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0, 2010
Justin
제목: 태백산맥
저자: 조정래
출판사: 한길사&해냄
내용: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은 남한에 단독정부를 수립하게 되고, 좌익 세력을 타파하려고 하게 된다. 남한 측 좌익세력들은 지하운동과 빨치산 투쟁을 하게 되고, 여순 사건 및 4.3 사건과 같은 일들이 생기게 되고 좌익은 노골적으로 탄압받는다. 6월 25일 북한에서 전쟁이 발발되지만 미군의 개입과 중공군의 개입으로 민족전은 세계전으로 변하게 되고, 남북은 휴전 협상을 맺는다.
빨치산들은 그에 따라 흩어지거나 가망 없는 투쟁을 계속하다가 산화되어 간다.
느낀점:
요약, 이라는 게 불가능 할 정도로 방대하다. 소설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옴니버스 식의 구성이 더욱 그렇게 만든다. 한두 명의 등장인물도 아니라, 각 전선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셈이다.
책의 처음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김범우다. 그는 학병 출신으로 미국에서 OSS스파이 훈련까지 받고 온 인물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민족이다.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위에 민족주의를 두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나쁜 경우 낭만적 민족주의일 뿐이고, 좋은 경우에도 옳지만 현실성은 없다. 김범우는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내 경우에 그에 대한 평가는 정말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기회주의자라는 것이다. 기회주의자라기 보다는 줏대가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 자신이 갖는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민족주의도 끝내는 선택하지 않고 남북 진영을 오가게 된 그는,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뿐이었다.
김범우의 모습에서 약간 나의 모습을 훔쳐보았대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당시에는 인민을 위한, 대중을 위한, 국가를 위한, 이상적으로는 인류를 위한 이즘들의 격돌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개인적인 이즘들이 싸우고 있다. 책 속에서는 거리낌 없이 해당적이고 반동적이라고 불렸던 그 주의들이, 당연하게 바깥으로 나와 싸우는 것이다. 종교의 싸움, 허무주의와 실리주의의 싸움. 더군다나 아직도 좌익우익하고 물어뜯는 한심한 싸움.
그 중에서 나는 중도를 선택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회색, 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내가 선택한 이름이다. 자신만이 옳다고 물어 뜯는 흑백청홍과 비교한다면, 정말 옳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 중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생각이 기우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어쩌면 회색이라는 것이야말로 허무주의며 냉소주의고, 기회주의는 아닐까. 정말로 많은 주의들이 나와서 정신을 사납게 한 소설이었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김범우와 대립되는 인물이 염상진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농민으로서, 공산주의에 몸 담아 부사령관까지 된 그는 공산주의를 무한히 신뢰했다.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다. 공산주의만 해도 이미 대단히 낭만적인 사상이기 때문이다. 인간 낙원을 도래하게 하려면, 인간들을 천사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중요하지 않게 취급했다고 할까.
그러나 그는, 적어도 남자다웠다. 지식인답고 남자다운 자세였다. 그는 타고난 통솔력과 지성을 발휘했다. 소설 내내 그는, 그 중요도에 비해 중심에서 밀려있었다. 그러나 소설의 끝을 장식하게 된 건 그였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간부 보존의 원칙이니 하며 살려는 것이 아니었다. 총알을 나누어 주고, 수류탄으로 함께 목숨을 끊는 투쟁 의식이었다.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건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이다. 나는 투쟁하고 싶다. 옳지 않은 것을 보고 참고 사느니 투쟁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투쟁의 시기는 지난 것일까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읽고, 비록 나 개인에게 적용되게 느낀 점은 찾지 못했다지만, 그래도 느낀 점은 분명 있었다. 그것은, 지금에 와서 한 나라 안에서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우스운 일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는 빨갱이다 하는 소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좌우익이 한 나라 안에 있는 것이 당연한 나라들도 있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그런 것을 정말 초월할 수 있는, 김범우적인 민족주의가 이제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만한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첫댓글 하하....네 이름이 한범우가 아니라....한상진이구나......^^ 언젠가 다시 한번 자세히 글의 필치와 ...현대사 공부가 끝난 후 해박한 조정래의 역사인식을 다시 한번보렴.....그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소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