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6월 2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628월] 전작권 전환 연기 이후 과제도 많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2012년 4월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그 동안 전작권 연기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합의한 일정대로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주권국가로서 능동적인 국방역량을 키우는 길이며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미연합방위력 유지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 정상 간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전작권 연기 합의는 그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찬반양론이 첨예했던 이 문제를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절차 없이 결정한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게 뻔하다.
물론 전작권 전환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논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등으로 인한 전략적 여건의 변화가 있었고, 우리 군의 정보 획득과 전술지휘통신체제 및 정밀타격 능력 확보 등 준비상황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목표 연도로도 삼고 있는 2012년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선거 및 중국의 지도부 교체 시기가 맞물려 한반도 주변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 확고했다면 이런 문제들을 감안하면서도 전작권 전환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작권 전환 연기가 우리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만큼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전작권 연기에 따른 대가 제공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적 변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우리의 부담으로 전가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는 어렵다. 당장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확대 요구가 제기될 수 있으며 아프간 파병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연기에 관한 세부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가 안보상황 변화에 근거를 둔 만큼 또다시 상황 변경에 의해 전환연기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전작권 전환까지 더 벌게 된 3년 7개월을 충분히 활용해 치밀하게 계획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더 이상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시간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628월]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FTA는 내주고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 재임 마지막 해인 2012년 4월17일에 되찾기로 했던 전작권은 그 뒤 3년7개월이나 더 외국 군대의 손에 남게 됐다. 군사주권을 포기해 한반도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한-미 두 나라는 안보 개념에 차이가 있다.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한국한테 가장 중요한 반면에 미국은 세계 전략 차원에서 한국과는 다른 우선순위를 설정하기도 한다. 1994년 북핵 위기 때 미국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실행을 검토함에 따라 한국과 마찰이 빚어졌던 게 단적인 예이다. 이번 정상회담 결정은 그런 위험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열었다. 주권국가의 꼴에 맞지 않을뿐더러 안보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외 발언권도 위축시키는 결정이다. 북한의 핵실험, 천안함 사건 등을 사정 변경 이유로 들지만 모두 턱없는 핑계이다. 천안함 사건은 전작권 환수를 늦출 게 아니라 오히려 당겨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킨 사건이었다. 이 대통령은 구시대적 발상에 젖은 군 상층부의 말을 좇아 일을 거꾸로 풀었다.
정부가 극구 부인했던 것과 달리 전작권 환수 연기를 꾸준히 논의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밀실외교로 깜짝성과를 자랑하려는 모양이나,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중대한 거짓말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전작권 문제는 직접적 군사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국가공동체의 안보 유지를 위한 큰 틀의 원칙 문제로,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다. 실제로 1987년 노태우 당시 대선후보의 전작권 환수 공약과,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2007년 전작권 환수 합의 때 모두 공론장에서 활발한 논의가 벌어졌다. 전작권 문제를 비밀공작 하듯이 다룬 것은 현 정부가 유일하다.
이러니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관련해 이면거래 의혹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미국 의회 등은 쇠고기 수입대상 월령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와 부산물 규제는 2008년 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을 벌여 마련한 것이었다. 미국 쪽은 한국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서도 추가 개방 조처를 요구해왔다.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재협의가 진행될 경우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며 마련한 최소한의 식품안전장치마저 무너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자동차 분야는 참여정부가 협정을 맺을 당시 그나마 산업계 이익을 지켜냈던 분야로 평가됐는데 그나마도 내주는 것 아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통상·식품안전 분야의 기존 성과는 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최악의 정상외교로 비판받을 만하다. 그 배경은 짐작된다. 일부 퇴역장성과 보수층의 정치적 주문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퇴영적 국정운영이 시대 흐름에 어긋나는 것임은 6·2 지방선거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정부는 이번 회담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전작권과 자유무역협정 문제 모두 국회와 시민사회 등 공론의 장을 통해 검증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628월] 한·미 FTA 손질, '조정' 범위 넘어선 안 돼기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미 FTA 조정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지시했다"면서 "오는 11월 방한 때 실무작업이 마무리되면 그 뒤 수개월 내에 의회 비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FTA 비준을 지금껏 미뤄오던 오바마 행정부가 처리 시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는 '11월까지 실무작업이 마무리되면'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상원 의원 3분의 1과 하원 의원 전체를 뽑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내용 일부를 수정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 여부를 정하려는 것 같다.
