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즈에서 5 - 게으른 하루
오자 마자 주말이라 휘몰아 쳐서 돌아 다녔더니 너무 피곤하다. 시차 적응도 잘 안되어 새벽 4시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책도 안 읽히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 있는 시간을 못견뎌하니 아이들이 일어 날 때까지
4시간이 힘들다. 책을 붙들고 잠을 다시 청한다. 깜박했다. 지나가는 기차 소리에 잠이 깨었다.
효은이 집은 바로 기차길 옆에 있다. 좁은 뒷마당 둔덕 위 기차길이 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시끄러워 어떻게 사나 했는데, 별로 문제 없다. '"기차 길 옆 오막살이 / 아기 아기 잘도 잔다 /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 기차 소리 요란해도 / 아기 아기 잘도 잔다." 노래대로 잠도 잘 잔다. 늘 다니는 기차가 두량. 큰소리 없이 휙 지난다. 버밍햄에서 오는 기차가 길어서 4량인데 자주 오지 않으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루카는 오히려 신나한다. 기차가 지나면 트레인~~~하고 반긴다. 나도 기차~~~ 하고
박자를 맞춘다. 11시 반에 막차가
들어오고 , 첫차는 새벽
5시 20분에 지나니 한밤중 시끄러움은 없다.
동네는 절간처럼 조용하다. 막다른 골목 이라 이곳 사는 사람들 이외의 자동차도 드나들지 않는다.
제일 시끄러운 소리가 새 소리다. 갈매기는 너무 크게 끼룩거린다. 눈 앞에는 산 꼭대기 까지 초록 풀밭인데 갈매기가 유유히 나는 풍경은 가끔 생소해 보인다.
9시 사위가 루카를 자전거에 태우고
출근을 하고, 효은과 나는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효은이는 공부,
나는 놀이.
오후가 되니 지루하다. 걸으러 나가려고 잠바를 걸치니 시장이나 가자고 딸이 따라 나선다. 바람이 몹시 불고 춥다. 찻길로 나가지 않고 뒤 공원 쪽으로 나간다. 덤불 속에 토끼가 수십마리 살고 있는 풀밭을 지나 기차길을 건넌다. 그 옆 다리 아래 꽤 폭이 넓고 물이 많은 개울이 있다. 도착하던 날 저녁 먹고 산책 가서 수제비 뜨기 하던 곳이다. 공터 위 큰 나무아래에서 마을 아이들이 놀고 있다.
축구장과 럭비장 사이로 난 길을 지나니,
차다 다니는 큰 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꽤 큰 복합 상점이 있다. 모리슨. 글라스고우에 루카 산후구완하러 가서 시장 보러 다니던 상점이
여기도 있다. 하긴 우리나라도 이마트가 여기 저기 있지.
한국에서 먹던 샤브샤브를 그리워 하기에 내가 해준다고 큰
소리를 쳐서 자료를 사려고 보니 어설프다. 고기도 마땅치 않고. 다른 재료들을 적당히 사서 얼렁뚱땅 해 주어야 할 판이다.
장 본 것을 둘러멘 효은과 발 맞추어 집을 향해 걷는다. 바람이 등 뒤에서 밀어 주어서 빨리 왔다.
루카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할머니가 어디 있느냐고 찾는다. "요기 있지" 하고 나서니 깔깔대고 웃는다.
저녁 먹자 눈이 감긴다.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루카보다 먼저 잠자러 올라왔다. 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