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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과시하기 위해 선물 세례를 마다하지 않는 팬들에게 인기있는 선물 아이템이 뭘까. 바로 연예인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든 수제 도시락이다. 생일, 음반발매, 영화개봉 등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선물하는 도시락은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연예인들에게 힘을 주는 선물이다. 많게는 70~80명이 넘는 스텝을 위한 도시락도 빠뜨리지 않는 열혈 팬들의 도시락 선물은 연예인들의 사기를 높여준다.
요즘 연예인들과 팬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도시락은 바로 '수지킴 도시락 아트'이다. 도시락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수지킴 도시락 아트'의 김수지 사장은 일명 '연예인 도시락' 덕분에 평범한 주부에서 월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CEO로 자리잡았다. 유노윤호, 강호동, 존박, 씨엔블루, 비스트, 손호영 등의 도시락을 제작하며 업계 1인자로 자리잡은 김 사장의 스타 도시락을 들여다보자.
◆'강호동 생일맞이' 도시락, 100명의 스텝 수제 햄버거도 함께
김수지 사장이 연예인 도시락 중 가장 처음 만든 것은 '강호동 생일맞이' 도시락이다. 강호동의 팬인 지인이 값비싼 다른 업체 대신 손맛 좋고 감각있는 김수지 사장에게 맡긴 것이다. 평소 요리를 즐겨하고 손으로 만드는 일을 좋아했기에 지인의 도시락 주문을 선뜻 받아들였지만 처음치곤 주문량이 많았다. 강호동을 위한 특별 도시락과 함께 무려 100여명의 스텝을 위한 도시락을 혼자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우선 취미로 만들어 놓은 '젓가락 통'을 활용했다. 평소 시간날 때 틈틈이 손바느질로 만들어 놓은 100여개의 젓가락 통을 강호동과 스텝분들을 위한 도시락에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우선 '강호동 도시락'을 위해 남대문까지 가서 직접 찬합을 구매했다. 연꽃 농장에서 구매한 연잎으로 밥을 만들고, 닭봉, 갈비, 새우, 샐러드 등 강호동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곁들였다. 직접 만든 식탁 매트에는 강호동 이니셜을 새겼다
스텝을 위한 대량 도시락은 수제 햄버거로 준비했다. 빵은 고급 베이커리에서 주문했고, 최고급의 양상추, 토마토, 소불고기를 넣어 매실효소로 만든 양파잼까지 발랐다. 과일 후식도 따로 준비했고 모든 통에 일일이 강호동 얼굴이 새겨진 스티커를 붙였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최고의 도시락을 만든 덕분에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을 본 다른 팬들의 주문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유노윤호 왕자님' 도시락…뮤지컬 궁 컨셉에 맞게
동방(주가,차트)신기 유노윤호의 뮤지컬 출연을 기념하기 위해 팬이 도시락을 주문했다. 김사장은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약 2주가 걸렸다고 말했다. 컨셉잡는 일부터 메뉴 선정, 재료 공수, 도시락 통 수작업 등 모두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뮤지컬 '궁'에 맞게 전통 문양을 컨셉으로 잡았다.
먼저 한복 저고리를 구매해 무늬를 잘라 한땀한땀 바느질하며 도시락 통을 꾸몄다. 80여명의 스텝을 위한 도시락 통 장식도 동대문에서 천을 떼다 손으로 작업했다.
음식은 딸기를 좋아하는 유노윤호를 위해 생딸기 치즈파이를 만들어 유노윤호 피규어를 올렸다. 건강을 생각한 3단 웰빙 도시락에는 10여가지 한약재와 매실을 넣고 닳인 전복장, 마를 갈아만든 죽, 3년간 발효된 묵은지 김치가 들어간 갈비찜, 소고기 굴소스 볶음, 해물 샐러드 등을 담았다.
◆'봄철 보양식' 존박 도시락, 팬이 무조건 믿고 맡겨
존박의 도시락을 매번 주문하는 팬은 '수지킴 도시락 아트'의 단골이다. 주문할 때마다 다른 요구사항 없이 김수지 사장을 믿고 전적으로 맡긴다.
지난 3월 중순 만든 존박 도시락은 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매니저 등 스텝 것까지 같이 주문이 들어왔다. 김사장은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 원기를 북돋기 위해 장어 도시락을 준비했다. 장어는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연예인들을 위해 김사장이 가장 자주 애용하는 재료이다. 굴비, 대하도 함께 넣고 10여가지 밑반찬으로 3단 도시락을 만들었다. 대기실에 장시간 있을 것을 고려해 다양한 종류의 음료도 함께 제공했다.
음식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시락 디자인은 최고급 천을 이용해 파릇파릇한 봄 분위기를 연출했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 / 사진@수지킴의 도시락 아트 블로그]
자녀 4명을 둔 주부로 지내다 지난해 8월 우연한 기회에 `연예인 도시락`을 만들어 준 것을 계기로 월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수지킴 도시락 아트`의 김수지(46) 사장이 바로 그 한땀한땀 도시락의 장인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6개월 만에 업계 1인자로 자리잡았다.