한·미 FTA는 14개월이 넘는 어려운 협상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런 합의를 불과 4개월 안에 섣불리 손보다가 위험한 상황을 부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재협상'이 아니라 '조정'이라고 했다. 손을 대더라도 실무적 조정에 그쳐야 한다.
FTA는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다. 미국 민주당 쪽에서 자동차 협정을 불공정 사례로 들어 왔지만 그런 불만은 한국에도 널려 있다. 미국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까지 "(한·미 FTA는) 한국의 무역 장벽을 무너뜨리고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늘릴 기회"라고 했다. 미국 일부에서 꺼내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문제 같은 것은 '조정'의 테이블 위에 올리려 해서도 안 된다.
한·미 FTA 비준 여부는 미국이 정부 간에 체결한 협정의 사후 과정을 얼마나 책임 있게 밟느냐는 문제다. 미국측이 전작권 문제에서 우리측 입장을 일부 수용했다고 그걸 지렛대 삼아 무리한 요구를 밀어붙여서는 한·미동맹의 근본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628월] 정치·이념 넘는 지자체 모델 서울이 만들길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의 출범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영·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방권력의 구도는 4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지방권력이 바뀐 곳에서는 자칫 여야 간 정치·이념·정책의 갈등이 더 심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년동안 정쟁만 벌이면 결국 그 피해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부 ‘여소야대’ 지자체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각종 역점사업과 예산을 둘러싸고 기싸움에 돌입한 분위기여서 걱정스럽다.
가장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할 곳은 서울이다. 오세훈(한나라당) 시장이 힘겹게 재선에 성공했으나 시의회는 민주당이 106석 중 79석(75%)을 장악했다. 구청장은 민주당이 25곳 중 21곳을 휩쓸었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시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 시정(市政)과 지역개발을 놓고 시장과 구청장 사이에 충돌이 잦으면 4년을 허송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표심을 통해 여야 상생협력을 주문했다지만 대화와 소통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서울시가 민선 4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 사업에 새 시의회가 제동을 걸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서울시와 민주당 구청장 당선자들의 견해차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의 얼굴 격이다. 다른 지자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기에는 정치와 이념을 벗어나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야가 정책을 놓고 경쟁하고 논의하되 서울시민의 공공이익, 서울시의 발전이란 큰 목표를 향해서는 함께 가는 모습을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시정·구정을 개선하거나 사업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논의의 장을 마련해 합리적으로 결론내는 성숙한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시장은 우위의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며, 야당 구청장과 시의원들은 다수의 힘을 절제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자체의 성공모델이 되느냐, 실패사례로 남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시민들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여야 앞에 던져 놓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628월] 한국 축구 8강진출 무산, 그래도 희망을 확인했다
한국축구가 남아공월드컵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 아깝게 져 8강 진출이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가 잘 싸워 경기를 지배했지만, 두세 차례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쉽게 골을 내줘 한 골 차로 진 까닭에 어느 때보다 큰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하지만 결코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고 세계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의 강호와 부딪쳐 체력,정신력,기술 등 모든 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선전했다고 호평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축구는 이제 그동안의 세계 변방 국가에서 당당히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할 만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7위인 우리나라가 16위인 우루과이를 비롯해 그리스(13위),나이지리아(21위) 등과 맞서 강한 자신감을 갖고 그들을 이길 충분한 역량을 과시했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다. 우리 대표팀이 마땅히 국민들의 큰 박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이유다.
그렇더라도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과제 역시 많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당장 이번 월드컵만 봐도 수비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8강에 들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세계 강국이 되려면 전방위적으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높아진 한국 축구의 위상을 우리 국가브랜드 파워 강화의 디딤돌로 삼고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월드컵 등을 유치함으로써 스포츠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아울러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로 인한 직 · 간접적인 경제효과가 7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고 보면 이번 대회의 성과를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기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628월] 기상위성 천리안 성공의 기대 효과
통신ㆍ해양ㆍ기상 등 3가지 기능을 갖춘 천리안 위성의 성공적 발사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위성개발 분야에서는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나로호 발사 실패에 따른 아쉬움도 어느 정도 해소해줘 위성발사 연구진의 사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리안은 27일 오전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 우주센터에서 프랑스의 아리안-5ECA 발사체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당초 예정일인 25일부터 3차례 연기된 후 4번째 시도 끝에 성공을 거뒀다.
