부귀(富貴)와 빈천(貧賤)에서부터 수요(壽夭)와 장단(長短), 인간사의 제길흉재상(諸吉凶災祥)과 성패(成敗)를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각자의 人命에 주어진 삶의 신비를 〈사주팔자(四柱八字)〉라는 운명 암호공식에서 해독해 내는 행위를 일러 사람들은 〈사주(四柱)를 푼다〉라는 말로 표현해 내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명(命)의 이치를 풀어낸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래서 이러한 이치를 궁구(窮究)하고 학습하여 깨달아 가는 체계를 명리학(命理學)이라고 이름 붙여 부른다. 또는 이를 통하여 미래의 길흉사(吉凶事)를 추리한다고 하여 추명학(推命學)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떻게 불리든 〈사주팔자(四柱八字)〉란, 한 인명(人命)이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명운(命運)을 일컬음에 다름 아니며 인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음력설을 쇠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걸로 알고 있다. 관습일 따름이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일본은 명치유신을 통하여 우리보다 훨씬 앞질러 편리하고 정확도 높은 양력을 도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사주를 보려면 출생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음력이라야 사주를 보는 걸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주풀이는 태양력에 기반한 절기를 중심으로 연월일시를 따진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정월초하루가 새해가 아니고 양력으로 2월4일 입춘이 새해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기왕 사주 얘기가 나왔으니 재미로 유명인의 사주 하나를 풀어볼까 한다.
바로 어제 청문회에 출석한 검찰총장 후보인 윤석열의 사주다.
윤석열
(포털 Daum의 인물검색)
윤석열 검사,
전 변호사
출생 : 1960년 12월 18일 (만 58세), 서울
소속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학력 :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외 1건
경력 : 2017.5 제59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외 16건
0 庚 戊 庚
0 辰 子 子
86 76 66 56 46 36 26 16 06
丁 丙 乙 甲 癸 壬 辛 庚 己
酉 申 未 午 巳 辰 卯 寅 丑
완금장철(腕金丈鐵)인 경금(庚金)으로 태어났는데다 하필이면 일주가 괴강(魁罡)이다.
괴강일에 출생한 사람은 자존감이 강하고 심성이 완강해 일도양단적인 성격을 특징으로 한다. 리더십이 남달리 강해 대개 명조와 운이 잘 조화되면 생사여탈권을 다루는 직업에서 성공한다. 예컨대 사법, 군인 경찰 등이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 종교인에도 맞다.
庚金이 동짓달에 태어났으니 사주가 한냉하다. 한냉한 팔자는 고난이 따른다. 춥고 배고픈 시절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도 된다. 초년에는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주는 화기(火氣)를 만나야 대길해지고 출세한다. 조후가 운명에 부응해 오는 격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여 출생시를 추리해 보면 분명 관살을 업은 시주(時柱)가 가능해진다. 병자(丙子)시나, 정축(丁丑)시, 병술(丙戌)시나 정해(丁亥)시가 유력한데 내가 볼 때는 정해(丁亥)시가 아닐까 심증이 간다. 사(巳)대운에 좌천을 경험한 것이 연유이다.정해(丁亥)시로 볼 때 자식궁이 훌륭해 아버지 못잖은 아들이 있겠다는 결론이다. 관(官)의 관(官)에다 그것이 천을귀인(天乙貴人)이 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진(辰)중 을목(乙木)이 자신과 합을 이루고 있다. 또 을목(乙木)은 진(辰) 중 무토(戊土) 재성을 지니고 있다. 돈 많은 아내가 배우자로 있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을목(乙木) 아내는 수기(水氣)의 상생을 받고 있으니 신강하며 활동성이 왕성하다고 보게 된다. 아내의 형편도 갈수록 좋아진다. 화운(火運)이 펼쳐져 있는 때문이다.
운로(運路)가 46세부터 남방화운(南方火運)으로 흘러가니 출세는 보증되어 있다. 늦게까지 명예를 지니고 활동한다. 적어도 80세까지는 승승장구다.
동절(冬節)에 태어난 데다 사주원국에 수기(水氣)가 강하다. 육친(六親)으로는 상관(傷官)이다. 상관이 강한 사주는 하극상(下剋上)이다. 진보의 탈을 쓴 개혁가다. 사주를 보아 마땅히 그러하겠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다가 직속상관에게 항명하여 좌천된 사건은 유명하다.
기해년(己亥年). 득인운(得印運)이다. 문서를 거머쥐게 되니 승진이 예상된다. 시주(時柱)를 정해(丁亥)로 보면 금년에 벼슬(丁官)에 귀인(貴人) 해(亥)가 합을 해오기 때문이다. 귀인의 조력으로 명예를 떨치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