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아궁이의 불과 호롱불의 밤
해가 서쪽 들판 너머로 기울면
우리의 하루도 서서히 집으로 돌아왔다.
논두렁 길을 따라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루 종일 밭에서 일을 했지만
어머니의 하루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는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부엌에는
검게 그을린 아궁이가 있었다.
어머니는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셨다.
장작이 타오르며
“탁탁” 소리를 냈고
붉은 불길이 아궁이 안에서
천천히 살아났다.
그 불은
단순히 밥을 짓기 위한 불이 아니었다.
그 불은
방 밑으로 지나가는 구들장을 데우며
온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 불이었다.
겨울이면
그 따뜻한 아랫목은
우리 형제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였다.
어머니는 밥을 지으며
집안의 일들을 하나씩 챙기셨다.
논에서 돌아온 소를 위해
여물을 끓이고
집에서 기르던 돼지에게 줄 밥도 준비했다.
그리고 식구들이 먹을
저녁밥을 차리셨다.
우리 집에서는
아침밥이 가장 푸짐했다.
저녁은
그보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늘
식구들의 입이 즐거워지도록
정성을 다하셨다.
저녁을 먹고 나면
집안에는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마늘을 까거나
헤어진 옷을 꿰매곤 하셨다.
바늘에 실을 꿰는 일은
내가 맡았다.
어머니의 눈이
침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옆에서
호롱불 아래 숙제를 했다.
책상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방바닥에 엎드려
몽당연필로 글씨를 써 내려갔다.
겨울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밖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부엌이나 광에서
쥐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아침이 되면
우리 콧구멍은
호롱불 그을음 때문에
까맣게 물들어 있곤 했다.
잠잘 시간이 되면
우리는 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 아랫목의 따뜻한 자리를 차지하려 했기 때문에
가끔은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벽이 되면
방바닥이 식어
서로 이불을 끌어당기며
작은 싸움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한 이불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말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따뜻한 온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
우리 형제들이 모두 잠들면
어머니의 하루는
그때서야 끝을 향해 갔다.
어머니는
우리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부엌으로 가셨다.
낮에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셨다.
그리고
요강을 깨끗이 씻어
마루에 놓아 두셨다.
마당으로 나가
짐승들이 편안한지도
한 번 더 살펴보셨다.
소와 돼지, 닭들까지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뒤에야
어머니는 잠자리에 드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하루는
새벽 들판에서 시작해
깊은 밤 부엌의 불빛 속에서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우리 가족을 지켜 주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아궁이의 불과
호롱불의 밤을 떠올리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의 이름은
엄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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