천리안 위성은 국가우주개발사업의 첫 작품으로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위성이다. 지난 1992년 우리별 1호를 발사해 인공위성 보유국인 된 이래 이제 독자기술에 의해 정지궤도 위성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우주개발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게 됐다. 이번 천리안 발사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통신위성 자체 개발국, 세계 7번째 독자 기상위성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천리안은 주파수 확보와 위성수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기상예보 등 국민 실생활의 편의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정지궤도 위성 주파수 및 궤도확보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도 연간 4,5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위성 핵심부품 국산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 더 나아가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돼 효과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용 통신위성 기술의 국산화에 힘입어 차세대 위성방송통신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해양 및 기상정보 제공의 폭이 넓어지고 정확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일본 등 외국 기상위성으로부터 30분 간격으로 제공받던 기상정보를 이제 15분, 위험기상 발생시 8분 간격으로 받게 됨에 따라 예보의 정확도와 재난감시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해양탑재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ㆍ일본 해역까지 관측하고 지금은 불가능한 해수환경 변동성 및 적조 이동의 직접 탐지가 가능해지는 등 첨단 수산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됨으로써 우리 어선의 조업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천리안 발사 성공을 계기로 나로호 실패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발사체 기술개발 노력을 한층 강화하기 바란다. 나아가 이번에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나로호 발사에 다시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앙일보 칼럼-김순덕 칼럼/김순덕(논설위원)-20100528월] 월드컵 축구는 공평한가
폭우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 누워 차두리는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캡틴 박지성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여서 더 아쉽다”고 했다. 공격 점유율이 54-46으로 앞섰는데도 태극전사들은 우루과이에 지고 말았다. 그래서 의문이 치민다. 축구는 과연 공평한 경기인가.
* 사랑도, 세상도 불공평하다
제목부터 발칙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사귀게 되면 좋지만 사귀려고 안달할 정도는 아닌 70점짜리 여자와 남자 주인공이 사귀게 된 건 그녀가 FC바르셀로나의 팬이어서였다.
일처다부(一妻多夫)라는 황당한 내용을 영화로 만든 정윤수 감독은 “그냥 사랑의 불공평함에 대한 얘기”라고 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다 알지만, 그러고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은 똑같이 주고받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 말에 작가 박현욱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여서 어떤 경우에도 남자가 버릴 수 없는, 너무 사랑스러운 여자임을 납득시키려고 공을 들였는데 영화에선 손예진의 눈웃음 한방으로 해결되더라”고 억울해했다.
어디 사랑뿐이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89분을 잘 싸워도 한방으로 질 수 있는 것이 축구”라며 축구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일깨운다고 했다. 이를 학술적으로 입증한 사람도 있다. 네덜란드 틸버그대학의 경제학자 잰 밴 아워스 교수는 1960년 이후 주요 경기 1500개를 분석한 끝에 “홈팀의 이점과 실력, 행운뿐 아니라 국가정체성이 막판에 승패를 결정한다”며 이 점에선 독일이 단연 앞선다고 했다.
독일 축구가 전쟁을 하듯 경기에 대비하고 무섭게 뛴다는 건 광적인 축구팬 헨리 키신저도 인정한 바다. 그는 “1954년 헝가리를 제외하면 공산국가는 결승전이나 준결승전에 오른 적이 없다”며 계획경제 역시 시장경제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번에 프랑스가 자중지란의 추태를 보이다 1무2패로 A조 꼴찌 신세가 된 것도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불신하는 이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프로선수들의 엄청난 수입을 부당하다고 여기는 프랑스 국민들, 실력과 노력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프랑스 국민에 반발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A조 꼴찌를 합작했다고나 할까.
국내감독 휘하에서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축구는 아시아 최초로 G20회의를 주재하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 같다. 박현욱이 소설에 썼듯이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강한 정신력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정신력의 축구’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정체성이 한일전이나 남북대결 같은 특정 상대를 만났을 때 주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축구의 묘미도 실은 여기에 있다. 장 폴 사르트르가 심오한 듯 말했지만 쉽게 말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빌 게이츠는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며 여기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했다.
* 리더부터 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기 결과에 승복하는 건 축구엔 엄연한 룰이 있고, 월드컵은 4년 후 또 열리며,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자블라니 공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월드컵이 끝난 뒤에나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리 팀은 자블라니 공에 맞춘 연습으로 16강 신화를 이뤄냈다. 그게 룰이다. 불리해도 내가 적응해 잘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축구장 밖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뜻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할 것 같은 민주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는 헌법과 법을 미리 정해두고 있다. 그게 법치주의다.
