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사회와 어떻게 다른가?

[白雲]

군대는 사회와 어떻게 다른가?


필사즉생(必死則生)

6·25전쟁이 발발해 서울을 빼앗기고 한강을 연하는 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6월29일, 당시 극동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전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선을 방문했다. 한강 방어선에 배치돼 보초를 서고 있던 한 병사에게 “귀관은 언제까지 여기서 적과 싸울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병사는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 진지를 지키겠습니다”라고 대답했고, 이에 “만약 적을 막아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재차 물으니 병사는 당황하지 않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답변은 맥아더 장군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이것이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이 참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렇게 군대는 절대적으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조직으로, 개인적 이유로 임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나 기본권도 제한될 수 있으며, 불합리한 전장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록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이지만 이를 바쳐서라도 임무를 완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군대 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군대의 특수성

흔히 “저기 사람 하나, 군인 하나 간다”는 농담을 한다. 바로 이 말 속에 사회인과 군인은 다르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왜 이처럼 민간인과 군인이 다를 수밖에 없는가? 속된 말로 민간인들과 군인들은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합법적 무력 사용을 통해 조국과 국가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는 군대의 특수한 임무 수행이 바로 사회 조직과 근본적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그렇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군대는 사회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예를 들어 살펴보자.

▲임무 완수의 절대성

군대의 궁극적 존재 목적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투원들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장에서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군인은 생명을 담보로 항상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군용 항공기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민간 항공기는 출발 공항에서부터 기착지까지 탑승객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각종 보험회사는 민간 항공기의 보험에는 매우 적극적이지만 군용 항공기의 보험 가입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임무 자체가 적과의 전투이고 군용 항공기의 훈련과 작전 수행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떠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보험회사가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군용 항공기는 안전보다 공중 전투에서 승리해야 하는 임무 완수가 최우선적 고려 요소이기 때문에 항공 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군용 항공기 조종사와 부대·개인이 일반 생명보험 등에 가입돼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군용 항공기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이유는 조국 수호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까지 부여된 임무를 절대 완수해야 하는 군대의 특성 때문이다.

▲규율과 통제 사회

지난해 간부 2명이 회식 중 술을 마시고 취기 상태에서 사소한 일로 민간인과 시비가 벌어졌다. 찰과상 외에 다친 사람이 없었고 재물 피해가 경미한데도 불구하고 다음 날 아침부터 ‘군 기강 해이’ 등의 내용으로 신문·방송에 보도됐다.

만약 동일한 사고를 민간인이 저질렀다면 피해자와 합의 하에 훈방이나 가벼운 경범죄로 약간의 벌금형이 부과되고 종결됐을 텐데 군인이기 때문에 사회 문제화됐고, 군대에서도 과중한 처벌을 받았다. 사회에서는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을 왜 군대에서는 이렇게 엄격히 다룰까.

군대는 국가로부터 유일하게 인정받아 무력을 합법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칼을 주고 다치지 않을 것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국민과 전우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무력을 행사하는 군인이 때에 따라 규율과 통제에서 벗어난다면 국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군대에서 엄격한 규율로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에서 군인과 민간인이 똑같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민간인은 자연스럽게 보이고 군인은 매우 부자연스러우며, 혹자는 “군기가 빠졌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군인이 군복을 입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으면 어정쩡한 자세로 자신감이 없어 보여 국민들에게 국군에 대한 안보 신뢰감을 심어 줄 수 없다.

또 만약 미끄러져 넘어지게 될 때 순간적 대처가 불가능해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유사시 전장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으면 전투 반응 속도가 떨어져 자신의 생명은 물론 전쟁에서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제된 군대의 군형법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군무 이탈의 죄’다. 사회에서는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 취미 클럽에 들어갈 수도 있고, 정당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봉급이 많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또 회사를 그만두고 싶으면 사표를 제출하든지 아예 아침에 출근하지 않아도 약간의 금전적 손해와 도덕적 비난만 받을 뿐이다.

그러나 군대가 싫다고 자의적으로 근무지를 벗어나게 되면 ‘군무 이탈의 죄’에 의거해 적전(敵前)의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전시·사변 또는 계엄 지역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기타 평시는 2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군무 이탈과 관련해서는 공소 시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1992년 초에 탈영한 지 15년이 되는 군무 이탈자가 자수했다. 77년 논산훈련소에서 신병교육 도중 탈영해 주민등록등본에 ‘군무 이탈자’라는 낙인이 찍혀 취직도 안되고 혼인 신고도 할 수 없어 아이를 낳았지만 호적에도 못 올리고 있다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돼 어쩔 수 없이 자수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군대에서 임의적으로 군무를 기피한 사람을 가혹할 정도로 처벌하는 데에는 전투에 임해 도망가는 장병이 있다면 국가 안위를 책임질 수 없다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위계질서의 계급 조직

