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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심란했던 2004년의 마지막 달이다. ‘해가 멧방석만해져 떨어진다’는 변산반도 채석강 갯바위에서 근심도 더불어 가라앉힌 뒤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어 보자.
변산반도는 전라북도 남쪽 해안가의, 불룩하니 서해쪽으로 주둥이를 내민 해삼 형상의 반도로, 경관지는 거의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반도 내부를 타원형으로 감싼 산줄기 안쪽을 내변산, 그 바깥 바다쪽을 외변산이라 하는데, 산도 절승이고 바다도 절승이어서 오래 전부터 산해(山海)절승이라 일러왔다.
산이 줄기를 뻗은 곳 어디든, 산줄기가 맥을 다하고 가라앉는 바닷가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중에도 특히 뛰어난 곳 여덟을 골라 변산8경이라 이르지만, 때에 따라 그 8경의 이름이 바뀌었다. 그만큼 변산의 수십 군데 경승지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뜻이겠다.
그래도 유명도에 따라 몇 군데를 골라본다면 우선은 채석강과 내소사, 변산 해수욕장, 그리고 직소폭포다. 그 다음이 적벽강, 우금암과 개암사, 월명암, 위도, 부안호, 곰소염전, 계화간척지 등이되 이중 여러 명소를 아우르는 반도 서안 드라이브 코스를 또한 제1순위로 올려놓을 만하다.
다만 직소폭은 부안삼절의 하나인 절경이되 12월엔 제쳐놓아야 한다. 갈수기엔 물줄기가 거의 말라붙어 폭포 아닌 폭포가 되기 때문이다. 개암사는 대웅전 보수공사 중이어서 또한 당분간은 별 볼품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군데를 더 빼고 나서도 변산반도 드라이브 산행은 꽉 채운 2박3일로도 빠듯하다.
첫날 금요일엔 최대한 일찍 일과를 마치고 오후 1시경 서울을 출발한다. 채석강 갯바위에서의 석양 풍경이 변산반도를 찾는 최고의 이유이거니와, 제2일째부터는 찌푸린 하늘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월은 연중 가장 해가 짧은 달이니 늦어도 오후 5시경엔 채석강에 다다라야 석양 풍경을 볼 수 있다. 부안읍내를 지나 변산반도 북쪽 해안의 바람모퉁이를 지나며 허옇게 이빨을 세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풍경이 시작된다. 그 후 채석강까지 해변 드라이브로 달려가 석양을 본다.
제2일은 내소사 뒤의 세봉 산행부터 한다. 거리는 짧지만 조망 좋은 곳이 많아서 산행 시간은 사뭇 오래 걸린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이 세봉 산행과 내소사 구경에만 하루를 잡아야 할 것이다.
제3일은 차를 가지고 위도를 들어갔다가 나온 뒤 해안드라이브에 이어 계화도 간척지 구경까지 마치고 귀가한다.
제1일 채석강 갯바위 석양 본 뒤 내소사 민박촌으로
▲ 변산반도 북서쪽 끄트머리의 해안절벽지대인 적벽강. 변산반도국립공원 관리소가 격포 자연관찰로로 지정,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갯바위에 몰려든 그 수많은 사람들이 또한 볼거리다. 사람들은 잔치마당에 온 것처럼 기분을 낸다. 갯바위 여기저기 동네 아낙들이 벌인 좌판에서 해삼이며 멍게 한 접시 사 들고 갯바위 한 켠으로 가 소주 한 잔 들이키고 지는 해 한 번 보고 하는 멋이 이렇게 기막힐 수 없다는 듯, “캬아, 조오타!”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소주 한 잔 걸친 뒤 마음이 넉넉해진 남녀는 모터보트도 한 번 타본다. 갯바위 모서리 모터보트 선착장을 떠난 보트는 불그스레하게 수평선을 적시는 태양 가운데로 뚫고 들어가기라도 할 듯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는 저기 적벽강 절벽지대쪽으로 휘익 물거품을 일으키며 한 바퀴 휘돌아온다.
노을 무렵이 갯바위지대가 물에 잠기는 밀물 때일 수도 있다. 그런 때는 별 재미가 없으니 사전에 물때를 알아보고 간다(문의:변산반도국립공원 격포분소 063-583-2063).
첫날 채석강 석양을 보았으면 다음날 산행을 위해 변산반도 남쪽 내소사 앞의 민박촌으로 간다. 산행 시작 시간을 최대한 당겨 두어야 다음날 숙소에서의 느긋한 석양 즐기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민박촌 가기 전에 저녁식사는 격포항, 혹은 내소사 남쪽 진서면의 곰소항 횟집거리에서 들기를 권한다.
변산반도는 국립공원 구역과 비공원지역이 뒤섞여 있으며, 공원 입장권은 당일에 한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번 사용했다고 하여 그냥 버리지 말도록 한다. 1인당 1,600원이며, 내소사 입장시엔 문화재관람료 1,600원을 더 내야 한다. 또한 하루 지나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일행 수가 많으면 하루에 몰아서 세봉 산행(내소사 구경)과 격포 해넘이 구경을 하도록 한다.