모든 결과가 실력대로만 나오는 세상도 좋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실력 없는 사람은 살맛이 안 날 테니까. 그렇다고 정권이 어떤 차이든 없애겠다고 권력을 휘두르면 하향평준화가 가속된다. 타고난 능력과 이를 보완하는 사회제도도 중요하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세상이 사는 의미를 더해준다. 운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도 없다. 다행히도 경쟁을 하면 할수록 경쟁력은 올라가게 돼 있다. 그게 프랑스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시장경제와 세계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월드컵 기념으로 나부터 축구와 삶의 교훈을 깨우치면 좋겠지만 삶이 그렇듯 쉽진 않다. 차라리 리더부터 변하는 게 빠르다. 허정무 감독도 그랬다. 2007년 12월 대선 무렵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돼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비슷한 시기에 첫 경기를 치른 그는 독단적이고 고집 센 ‘진돗개’로 유명했다. 그 해 9월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과의 경기에서 1-1로 사실상 패하면서 소통불능의 그가 달라졌다. 박지성에게 주장을 맡기는 등 주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화합과 긍정의 리더십으로 180도 변신하면서 한국축구의 오늘을 만든 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처럼 불공평하다. 리더에게는 더 하지만 어쩌랴. 그게 리더의 멍에인 것을.
[중앙일보 칼럼-분수대/허귀식(경제부문 차장)-20100628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해냈다는 그 유명한 조선소 짓기. 이제는 전설이 되다시피 한 성공담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마법이 숨어 있다. 전설은 이렇게 전한다.
정주영은 조선소를 지을 돈이 없었다. 1971년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을 찾아간다. “배를 살 사람이 있다는 계약서를 가져오면 대출해 주겠다.” 정주영은 그 말을 믿고 세계를 누볐다. “수주계약서로 돈을 빌려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겠다.” 마침내 그리스 리바노스사가 원유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 정주영은 그걸 밑천 삼아 울산 조선소를 짓는다.
그 무렵이라면 이건 분명 기적이다. 무에서 유가 창조됐다. 하지만 이 시대의 눈으로 보면 평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일 뿐이다. 건설사가 사무실을 지어 팔겠다고 하니 금융사는 분양대금을 바라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고, 기업은 필요한 사무실이 만들어진다니 계약금을 내고 분양받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법이다. 이것이 왜 기적이냐는 게 요즘 금융공학도의 항변이다.
당시 정주영의 기적을 만들어준 그리스. 지금 곳간이 거덜 난 이 나라를 향해 일부 유럽 정치인들은 파르테논 신전 같은 고대 유적을 팔라고 요구한다. 한국이 똑같은 재정위기를 겪는다면 이런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팔아라.” 허튼소리 같지만 2004년에 정부가 실제 검토한 적도 있다. 유적 관람료든, 고속도로 통행료든 미래의 수입이 있다면, 정주영처럼 그걸 담보 삼아 대출을 받거나, 요금 징수권을 아예 통째로 팔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고대 유적이나 경부고속도로를 파는 건 돈만의 문제일 수 없다. 뭘 짓고 세우는 데 쓰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아니다. 그렇지만 원리는 거기서 거기다. 둘 다 시간의 가치를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 두 시점 사이에 도사린 위험을 예측·관리하는 것이 현대금융의 핵이다. 옛날보다 훨씬 변화무쌍한 세상이니 그 기술은 더욱더 정교해야 한다. 요즘 저축은행들이 허우적대고 있다. 건설 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줬다 물린 것이다. 예고된 폭탄인데도 감독당국은 이를 제대로 규율하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며 약방문을 내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주영의 개척 정신만 평가하고, 40년 전 그의 성공을 예측한 은행과 선주의 지혜는 못 본 척한 것은 아닐는지. 그들 또한 주먹구구였을지 몰라도 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628월] 뱃살, 소주와 삼겹살
요즘 지구촌을 어슬렁거리는 인류는 아마 역사상 허리가 가장 굵을 것이다. 뱃살에는 걸신(乞神)이 들어있다. 끊임없이 먹을거리를 찾는다. 먹는 양은 많고 활동량은 적으니 살이 오른다. 뱃살은 가장 먼저 찌고 맨 나중에 빠진다. 한번 오른 뱃살은 비상한 노력 없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뱃살이 나왔다고 아우성이고, 뱃살을 빼겠다고 야단이다. 의사들은 뱃살 속에 질병이 들어있다고 겁을 준다.
월드컵 축구에 나온 각국의 전사들은 초콜릿빛 복근을 자랑하지만 관중석의 관객들은 햄버거와 콜라를 입에 달고 있다. 어느새 비만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나라, 나아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올랐다. 사회경제적 지표에 ‘비만도’가 주요 항목이 되어가고 있다.
