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창과 자물쇠방패
심희보
한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기적이며 축복이다 산다는 것은 기도요 염원이며 성찰이다 삶의 벼랑에 서면 몇 배의 힘과 용기가 폭발한다 마지막 열쇠창과 자물쇠방패를 들고 세상을 향해 도전 한다
삶에 더 물러설 곳이 없다면 목숨을 걸고 정면으로 맞서 싸워 이겨야한다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문 앞에 묻어 두었다 학식도 돈도 명예도 기술도 없다면 맨몸으로 도전한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부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손재주만 있으면 할수 있겠다 싶어서 열쇠가게를 시작했다 세상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후라 만만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막상 부딪치고 보니 산넘어 강이다 손님 전화가 반가운 것이 아니라 무섭다
현장에 나가서 해결을 못하면 기술선배에게 사정하여 도움을 청한다 고객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신용은 땅바닥이다 돈은 고사하고 그것도 못하느냐고 핀잔과 함께 무시 당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속이 상한다 절대로 해결 방법과 기술은 보여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나는 잡초처럼 짓밟혔다 창과 방패를 더 견고하고 튼실하게 다듬고 벼르는 방법 밖에 없다 손발이 얼어 터지고 엄지와 검지에는 군살이 박히고 밤을 낯처럼 새어가며 기술을 연마한다 궤도에 오르고 말겠다는 독한 오기와 마음의 무장은 확실해졌다.
“고객님 마음안에 들어가고야 말겠다.”
반년쯤 지나자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식사중에도 화장실에 앉아 있을때도 잠잘 때에도 호출이다 즐거운 비명이다 정상적인 생활 리듬은 깨어진지 오래다 옷을 입고 출동준비 태세로 잠든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돈이 먼저다 군대 5분 대기조는 사회 5분 대기조와 비교가 안 된다 고객님의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상상초월이다 전화 수화기를 놓고 차 시동도 걸리기 전에 또 독촉 전화다 불경도 성경도 코란을 통달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살아가는 수업이다
“ 예 5분 안에 도착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잘 안 열리네 다시 깔짝깔짝 하나 둘 차문 열었습니다.
"차 키가 분명히 있었는데 없네“ 하신다.
차문을 모두 열어 찾아 보았지만 없다 혹여 바닥에 떨어 뜨렸나 해서 확인해 보아도 없다.
예비 키도 없단다.
"키 제작하시면 약10분 이상의 시간과 비용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내눈에 이상한 핵심 포인트가 보인다
“손님 손에 들고 계신 건 뭔가요?”
“키는 없고. 이것은 휴대폰이라”
말은 못하고 속으로 포장 한다고 애쓰셨지만 견적이 만만치 않은데,
싸라기 농사만 지었는지 하대에다가 성질만 살아가지고 갑질을 한다“
“그래도 지갑 한번 보여 주세요
“키는 없어!”
“키 여기 손안에 있네요.”
“휴대폰안에 쥐고 계시니 감각이 없잖아요 아줌마”
시동 걸어 보겠습니다. 찰깍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부르릉 하고 차가 응답한다
“어 분명히 없었는데 내가 왜 이러지!”
“아줌마보다 외제차가 너무 좋습니다.”
그제서야 꼬리를 내리고 상냥하고 수준있는 요조숙녀처럼 돌아온다
고객은 순한양이 되어 스르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사라진다
오늘도 내 속은 새까맣게 타지만 고객 응대법을 혹독하게 한 수 배웠다
새벽 두시 할머니의 숨넘어가는 전화다
"우리 따~ 딸 살려야 해!"
비상 깜박이를 켜고 긴급출동이다
허겁지겁 공구통을 들고 빌라 4층에 도착한다 문의 손잡이 키도 보조키도 굳게 잠겼다
“빨리빨리 문열어! 딸이 죽어 어서 열라고”
호통과 절규가 난무한다 심장도 쿵쾅쿵쾅 방망이질 치고 벌렁거리니 손이 떨려서 문은 더 열리지 않는다 오밤중에 주민은 가득 모여 들었다 웅성웅성 육자베기가 난무하고 뒤통수에 불이 튄다
어서 사람을 살려아지 하는 생각밖에 없다 드디어 열렸다
사오분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지옥 같다
내 생애 가장 긴 시간이다
앗 목을 매고 늘어져 있다 거실로 뛰어 들어가 딸을 들어 올렸다
“할머니 목 끈을 풀어! 목 끈을 풀어!”
하는 나의 절규에 할머니는 넋을 잃었다 이웃 사람들이
“잘라버려 잘라버리라고!”
“안돼안돼! 자르며 절대 안됩니다.”
나의 발악에 이웃사람들이 어안이벙벙하며 달려들어 풀었다 희미하게 어~마 하는 소리에 아직 살아 있음을 직감한다 팔의 맥박을 짚어보니 뛰고 있다 드디어 119가 도착하여 병원으로 떠났다
이웃에게 설명 드린다 어릴적 뒷집 아주머니의 생목숨 주검을 보고 아버지가 주신 산교육입니다.
목줄을 자르는 사람은 또다른 낭패를 당합니다.
살아있는 나무에 사람이 목을 메고 죽으면 나무가 곧게 못자라고 휘어집니다.
방안은 언제 무슨일 있었냐며 횡 하기만 하다
힘이 빠져 쓰러질 것 같다 다리가 풀러서 계단을 내려 서기가 힘겹다 얼마나 놀라고 손찌검도 당하고 손도 다쳤다. 마음에 상처는 더 크게 입었다 많은 사고를 보아 왔지만 살릴 수 있는 가능성 사고는 처음이다 무사하기를 소원한다 잔상이 너무 깊어 잠을 잘 수가 없다
생사여부를 몰라서 잠못이루는 밤이 열흘도 넘게 흘러도 감감 무소식이다 희망이 퇴색되어 갈즈음 할머니의 전화로 부름을 받았다 가까운 집근처에 식당 사장님이다.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반가운소식에 너무 고마웠다
“어머남 너무 고맙습니다 따님이 살아 주셔서”
인사말이 할머니의 상처난 가슴에 눈물의 강을 열었다.
어머니의 가슴은 까맣케 타다못해 시도 때도 없이 회오리 바람이 휘몰아쳐 한의 구멍이 뻥 뚫렸다. 찢이진 북소리의 한탄강이 흐른다
딸자식을 둔 부모의 근심걱정과 한이 소설처럼 이어졌다 공감하며 맞장구도 쳤다 살아내려는 우리의 삶의 실상을 터득하며 공감한다. 내 가슴도 휑한 바람만 분다.
“어머니 따님의 소식을 어떻게 아셨나요.”
“엄마 나 힘들어서 먼저 가 미안해” 하고 전화가 와서 맨발로 쫓아온기여!
큰 경험과 어머니의 기도를 배웠다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는 시간이다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순간에도 깨어있고 수도하며 성찰하고 지혜롭게 익어가는 시간이다 세상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들어갈 곳과 나와야 할 곳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열쇠창과 자물쇠방패다 들곳과 날곳을 조화롭게 쓸때까지 기도하고 염원하며 성찰하면서 다듬어 가리라.
고객님의 마음안을 부드럽게 열수있는 그날까지 열쇠창과 자물쇠 방패를 갈고 닦으며 물들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