군대 내에서는 어떤 업무 추진 방향이나 작전 계획이 수립되기 이전에는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한 번 명령으로 하달되면 반드시 준수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군대가 생사를 좌우하는 전장에서 그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제대가 그 하위 제대의 복종을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지라도 군대만은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으며, 직책과 계급으로 대표되는 위계적 권위가 군의 내부 질서를 유지시키는 주된 기능을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며 용장이자 독설가였던 조지 패튼(George S Patton·1885∼1945)장군은 아프리카 전선의 미 제2기갑 사단장으로 취임하면서 “나는 전쟁에서 죽고 난 뒤에 조국을 위해 죽었노라고 말하는 어떤 장병도 필요 없다. 적을 죽이고 그놈에게 조국을 위해 죽었노라고 말하게 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루는 전투 중 시칠리아에 있는 후송병원을 시찰하다가 건장한 병사가 전쟁공포증으로 떨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패튼은 분노해 “겁쟁이는 필요 없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렸다.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기갑사단장의 직책에서 보직 해임당하지만 패튼은 비겁한 한 명의 병사 때문에 전쟁에서 패한다면 수천만 미국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신념으로 인해 패튼은 다시 군단장으로 보직돼 혁혁한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비민주적 요소가 민주국가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러한 요소로 말미암아 군대가 민주주의 수호와 국토 방위 임무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제와 자기 통제의 생활

지난 1월30일, 공군10전투비행단 오세준 중위는 군 복무 중 꾸준한 자기 계발과 노력으로 전세계에서 4600여 명만이 소지한 국제금융위험관리사(FRM·Financial Risk Manager) 시험에 합격, 국방일보뿐만 아니라 일반 매체도 크게 보도했다.

또 해군9잠수함 전단 박만식 중사는 2년간의 도전정신으로 광고도장기능사·문서실무사·소형선박조종사·응급구조사 등 9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국방일보에 4월22일 보도됐다.

물론 사회에도 국제금융위험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자격증 9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유독 군인들만 언론에서 주목하고 관련 사실을 보도했을까?

이는 군대생활 자체가 조국 수호라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각종 작전 임무수행과 교육훈련·병영생활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절제와 자기 통제를 철저히 한 것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군대(軍大)의 우리는 평생 전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군대생활’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다음과 같은 글을 접할 수 있다.

제대한 지 벌써 7년이 됐다. 병장을 달기 한 달 전에 나는 대대 유격조교를 했다.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유격 출발 전에 중대 고참들이 나를 보고 유격훈련 기간 동안 중대 근처에는 오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유격조교로 파견되는 나와 동기가 유격훈련에 대해 지시하면 따르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 말은 듣지 않겠다더니만 PT체조할 때 살짝 중대 줄로 가면 특히 우리 소대 고참들이 제일 열심히 했다. 의외로…. (중략)

이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이가 좋지 않던 고참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누구누구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주고받으며 옛 일을 이야기하고 웃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이유는 2년 동안의 군생활이 나의 뇌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아서인가 보다. 그게 전우애인가! 순철이 형 몸은 완쾌됐으려나. 지난번 모임 때 백병장은 여친 생겼다고 좋아하더니만…. (중략)

창피하게 전역할 때 얼마나 울어댔는지. 자신감이 사라질 때마다 불가능은 없다는 인내와 추진력을 배울 수 있었던 군대와 전우를 위해 열심히 살 것을 항상 다짐한다. 훗날 웃는 모습으로 모두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해마다 25만여 명의 대한민국 젊은이가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인이 된다. 그들은 군대생활을 통해 정신적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

즉 국가안보와 자유와 평화의 참의미를 다시 한 번 새롭게 새기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며, 참을 수 있는 인내심과 함께 책임감을 배양하고 조직 내에서 협동정신과 절제를 배울 수 있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귀중한 경험을 한다.

군대(軍隊)는 이제 ‘군대’(軍大·군 대학)라고 불릴 만큼 개인생활은 물론 사회와 국가에 폭넓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군대는 국군 장병들의 스승으로 또는 평생 전우로 국민적 단합을 이끄는 생산적 조직이다.

♣ 교육 요지 ♣
▲필사즉생：조국 수호의 임무완수를 위한 정신 자세
▲군대의 특수성
○ 임무완수의 절대성：생명을 바쳐 임무완수
○ 규율과 통제 사회：전투력 발휘를 위해 강제적 단결 유도
○ 위계질서의 계급 조직：군내 비민주적 요소가 정당화되는 근거
○ 절제와 자기 통제：규율과 통제가 아닌 자율적 참여
▲군대(軍大)의 우리는 평생 전우

〈국방부 정훈기획관실〉 2004.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