비만이 저소득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싸구려 고기와 기름기를 섭취하고 몸에 낀 기름기를 제거할 만한 운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돈도 여가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비만은 없이 사는 자들의 것이다. 음식의 질이 체형까지 바꾸고 있다. 빈민층은 군살까지 달고 다녀야 한다. 과체중으로 뒤뚱거리며 우리 사회의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비만이 없는 자들에게 형벌이 되어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술을 뱃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술에도 열량 표시를 해보겠다고 나섰다. 25도짜리 소주 한잔은 63㎉, 맥주 한 캔은 131㎉란다. 술꾼들에게 ‘술은 곧 당신의 뱃살입니다’라는 간접 경고인 셈이다. 특히 돼지고기와 소주가 남성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의 10.1%를 차지하는데, 이는 “소주 안주로 삼겹살을 즐겨 먹는 음주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소주와 삼겹살, 서민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메뉴이다. “한잔 하자”의 다른 말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소주 털어넣고 삼겹살 씹으면 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우리네 둥실 솟아오른 뱃살에 삼겹살과 소주가 들어있다니 참으로 우울하다.
짐작은 했지만 중년 이상의 남성들에게 굵은 허리는 나잇살이라며 우겼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이렇듯 친절하게, 세밀하게 분석해주니 오히려 심란하다. 술꾼들에게 술은 그냥 술이었는데, 열량을 계산하여 위험한 식품으로 변했다. 술잔을 헤아린다면 이제 누가 흔쾌히 술독에 빠질 것인가. 선술집의 낭만은 엷어지고, 술꾼들의 뱃살은 슬픔이 될 것이니.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시평/정문열(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20100528월] 공교육 붕괴를 한탄한다
`공교육의 붕괴`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얼마 전 전국 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감 중 소위 진보 후보가 6명 당선됐고, 그것도 영향력이 큰 서울과 경기 교육감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부각됐다. 이젠 공교육이 정치문제화된 느낌이 든다. 이런 때에 공교육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필자가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고교평준화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고교평준화가 공교육 붕괴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필자는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으면서 학생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중ㆍ고교 선생님들 밑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을 천만다행이며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필자가 시험을 치고 들어간 고등학교는 그 다음해부터 평준화가 되었다. 고입을 위해서든 대입을 위해서든 학원이나 과외니 하는 것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고 집안 사정이 그것을 허락하지도 않았으며, 오로지 학교 교육만 받았다. 중간고사나 그 사이사이에 치는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정해진 목표였다. 학교공부 하느라고 대입 예비고사도 그냥 평소 실력으로 치렀다. 대입 본고사가 있는 시절이었고, 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을 통한 기초와 응용 실력을 탄탄히 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분명 살아 있고 작동하는 공교육을 경험했다. 물론 고교입시의 폐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작동했던 공교육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유학을 갔을 때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상당수 후배들이 다들 과외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가 "아니, 공부도 잘했을 것 같은데, 웬 과외냐"고 질문하자 평준화된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의 수준을 믿을 수 없어서 과외를 했다고 했다. 고교평준화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과외나 학원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런 경향이 계속되면서 고등학교와 교사들의 권위와 자긍심이 조금씩 무너졌다. 그리하여 고등학교는 졸업장을 따기 위해 다니고, 실제 공부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대입 통계를 보면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능력과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간의 상관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요즘처럼 심하지 않았다. 그때는 공교육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교육이 살아 있고, 학교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에는 어려운 집안 아이들도 본인이 열심히 하려고만 하면 충분한 학업 성취도를 이룰 수 있었다.
공교육이 무너진 요즘은 이런 학생들이 기댈 곳이 없다. 공교육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도 없다. 생물의 세계와 비유하자면 생태계가 파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작동 메커니즘을 완전히 알 수 없는 생물 생태계에 함부로 손를 대는 것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다. 옛날 교육 시스템은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자연발생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 교육 생태계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별로 하나씩 해결했어야 했다.
옛날 교육 시스템에서는 지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학교들이 있었다. 바로 그런 점을 문제삼을 수도 있겠지만, 지방 명문학교들은 지방 문화와 지방 고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고, 국가 시책 중 하나인 지방균형발전의 상징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약육강식이 있는 자연발생적 교육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시도한 고교평준화는 자연 생태계에 함부로 손을 댄 것과 같이 오히려 그 약육강식이 더 심화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