채석강 가는 길
북부 해안도로 따라 드라이브
서울에서 채석강으로 갈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다면 부안 나들목으로 나와 부안읍내를 지나 30번 국도를 잡아 서쪽으로 빠진다. 하서면 소재지에서 8km쯤 달리면 바다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람모퉁이라는 곳으로 올라서며, 그 후 한동안 줄곧 바닷가를 따른다. 내변산의 모든 물이 모여서 바다로 빠져드는 곳인 해창, 변산 해수욕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부안변산 우회도로 건설공사’ 안내판이 뵈면 국도를 버리고 우회전하여 고사포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에 들기 직전 ‘격포 8.5km, 채석강 8km’라 쓰인 초록 표지판이 선 도로가 왼쪽으로 뻗어나가고 있는데, 바로 이 길을 따라가면 다시 해안 드라이브길이다.
해안가로 나서서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난 직후 해넘이모텔 앞으로 내려서면 오른쪽 저편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검은 갯바위, 흰 모래사장, 부서지는 파도 등으로 이루어진 절경지대가 펼쳐진다. 저 멀리의 절벽지대가 채석강과 쌍벽을 이루는 명소인 적벽강이다. 그냥 지나치기는 아까운 곳이므로 모텔 앞 도로변에 차를 대고 해변가로 내려가본다. 채석강 갯바위보다 한결 사람이 적어 한적한 바다 풍치를 즐길 수 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이 해안가에 ‘격포자연관찰로’라는 이름을 붙여두었다.
해넘이모텔 앞을 지나쳐 300m쯤 더 가면 또한 오른쪽 도로변에 차를 대고 적벽강 옆의 갯바위지대로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서 적벽강모텔 옆 비포장길로 200m쯤 들어가면 드라마 이순신의 명군진지 세트장이 있는데,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못된다.
넓은 공터에 급수대, 화장실 등의 시설을 갖춘 자동차야영장 옆을 지나면 곧 채석강 주차장이다. 주차장을 그대로 지나쳐 격포항쪽의 샛길로 접어들면 이내 오른쪽으로 채석강 옆 닭이봉 꼭대기 전망대 휴게소로 오르는 길이 있다. 길이 좁고 가파르며 비포장이어서 승용차가 오르기는 좀 까다롭지만, 정상 4층 전망대의 찻집은 통유리를 통해 채석강 일대의 바다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뵈는 멋진 곳이다.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차 한 잔 시켜 마시며 한동안 앉아 있을 만하다. 오전 11시경부터 일몰 때까지 운영. 063-582-8849.
바다식당 채석강 일대는 이제는 바이킹 놀이기구도 들어서는 등 인천 송도유원지처럼 분위기가 변했다. 갯바위 지대 바로 뒤쪽에 음식점과 여관들이 늘어선 번화가가 있고, 남쪽으로 조금 아래의 격포항 여객터미널 주변에 또한 횟집거리 등 여러 큰 시설들이 늘어서 있다.
채석강 구경 후 해가 지고 나면 저녁식사를 해야 할 터인데, 채석강 입구의 음식점들은 들를 데가 못된다. 이곳에는 이른바 부안군 지정의 모범식당만도 세 군데 있는데, 음식의 질이나 가격이 전혀 모범적이지 못했다. 김치찌개도, 콩나물해장국도 수준 이하였으며, 40,000원짜리 해물탕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하면 격포수협 건물 1층의 바다식당은 지역민 상대를 많이 해서인가, 감격할 만한 수준이었다. 김치찌개에 밥 한 공기 더 주고 제법 큼직한 게장까지 각각 한 마리씩 내놓고도 1인분에 5,000원 받았다. “평소엔 이보다 더 내는데 오늘은 별로 찬이 없다”고 한다. 이 집의 30,000원짜리 해물탕도 분명 기막힐 것이다. 이 식당은 앞의 부안수협 활어위판장 횟집거리에서 횟감을 사오면 쌈 재료에 찌개까지 끓여주고 1인당 4,000원 받는다. 063-582-8754.
횟집으로는 격포에서 부안쪽으로 약 10km 떨어진 변산 해수욕장의 송포횟집이 자연산 회 전문점으로 추천할 만하다. 063-582-8077.
채석강의 숙박업소들
채석강리조트 가장 시설과 조망이 좋은 업소로, 채석강 갯바위 지대 바로 앞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바다쪽 조망이 좋은 방의 수가 적으며, 그나마 전봇대와 전깃줄로 가려져 있는 한편 노을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객실은 넓은 편이며 내부 시설이 좋다. 비수기인 12월엔 50,000원. 유스호스텔의 바다가 보이는 313호실(6인실)은 주중 12만원, 주말 17만원. 063-583-1234.
그외 동남장모텔(063-581-3157), 바다모텔(063-581-3102) 등이 방이 다소 넓고 깨끗하여 추천할 만하다.
해넘이모텔 적벽강 절경이 바라뵈는 한적한 도로변에 선 멋진 모텔이다. A동과 B동에 각각 4개씩 바다 풍경이 뵈는 방을 가지고 있다. 침대방은 주중 30,000원, 주말 40,000원, 온돌방은 주중 40,000원, 주말 60,000원.
(월간산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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