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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폴 앤드루 윌리엄스’가 감독한 음악영화 ‘송포유(Song for You)’를 보았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면 주인공 ‘메리언’은 주민센터 노래교실에서 ‘연금술사’(연금(年金)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라는 이름으로 노래하는 합창단의 한 사람이다. 암 판정을 받았고 의미 없는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면서도 늘 밝은 표정을 지어 주위까지 즐겁게 해주는 긍정적인 성격이다. 그리고 재치 있는 할머니다. ‘나한테 내일이 없을 수도 있잖아’ 하면서 남편에게 키스해달고 하는.
부부란 서로 닮는다는데 그의 남편 ‘아서’는 입이 무겁고 까다롭다. 아내가 열심히 다니는 합창 장소까지는 혼자 갈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태워다 주는데, 그들과 합류하기를 거부하고 창밖에서 기다리는 한마디로 재미없는 남편이다. 하지만 아내가 병원에서 암이라는 병명을 듣고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왔던 날 밤 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정이 많은 남자다.
“사랑해, 아서.”
“나도 사랑해 여보. 솔직히 당신 보고 싶었어.”
“다 알아.”
오랜만에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덤덤한 듯하나 순애보 적인 사랑 표현이다. 나는 대화 중에 그 ‘솔직히’라는 단어가 얼마나 크고 예리하게 내 가슴에 박혔는지 모른다. 지금도 ‘송포유’하면 내용보다 이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결국 합창 본선을 앞두고 아내(메리언)는 세상을 떠난다.
이 영화는 아내가 떠난 후에 찾아오는 홀로된 노인의 쓸쓸함도 잘 표현해주었다. 부부, 가족이 많이 보았다고 들었다. 분장으로 나이 들게 한 게 아니라 일흔 살이 넘은 주인공 부부의 실제 얼굴을 본 듯하여 더욱 공감했다. 아픈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 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아들, 사랑하고 싶었는데 실연을 겪어야 했던 음악선생 등. 여러 사연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살짝살짝 보여주면서 아름답게 등장한다.
특히 아서와 메리언이 서로의 솔직한 감정을 고백하지 않은 채 떠났다면 이 영화는 실패했을 것이다. 고백이나 사과는 미루지 않아야 한다. 사람의 앞날이란 알 수 없어서 말할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어서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인 나도 더러 때를 놓치고 나중에 ‘솔직히 그때 정말 서운했어요’ ‘솔직히 그때 미안했어요.’ 하면서 사과하고 지난날의 심정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뒤늦게 들어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미안해하고 당황할 것인가.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웃게 했다가 조용히 가슴을 적시게 한다. 일부에서는 괴팍한 노친네의 눈물겨운 순애보라고 평했지만, 나이 든 배우들이 성실하게 보여주는 내면 연기와 추억의 음악이 이 영화를 빛나게 했다. 신디 로퍼가 불러 인기를 노래도 좋았지만, 빌리 조엘이 불렀던 ’잘 자 내 천사‘(Goodnight My Angel)를 떠난 아내에게 보답하듯 남편(아서)이 부른 건 눈물겨운 장면이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이면서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메시지가 많아 젊은이들도 보면 얻는 게 많으리라 셍각한다. 가족과 더불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와 혈육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연이 멀어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기본적인 틀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에 나가 독창하는 '아서']
[메리언]
*사진은 공식 사이트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