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조선일보 2011-1-8
[Why] 캄보디아 한인들 "우리가 먹은 평양랭면 : 총알 되어 돌아온다"
연평도 도발에 분노… '평양랭면관' 발길 끊어
씨엠립=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
지난달 28일 정오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평양랭면관' 앞. 한 여행사 가이드는 "원래 이 시간이면 한국 관광객이 타고 온 차로 앞 공터가 가득 차고 음식점 내부에서 공연도 해야 하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 앞에 대형 버스가 한 대 서 있긴 했지만, 관광객이 타고 온 버스는 아니었다. 북한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 한두 명만 간혹 문 근처에 나타날 뿐이었다. 손님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캄보디아 씨엠립은 캄보디아 제2의 도시로 크메르 왕국의 최대 유적지인 앙코르와트가 있어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씨엠립에 있는 북한 음식점은 '평양랭면관'과 '평양친선관' 등 두 곳이다. 원래 한곳 더 있었는데 2008년 말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자 북한은 음식점 세 곳의 인원을 모두 북한으로 철수시켰다가 두곳 음식점 직원들만 다시 돌려보냈다. '평양랭면관'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하다. 몇년 전, 한 네티즌이 이 식당 종업원이 배우 김태희를 닮았다며 '북한 김태희'로 이름을 붙인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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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개별적으로 북한 평양랭면관을 찾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은 캄보 디아의 북한 음식점에 가지 못한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따른 여파다. 사진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북한 음식점 모습. / 조선일보 DB |
이 식당은 평양 냉면(7달러)과 한정식 등을 파는데,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북한 여종업원들이 무용과 음악을 곁들인 공연을 하고 공연 후에는 손님들에게 술을 따라주기도 한다. 여행사에서는 패키지 중 하나의 코스로 이곳을 방문하는 프로그램(30달러)을 운영한다. 현지 한 가이드는 "냉면 한 그릇에 7달러면 이곳에서 비싼 편이지만 워낙 볼 것이 많기 때문에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던 평양랭면관에 관광객의 발길이 줄기 시작한 건 작년 3월 발생할 천안함 사건 이후부터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자 한국대사관에서는 "북한 음식점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한인회와 여행사에 요청했다. 인원이 조금 줄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 음식점을 찾는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북한 음식점에 한국인들이 가지 않은 건 작년 11월 연평도 사건이 난 직후다. 씨엠립 한인회에서 "북한 음식점을 이용하지 말자"고 결의했고 한국 대사관은 반겼다.
주캄보디아 대사관의 한 영사는 "한인회에서 먼저 '여행사를 포함한 우리 한국인들이 북한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왔고, 대사관에서는 '좋은 생각'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인회 한 관계자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한다' '우리가 먹은 평양랭면, 총알 되어 돌아온다' 등 현수막 3개와 스티커를 제작해 한인 음식점에 붙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행사에서도 남·북한의 경색 관계가 풀릴 때까지 자발적으로 여행상품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괴로운 건 북한 음식점이다. 한인회 관계자는 "북한 음식점 고객의 거의 100%가 한국 관광객인데 가지 않으니 점심과 저녁에 하던 공연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씨엠립의 북한 음식점 두곳에 방문하는 한국 손님이 1년에 12만명에 가깝고 월 2억~3억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북한 음식점이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은 캄보디아에서만은 아니다. 중국·베트남·태국·라오스·러시아 등에 100곳이 넘고, 각각 10만~30만달러의 수익을 매년 북한으로 송금해왔다.
'화수분' 같던 음식점에 손님이 끊기니 북한 음식점은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난달 10일 한국 식당 앞에 걸려 있던 북한 규탄 관련 현수막을 북한 공작원으로 보이는 7명이 떼어 갔는데 현재 동포 사이에선 '우리가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도발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한국 관광객 패키지여행의 한 옵션으로 '평양랭면관 방문'을 팔았던 여행사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속앓이를 한다. 한 여행사 가이드는 "30달러 하는 옵션을 팔면 약 30%인 9달러를 남기는데 지금은 아예 가지 못하니 소득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현지 한인회가 자체적으로 나서서 북한 음식점에 들어가지 않는 사례는 드문 일이다. 하루 매상이 700만원 이상으로 알려진 중국 베이징의 한인타운 왕징(望京)에 있는 옥류관은 현재도 이용이 가능하다. 주중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북한 음식점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지난 11월 띄우긴 했지만 강제로 막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네팔 수도 카트만두 시내에 있던 북한 음식점 '금강산'은 식당 책임자가 작년 11월 말 한국으로 망명해 약 한 달 뒤 폐쇄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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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사를 보니 갑자기 북한식당에 가고 싶네요 저는 주로 물냉면 온반 감자전 더덕구이를 먹습니다 ㅎㅎㅎㅎ
식당 앞에 버스가 많이 서 있었는데 요즘은 구경하기가 힘이 듭니다. 남북관계의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