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월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메리 파이어 지음.
나에서 우리를 위한 글쓰기로
“‘왜’로 시작하는 자기만의 질문을 깊숙이 파고들다 보면, 지금 우리가 가장 큰 관심을 두는 사안이 어린 시절에 겪은 특정한 사건에서 비롯됐음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p.78)
책을 읽으며 내가 꽂혔던 문장. 아마도 내가 처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내 어린 시절에 자라지 못한, 내 안의 어린 영혼을 치유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그때였던 것 같다.
1. 내 안의 작은 영혼을 해방시켜 주고 싶어
나의 아이가 학령기가 되어 갈 즈음 아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배울 때였다. 여성 센터에서 성격유형검사를 했는데, 나의 검사 결과는 한두 가지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성향에서 모두 높은 점수가 나왔다. 다중인격인가 싶어 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쏟아냄과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날, 나는 내 마음속에 꽁꽁 숨어서 자라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어린 영혼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따금씩 그 아이가 튀어나올 때면 한없이 소심해지거나 우울해지거나 분노를 폭발한다는 걸 알았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심리상담을 받아봤지만 그걸 지속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독서모임에서 책 한 권을 받았다. <마음아, 넌 누구니> 책 내용 중에 작가가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자신이 마음치유 전문가임에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고민하다 어머니께 글쓰기를 권유한다. 어머니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걸 보면서 나도 글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만의 노트를 만들고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 번에 쓴 건 아니고 오랜 시간 드문드문 나의 어린 시절을 떠 올리며 글로 토해 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왜 나만 불행을 겪어야 했는지 억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누구나 살면서 아픔과 시련을 겪는다는 것, 그저 난 조금 일찍 겪은 것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며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2. 글을 써서 공유해 볼까
나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즐겁게 살고 있을 때쯤 친구와 대화 도중 자신의 진로를 막았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듣게 됐다. 나도 마흔이 넘어가며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많았고,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이전의 나 같았다. 그리고 원망해도 소용없는 일이니 그만두라고, 아니 지금의 내 삶을 위해 놓아주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나는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했다. 아이도 제일 먼저 낳아서 친구들이 육아 고민이 있을 때 나에게 종종 묻는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들의 나이에 맞추어 부모들이 비슷한 고민들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나도 아이를 키우며 고민이 들 때마다 육아 선배들을 찾고 조언을 듣고자 했으니까. 이제 친구들을 넘어 동생들도 늦게 아이를 낳아서 나에게 고민거리를 털어 놓는다. 물론 육아에 정답은 없기에 그저 나의 경험을 말해 줄 뿐이다. 그런데 나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나이가 들기도 하고 지나간 것은 잊기 마련이니까 잊기 전에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왕이면 공개적인 블로그를 시작했다.
3.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쓰다 보니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됐고, 글쓰기 책과 강의를 기웃거리며 읽고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노워리 기자단 모집 메일을 보게 되었고 공적인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신청했다.
2023년 노워리 기자단의 두 번째 책, <그냥, 사람>. 내가 이 책을 읽고 무슨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눈감고 보지 않고 나 몰라라했던 이들의 삶.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 이러한 나의 마음을 써내고 한발 다가가겠다는 다짐의 글을 겨우 썼다. 기자단의 글쓰기를 나의 블로그에도 올렸고 어느 날 댓글이 달렸다.
“지금 이 책을 읽다가 작가님이 궁금해져서 네이버 창에 검색하다 덤으로 님의 글을 보았네요. 홍은전 작가님은 글을 어쩌면 이렇게 따뜻하고 탁월하게 쓸까요? 저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양육하는 맘인데요, 뭔가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녹는 게 느껴지네요. ㅠㅠ” (나의 블로그 댓글)
부족한 나의 글을 읽고 마음을 녹이셨다니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계속 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글을.
내가 유난히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에 있는 것 같다. 즐겁지 않았던,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보상하고 싶기라도 한 듯 아이들이 지금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처럼 육아를 하느라 힘든 부모들과 과도한 학습량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쓰다 보면 잘 쓸 수 있겠지. 아니 쓰다보면 10편 중 1,2편은 건지겠지.”그런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보련다.
첫댓글 퇴고하시면서 추가된 내용과 단락 나눔, 소제목 모두👍
우왕~~~~ 블로그 댓글.. 더 쓰고 싶다는 영경쌤의 마음.. 너무 좋습니다!!
ㅎㅎㅎ 퇴고, 혜회 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