"지인의 부탁으로 강호동씨 도시락을 만들어 드리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어요. 잊고 있다 한 달 후에 블로그를 확인해 보니까 도시락 주문 댓글이 몇 개 올라와 있더라고요. 그걸 시작으로 유노윤호, 존박, 손호영, 비스트, 김형준, 씨엔블루 등 여러 연예인과 스탭분들 도시락을 만들게 됐어요"
첫 주문부터 100인분 이상의 도시락을 혼자 준비한 김 사장은 20인분 정도는 혼자서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과 스텝, 기업 등 단체 주문이 많고 개인 주문도 한 달에 100건 이상 들어와 잠잘 시간도 휴일도 없이 일한다.
도시락 가격은 20인분 기준으로 7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이다. 팬들이 주문하는 연예인 도시락의 경우 가격은 상관없이 특별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이다. 일반 개인 도시락 가격도 5~10만원으로 일반 도시락과 비교해 비싸지만 특별한 날 하나뿐인 선물을 원하는 손님들의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도시락을 예술로 승화, 까다로운 취향의 연예인들도 좋아해
딸이 도와준 피규어로 장식한 손호영 생일 기념 도시락 [출처 = 수지킴의 도시락 아트 블로그]
"우연히 시작한 일이지만 준비가 돼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평소 요리를 좋아했던 것은 물론이고 원래 의상 쪽을 공부했고, 미술이나 공예, 인테리어에는 항상 관심을 두고 있었거든요. 회사 이름을 `도시락 아트`라고 지은 것도 예술을 하고 싶단 꿈을 도시락을 통해 승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만한 아기자기한 작업실은 김사장이 손수 꾸민 것이다. 입고 온 치마도 직접 만들었다는 김 사장은 나이보다 훨씬 젊은 미적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사장은 30년 전부터 거금을 들여 매달 일본 잡지를 사보며 인테리어와 의상을 공부했다. 영화와 만화책도 좋아한다. 특히 일본 순정 만화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봤단다. 도시락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예술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 각종 전시회도 전보다 더 자주 다닌다. 그런 감성과 감각이 그대로 도시락 디자인에 전해져 연예인들이 도시락 빈통을 간직할 정도이고 사진 안 찍기로 유명한 연예인들도 자처해서 김사장과 인증샷을 남긴다.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도시락, 한 번 손님은 `단골`로 이어져
뮤지컬 `궁" 컨셉에 맞춘 유노윤호의 왕자님 도시락 [출처 = 수지킴의 도시락 아트 블로그]
"예쁘게 꾸며서만 되는 건 아니에요. 저는 무엇보다 고객의 특성에 맞춰서 도시락을 제작해요. 예를 들면 유노윤호 씨의 뮤지컬 궁 출연을 기념해 팬들이 도시락을 부탁해 왔을 때 제일 먼저 `컨셉`부터 잡았어요. `궁`이라는 뮤지컬 특성상 한국 전통 문양을 넣으면 좋겠다 싶어 실제 한복 저고리를 구매해 문양을 일일이 잘라 바느질 해가며 `왕자님 도시락`을 완성했죠. 정말 한땀한땀 손으로 제작했어요. 팬들이 가수분들 새 앨범 발매를 축하하며 주문하는 도시락에 앨범 컨셉을 가미하는 것도 기본이죠. 연예인이 활동하는 추억을 담게 될 도시락은 팬들이 하는 가장 좋은 선물이자 연예인이 받는 가장 뜻깊은 선물이에요"
음식 재료는 물론 꾸미는 재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다 보니 사실 남는게 별로 없다고 김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도시락이 맛있고 예쁘니까 고객이 더 많이 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단골`이다. `수지킴 도시락 아트` 단골 손님 중에는 중국인, 일본인도 있다.
"일단 한 번 오신 손님은 믿고 계속 주문하시더라고요. 전화로 주문을 받으니 얼굴을 못 볼 때가 더 많지만 `음식`이라는 특성상 따뜻함과 정을 전해드리려고 노력해요. 헤어진 남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도시락을 주문한 분이 있었는데, 전화상으로 상담하다 같이 눈물 흘린 적도 있어요. 그 분이 부탁한 도시락을 제가 직접 남자친구분께 배달해 드렸어요. 두 분은 다시 잘 만나게 됐고 그 후로도 자주 도시락을 주문하신 답니다"
◆고난 후 찾아온 성공…케이터링, 체인점 등으로 사업 확장할 것
소녀감성에 밝은 웃음을 지닌 김수지 사장이기에 탄탄대로 행복한 인생만 살아 온 것 같지만 말 못할 아픔이 많단다.
"제 인생 역경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업 얘기보다 훨씬 많고 길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겪지 못할 힘든 일도 많이 당했고 금전적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죠. 하지만 그 때 그 고난들을 겪으며 배운 것이 사업할 때 하나하나 다 발휘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도시락 사업하기 직전에는 생활비가 필요해서 퇴촌 계곡에 들어가 백숙 장사를 했어요. 가게 주인에게 매출의 반을 떼줘야 했고 한 여름에 혼자서 닭을 하루에 백마리 이상씩 삶으며 일했어요. 그 경험 또한 도시락에 저만의 노하우로 묻어 나더라고요"
김 사장은 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아이 네명을 버팀목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앞으로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인생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해서 더 욕심은 없지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차분히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수의 마음 맞고 열정 있는 분들을 찾아서 체인점을 낼 생각입니다. 부산, 광주, 인천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능과 사명감을 갖춘 분들과 함께 일해보려고요. 도시락 특성상 지방 주문은 받기가 힘들어 고객들이 많이 안타까워 하시거든요. 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케이터링(출장요리) 사업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더 많은 분들에게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도시락을 만들어 드리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