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의 <획린해>, <사설>등은 1만3천 번 읽었고, <악어문>은 1만4천 번 읽었다. <능허대기>는 2만5백 번, <귀신장>은 1만8천 번,<목가산기>는 2만 번, 그리고 <중용서>와 <보망장>도 각각 2만 번 씩 읽었다.
한 번 읽기도 힘든 책들을 만 번 이상 읽은 이 사람은 조선 중기 대표 시인, 백곡 김득신이다. 백곡이 독서광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부친이 감사를 역임할 정도로 명문 가문 출신이었지만, 머리가 나빠 열 살이 되어서야 겨우 글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방 읽은 내용도 쉽게 잊어버리는 둥 진도가 영 나가지 않았다. 결국 읽은 책을 외우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몇 천 번을 읽어도 책의 내용을 잊어 버리기 일수였다.
어느 날 백곡이 말을 타고 하인과 함께 어느 집 앞을 지나다가 글 읽은 소리를 듣고 잠시 멈추어 이렇게 말하였다.
“글이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하인이 올려다 보며 “이 내용은 나으리가 맨날 읽으시는 것이라 소인도 알고 있는데, 정녕 모른단 말씀이십니까?”라고 물었다. 김득신은 그제서야 그 글이 11만 1천번이나 읽은 <백이전>임을 알았다. 하인도 지겹게 들어 줄줄 외우고 있던 것이었다.
백곡은 이렇듯 재주가 뛰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글공부를 포기하라고 수없이 권유하엿지만, 그는 40여 년간 꾸준히 읽고 공부한 끝에 말년에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불렸다.
그는 스스로 지은 묘비명에 이렇게 말했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더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름이 있다. 모든 것은 힘쓰는 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
오늘 성경퀴즈대회가 있는 주일이다. 성경문제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외우는 것이 힘들다고 지레 포기하여서는 안 된다. 노력한만큼 돌아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듯이, 말씀에 뿌린 내 땀과 열정 또한 허공으로 날라 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를 바라보며 모든 성도들이 “화이팅”을 외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